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학생·학부모·학계·사교육계 관계자들이 디지털대전환 시대에 EBS의 공적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EBS가 공적 책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안정적 수익기반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EBS는 지난해 256억 원의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했으며 192억 원가량인 수신료 수익은 분리징수가 실현될 경우 50억 원대로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르면 7월 중순 TV수신료를 분리징수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공포될 전망이다.

27일 EBS가 주관하고 유기홍·박찬대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가 개최됐다.(사진=미디어스)
27일 EBS가 주관하고 유기홍·박찬대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가 개최됐다.(사진=미디어스)

27일 EBS가 주관하고 유기홍·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한 <디지털대전환 시대, EBS는 무엇을 해야 하나> 토론회에서 학생·학부모·학계·사교육계 관계자들은 EBS가 강화해야 할 공적 책무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날 발제를 맡은 박주형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현재 디지털대전환 상황이 EBS의 위기이자 기회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교육부는 디지털대전환 시기에 맞는 미래 역량 양성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입장인데 이러한 여건 형성을 위해 EBS가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지난 2월 발표한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은 디지털 교과서를 통해 학생별로 역량에 맞는 개별 맞춤 학습을 진행한다는 내용이다. 교사는 데이터 기반 학생 지도, 적성발굴·진로상담 등을 목표로 삼는다.

박 교수는 “학교 입장에서 민간 협력만으로 교육 디지털화를 실현하기 어렵다”며 “이는 공교육 제도가 한번에 변화하는 것이 아닌 조금씩 수정되면서 발전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공교육의 성격을 갖고 있는 EBS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진영 연세대 교육학과 학생은 “학생 입장에서 인터넷을 통해 수업을 듣고, 학습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기본적인 디지털화는 충분하다는 생각”이라면서 “진단평가나 AI 문제추천과 같은 자기주도학습 지원체계가 구축됐으면 좋겠다. 또 온라인 협업 프로그램 제작을 통해 EBS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온라인상에서 협업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는 환경 마련된다면 더욱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수가 27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디지털대전환 시대, EBS는 무엇을 해야 하나'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박주형 경인교대 교수가 27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디지털대전환 시대, EBS는 무엇을 해야 하나'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곽은우 경기도미래교육연수원 교육연구관은 “<AI 펭톡>, <EBS 단추>, <이솦> 등은 매우 잘 만들어진 프로그램이지만, 재원 구조 때문인지 몰라도 민간 프로그램과 비교해 디지털 서비스 개편에 한계가 있다”며 “아직 선생님들이 공적 영역에 대한 신뢰 덕분에 EBS 서비스를 잘 활용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일지 알 수 없다. 사기업에 디지털 교육 경쟁력을 빼앗기지 않았으면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가 쓰고 싶어하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곽 교육연구관은 “EBS의 최고 강점은 다양한 주제의 다큐멘터리, 어학 콘텐츠, 유아교육 방송”이라며 “이러한 자료를 학교 수업에서 더 쉽게 사용하기 위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장은 “미디어 환경과 교육 환경의 변화를 보면 교육 공영방송 EBS의 역할은 더 확대될 수밖에 없다”면서 “EBS에 대한 바람들은 계속 나올 것인데 실현 가능한가라는 측면에서 객관적으로 어렵다. 특히 EBS가 처한 정책적 현실, 구조적 현실을 따져보면 역할이 너무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김동준 소장은 “공적프로그램 제작, 교육 온라인 시스템 구축 등은 모두 안정적인 재원 구조가 바탕이 돼야 하지만, 현재 수신료 상황을 보면 매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EBS는 매출의 70%를 광고비에 의존하고 있으며 공적재원인 수신료의 비중은 2021년 기준으로 5.5%(192억 원)에 불과하다. 월 수신료 2500원 중 91%가 KBS에, 3%가 EBS에 배분되고 있다. 수신료가 분리징수될 경우 EBS 수신료는 192억 원에서 50억 원대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장이 27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디지털대전환 시대, EBS는 무엇을 해야 하나' 토론회에서 토론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장이 27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디지털대전환 시대, EBS는 무엇을 해야 하나' 토론회에서 토론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김동준 소장은 “수신료가 중요한 이유는 수용자의 취향이나 경기변동, 시장경쟁상황과 관계없이 보장되기 때문”이라면서 “1981년부터 월 2500원인 수신료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답보 상태이고 이마저도 어떻게 전개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월 70원 수준인 EBS 수신료 수익은 사교육비 절감, 평생 교육 등 교육공영방송사로서의 공적 책무 실현에 큰 장애가 된다”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정영식 전주교대 교수는 “2500원의 수신료가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대로였던 것에 매우 놀랐다”며 “수신료 분리징수시 EBS 공적 재원이 줄어든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이로 인해 부족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대한 후속 조치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박주형 교수도 “민간업체가 디지털 교육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EBS의 학교 교육 보완 및 지원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 이는 예산의 충분성, 예산확보의 안정성·자율성 등이 보장돼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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