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국민의힘 김기현 지도부를 둘러싼 힘겨루기에 다시 불이 붙은 모양새다. 김기현 대표가 최소한의 희생을 거부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연쇄적인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23일 비공개 의총에서 분출된 갈등은 국민의힘이 현재 처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이 자리에서 성일종 의원은 “내려놓을 때는 내려놔야 한다”, “당의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다”는 등의 비판을 제기한 걸로 알려졌다. 마침 이날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김태흠 충남지사를 만났는데, 김태흠 지사는 혁신위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논개처럼’ 끌어안을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이런 기류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중도적 유권자층을 대상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충청권 여론이 심상찮은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수도권에서 선거에 대응을 해야 하는 인사들도 마찬가지 판단을 할 것이다. 그런데 김기현 대표는 이들이 납득할 수 있는 대응을 하기보다는 대놓고 방어에 나서고 있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 사퇴로 공석이 된 자리에 김석기 의원을 지명해 4명 이상 최고위원이 사퇴할 경우 지도부가 자동으로 붕괴되는, 비유하자면 ‘이준석 사태 방지 조항’을 무력화시킨 것이다.

22일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모식이 서울 동작구 현충원에서 열린 가운데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오른쪽)가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인사를 나눈 뒤 돌아서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22일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모식이 서울 동작구 현충원에서 열린 가운데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오른쪽)가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인사를 나눈 뒤 돌아서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러한 조치에 대해서는 조선일보까지 나서서 비판을 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24일자 1면 기사를 통해 이를 “김기현 대표의 역주행”으로 규정하고 당 지도부가 대구경북 및 경찰 출신 쏠림 현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서도 이 점을 비판했는데, 특히 포인트를 ‘경찰 출신 인사’라는 점에 맞추고 있다. 김석기 의원이 “경찰청 차장과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지낸 경찰 간부 출신”이고 “윤재옥 원내대표, 이만희 사무총장, 이철규 인재영입위원장도 경찰 고위직 출신이다. 공교롭게도 모두 경기지방경찰청장을 지냈다”는 것이다.

혁신위가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중진, 친윤 인사 등에 대한 험지 출마 요구 등을 내놓고 당내에서 김기현 지도부 붕괴 및 비대위 전환 가능성이 제기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윤핵관의 대표격 인사인 장제원 의원이 명시적으로 이러한 조치의 이행을 거부하고 어느 정도 수용 가능성을 내비치던 김기현 대표마저 울산 남구을에 재출마할 움직임을 보이자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나름의 승부수를 던졌다. 다음 주 정식 안건으로 ‘지도부 중진 친윤 희생안’을 보고하고 정식 안건으로 의결하도록 하겠다는 거다.

앞서 김태흠 충남지사의 ‘논개’ 발언에서 보듯, 요구안을 지도부가 수용하지 않을 경우 인요한 혁신위가 조기 해산하는 형태로 추가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러면 김기현 대표도 혁신을 이루지 못했으니 사퇴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거고 ‘스타 장관’들의 정계 입문 혹은 복귀와 함께 자연스럽게 비대위로 넘어갈 수 있게 되지 않겠느냐는 게 여의도 호사가들의 분석이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미 지난 ‘윤심 전당대회’를 통해 확인했듯 여당의 지도체제 변화는 대통령의 재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수밖에 없는 건 23일 비공개 의총에서 이용 의원의 발언이다. 이용 의원은 “비대위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김기현 체제로 똘똘 뭉쳐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이용 의원은 ‘비대위 전환설’을 ‘지라시’에 나오는 내용으로 지칭하기도 했다. 이용 의원은 대통령의 후보 시절 수행실장 출신으로 대표적인 친윤 인사로 분류돼 왔다.

물론 이용 의원이 하는 말을 모두 ‘윤심’이라고 해석할 필요는 없을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윤심’이 비대위 전환을 원하는 게 명확한데 이용 의원이 그에 거스르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할 수도 없었을 거다. 그러니 적어도 ‘윤심’은 김기현 대표 사퇴와 비대위 전환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거나 적어도 중립적인 상태라고 볼 수밖에 없다.

김석기 의원과 대화하는 김기현 대표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석기 의원과 대화하는 김기현 대표 [연합뉴스 자료사진]

앞서 조선일보가 사설에서 김석기 의원의 최고위원 선출을 굳이 ‘경찰 출신’으로 묶어 비판하고 있다는 점도 비슷한 느낌이다. ‘경찰 출신’에는 현 시점에선 아직 남아 있는 실세 윤핵관인 이철규 의원이 포함된다. 조선일보는 “검사 출신이 정권을 잡은 뒤 집권 여당 지도부가 경찰 출신으로 채워지는 것이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치겠나. 그렇지 않아도 검찰총장을 지낸 사람이 대통령에 오른 뒤 검찰 출신들이 대통령실과 정부 요직에 많이 기용돼 야권에선 ‘검찰 공화국’이란 비판을 하는 상황이다”라고 했다. 그런데 냉정하게 말하면 ‘검사 출신’이 정권을 잡았기에 경찰 출신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측면도 있는 것 아닌가? 대통령이 아니었으면 이철규 의원이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을 수 있었겠는가.

이러한 단서들은 ‘윤심’이 오히려 지금까지도 김기현 지도부에 호의적이라는 사실을 가리킨다. 따라서 총선은 김기현 체제로 치를 가능성이 크다. 인요한 혁신위의 요구는 김기현 대표가 험지 출마를 수용하는 정도로 정리될 거다. 나머지 잡음은 ‘스타 장관’의 총선 역할론이 본격적으로 뉴스의 중심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페이드-아웃 될 수 있다. 처음부터 그 존재가 의심스러웠던 혁신은 가고 공천 잡음만 남는 것이다.

그 시점이 되면 결산을 해봐야 한다. 보수언론은 인요한 혁신위가 관심을 받을 때 그 뒤에 숨겨진 윤심이 있으며 그것은 당을 혁신하려는 대통령의 의지라는 식의 해설을 기사의 행간이나 칼럼, 관계자 멘트 등을 통해 이런 저런 형태로 소개한 바 있다. 이런 주장에 각자의 기대와 희망적 관측 및 예상이 몇 겹이나 겹쳐 ‘윤심’은 그 실체와는 관계없이 각자에 좋을 대로 소비되었다. ‘윤심’을 팔지 않으면 그게 어느 방향이든 가리킬 수조차 없었던 게 최근까지 보수정치 집단의 모습이다. 그것 자체가 혁신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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