[미디어스=권혁문 칼럼] 다시 정치의 계절이 시작되었다. 22대 총선이 아직 80여 일 남았지만, 지금 여의도는 물론 매스미디어, 뉴미디어 모두 정치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어느 당이 제1당이 될 것인지, 어느 지역구에 누가 출마할 것인지, 영호남의 텃밭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관한 예측 기사가 이어지고 사람들의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선동적인 정치 유투버들이 자극적 보도를 많이 하고 있어 사람들의 관심을 한층 고양시키고 있다. 선거에 대한 이런 보도와 관심은 일견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 했으니 국민의 관심과 참여는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권혁문 동반성장국가혁신포럼 상임위원/정책학 박사
권혁문 동반성장국가혁신포럼 상임위원/정책학 박사

사람들이 선거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선거 자체가 가지고 있는 게임 속성 때문이다. 소선거구제에서는 승자와 패자가 분명하게 나뉜다. 이긴 사람은 스타가 되고 패자는 낙오자가 된다. 이런 결과는 일상에서는 보기 힘든, 선거라는 드라마틱한 승부에서만 나올 수 있다. 사람들이 선거에 관심을 갖는 두 번째 이유는 선거라는 공간에서 자신의 삶을 개선할 희망을 얻기 때문이다. 선거 기간 중에 후보자들과 정당에서는 거의 매일 아름다운 공약을 쏟아 낸다. 그 공약들만 다 현실화되면 이 세상은 천국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다시 허탈해진다. 그 달콤하던 공약 중에 실행되는 것은 거의 없고 국회의원들은 여당, 야당으로 나뉘어 적대적 공생관계를 만끽한다. 정책이란 양면성이 있음에도 상대 진영에서는 그 정책의 부당성만 따져 조목조목 반박한다. 외교, 경제, 부동산, 에너지, 교육, 일자리와 4차산업혁명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이런 일들이 일상적으로 반복된다. 정치적 타협과 대화 대신 경찰 고발, 법원 제소, 특검 요구 등이 이어지면서 국민을 위한 정치보다는 진영 보스에 대한 충성심 경쟁으로 변질된다. 이런 불행이 4년마다 반복되면서 사람들은 이제 정치에서 더 이상 미래를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비극이 진행되는 구조적 이유 중 하나는 아직도 우리 정치가 87년 체제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87년 체제의 유산인 제왕적 대통령제와 거대 양당 시스템,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 그리고 그 체제와 상호작용하는 불완전한 지방자치 시스템 때문에 새로운 정치, 참신한 신인 정치인을 위한 기본적 토대가 거의 고갈되었다. 늘 둘 가운데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독과점의 거대 양당체제가 만들어 낸 기형적 정치 환경과 그런 환경에 기생하는 구태 정치가들 때문에 정치 신인들이 등장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새롭고 참신한 아이디어, 혁신적 발상들이 현실 정치에 반영할 수 있는 가능성은 상상 속에서나 꿈꿀 수 있게 되었다.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대연합(가칭) 창당준비위원회 출범식에서 김종민, 박원석, 조응천, 이원욱, 정태근 공동추진위원장이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대연합(가칭) 창당준비위원회 출범식에서 김종민, 박원석, 조응천, 이원욱, 정태근 공동추진위원장이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그러나 모두가 절망이라고 생각하고 체념할 때 오히려 새로운 길이 보인다. 평생 정권교체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았지만 헌정사상 50년 만에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뤄낸 사례를 우리는 갖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정권교체 가능성에 대해서는 더 이상 의심하지 않는다. 이렇게 한번 이루어지면 그다음은 상식이 된다. 이제 이러한 상식이 다시 한번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우리는 이번 총선에서 87년 체제를 끝내야 한다. 적대적 공생관계에 있는 양당체제를 끝내고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제3신당이 출현하여 국민의 선택지를 넓히고 한국정치의 수준을 한 단계 올려 미래로 가야 한다. 더는 늦출 수 없는 마지막 기회가 지금 우리 앞에 와 있다. 

마침 분위기도 좋다. 양당의 대표급 인사들이 소속당에서 탈당해서 신당을 만들었거나 준비 중에 있고 이미 신당을 만든 분들도 있다. 신당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도 고무적으로 나온다. 최근 암울한 정치 상황 때문에 중도층이 늘고 있고 이 중도층이 신당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중도층의 관심과 지지, 그리고 신당에 대해 관심이 많은 기존 정당 지지자들의 응원이 모아지면 예상외로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신당 및 신당 추진세력들이 각자도생을 한다면 그 결과는 파멸로 갈 가능성이 높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아름다운 신당의 출현이지, 누구만의 독자 신당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혁신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참석자들과 박수를 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혁신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참석자들과 박수를 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물론 신당을 주도하는 이들의 정치적 지향점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학 교과서에 의하면 당의 구성원들은 같은 정치철학을 공유해야 한다. 철학이 다르면 사안별 연대만 가능할 뿐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것은 교과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모처럼 얻은 기회를 잘 살리지 못하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80년 초 3김이 분열되면서 역사가 퇴보한 것 같은 전철을 밟을 수는 없다. 지금 양당 밖에 있는 모든 이들은 철 지난 이념으로 상대를 재단하지 말고, 미래와 과거라는 프레임으로 정치 지형을 새롭게 구성해야 할 시대적 책무가 있다. 미래를 위해 통 크게 연대해서 국민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큰 걸음을 함께 내디뎌야 한다. 

최소강령은 이럴 때 필요한 개념이다. 마하트마 간디처럼 국민을 위한 정치라는 대의를 내세우고 강령은 최소로 하여 연대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빅텐트인지 또는 목조건물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소강령에 동의하는 사람들을 받아들여 87년 이래 화석처럼 굳어진 양당체제에 균열을 내야 한다. 일찍이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라고 규정했다. 즉 주체와 객체, 자신과 타자와의 갈등과 투쟁 속에서 역사는 전진한다고 했다. 지금 한국정치에 있어서 아(我)는 새로운 정치 질서를 만들려는 사람들이고 비아(非我)는 역사적 불감증 또는 냉소주의에 함몰된 사람들이다. 지금은 아(我)가 주체가 되어 아름다운 혁명을 시작해야 할 때다. 새로운 정치를 표방한 모든 사람들의 결단과 헌신을 간곡히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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