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 미디어스는 이번 주 KBS공영미디어연구소의 이슈리포트 중 '수신료 분리징수, 행정부 소관 아니다'를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수신료 분리 징수와 관련해 KBS, EBS 등 공영방송사의 입장은 배제된 상황입니다. 미디어스는 수신료 분리 징수는 공영방송의 근간을 훼손하는 행위이며 시청자, 시민과 관련된 중차대한 사안이라고 판단합니다. 또한 공론장 마련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모쪼록 올바른 판단에 기여하기를 바라며 반론의 장을 열어놓을 것을 약속드립니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공영방송 제도

공영방송 제도는 사회의 여러 세력들이 자신들의 이해를 최대화하기 위해 경쟁하고 갈등을 해소시켜 나가는 공론의 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존재한다. 따라서 공영방송은 제도에 참여하는 여러 세력들의 간섭과 비판, 견제를 받을 수밖에 없는 숙명을 갖고 있다. 다만, 입법자의 역할은 그러한 경쟁과 갈등이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합한 공영방송 구조를 만들어내는데 그 역할이 있다.

공영방송은 역할 자체가 상업방송과는 다르다. 상업방송과는 달리 공영방송은 방송의 자유를 실현하는 데 가장 적합하다. 방송법에 따르면 종합편성을 행하는 방송사업자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의 사항이 균형 있게 표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방송프로그램 편성에 있어서도 기준에 따라 보도·교양 및 오락에 관한 프로그램을 편성하여야 하고 프로그램 상호간에 조화를 이루도록 편성하여야 한다. 

방송의 종합편성은 개인과 공공의 자유로운 의사 형성을 위한 본질적 요소이다. 이는 방송의 자유가 보호하는 활동 범위에 해당하며, 이를 기본공급 의무라고 한다. 시장의 논리에 따르게 될 경우 제공하기 어려운 이러한 기능적 임무의 수행은 공영방송에 대한 재정지원의 헌법적 정당성의 근거가 된다.

공영방송 재원조달 원칙과 헌법적 기준

방송수신료의 법적 근거는 방송법 제64조에 있다. 수신료 부과의 정당성은 공영방송의 임무 수행을 보장함에 있다. 방송수신료는 단순히 공영방송을 운영하는 데 자금조달의 수단에 머무르지 아니하고, 공영방송이 헌법상 방송의 자유를 실현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공영방송이라는 미디어가 본연의 기능을 이행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재원을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방송의 자유 보호에 핵심적인 요소가 되는 것이다. 방송법도 공영방송의 수신료 재원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텔레비전 수신료로 충당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공영방송의 방송프로그램 제작을 통한 종합편성에 대해서는 반대급부가 주어지며, 방송수신료는 사회국가 원리를 충족시키며 제한적으로 수신자에게 비용을 전가시키는 제도이다. 

방송수신료는 방송의 자유, 특히 국가로부터 독립성과 방송의 기능을 수행하는 데 전제조건이 된다. 공영방송이 예산의 형태로 국가로부터 운영자금을 지원받는 경우 결코 국가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할 수 없게 되며, 국가에 종속된 하나의 기관으로 전락할 위험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위험에서 방송의 기능을 이행하는 공영방송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방송수신료라 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1999년 당시 한국방송공사법 제 36조(수신료의 결정) 수신료 금액은 이사회가 심의·결정하고 공사가 공보처장관의 승인을 얻어 부과·징수하는 조항에 대해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된다고 판시하였다. 헌재 결정문은 수신료는 국민의 재산권 보장의 측면에서나 공사에게 보장된 방송자유의 측면에서나 국민의 기본권 실현에 관련된 영역에 속하는 것이고, 수신료 금액의 결정은 납부의무자의 범위, 징수절차 등과 함께 수신료에 관한 본질적이고도 중요한 사항이므로, 입법자인 국회가 스스로 정하도록 판시했다.(98헌바70) 

즉, KBS의 수신료 금액 결정은 징수절차 등과 함께 행정부 소관이라기보다 입법권자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이는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방송법 시행령으로 수신료 분리징수를 개정할 수 없고 국회 입법사항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윤석열 정부는 수신료 분리징수의 근거로 방송법 시행령에 수신료 징수 관련 조항이 있는 것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를 근거로 행정부(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법 시행령으로 수신료 징수절차를 개정하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방송법 취지에 어긋난다. 헌법재판소는 결정문에서 공사가 언론자유를 향유하기 위해서는 재원 조달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전제하며 공영방송은 사회적 합의제도로, 수신료 징수체계의 변경은 기존의 수신료 재원을 보장받지 못해, 결국 KBS의 방송자유 실현이 어렵고 독립성을 훼손하게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당시 공보처장관이 승인하는 수신료 결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될지라도 단순 위헌결정을 해서 효력을 상실하게 되면(TV 수신료 통합징수의 효력) 공영방송사업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수신료가 공사의 재정에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절대적인 것이어서 수신료 수입이 끊어진다면 공사의 방송사업은 당장 존폐의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단순위헌결정이 아닌 헌법불합치 판결을 통해 기존의 TV 수신료 통합 징수제도를 유지하도록 판시한 바 있다. 헌재의 판결은 공영방송이 공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수신료 재원의 중요성을 인정하여 헌법위반 상태의 제거를 위한 입법이 마련될 때까지 수신료 통합징수의 정당성을 인정한 것이다. 수신료 통합징수의 효력정지는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치게 됨은 물론 방송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에 사실상 심각한 훼손을 입게 될 것으로 위법 사항이 해소될 때까지 수신료 재원을 보장하도록 한 것이다. 

방송법 시행령에 한전과 위탁계약이 명시되어 있지만, 정부가 시행령으로 수신료 통합징수 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공영방송의 재원을 보장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하여 공사의 방송 자유를 실현하는 본질적인 사항에 위배된다. KBS의 지배구조, 수신료의 결정(수신료의 결정과 징수 절차 등), 수신료의 폐지 등 공영방송의 존립과 관련된 사항은 행정부의 시행령 소관이 아니고, 입법부(국회)의 사항임이 분명하다. 

방송법에는 한국방송공사의 설립과 공적책임, 업무, 재원의 조달 등 통합적으로 한국방송공사를 법으로 규율하고 있어 방송법에 보장된 수신료 충당을 도외시하고 시행령만으로 수신료 통합징수를 폐지한다는 것은 모법인 방송법 전반의 기능을 무력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수신료의 헌법적 가치는 안정적 재원 조달

공영방송은 그 재원의 대부분을 공적으로 조달하는 특징을 갖는다. 재원조달수단으로는 가입료, 수신료, 광고료, 조세 등이 있지만, 공영방송의 경우 수신료나 조세와 같은 공적 재원조달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방송법은 일반적인 방송재원의 조달방법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공영방송의 이상적인 재원조달의 형태는 헌법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공영방송사의 임무범위를 확정하기 위해서는 방송의 자유의 성격을 구체화한 헌법재판소 판결을 분석하면서 추론할 수밖에 없다. 

방송프로그램의 제작편성 과정에 대한 재정적 보장은 방송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구성요소이다. 의사 형성의 매체이자 요소로서 공영방송이 본래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재원을 보장하는 것은 헌법적 요구이다. 재원 지원의 중단은 국가 또는 사회적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할 프로그램의 내용에 국가와 산업자본이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원조달의 정확한 방법에 대한 헌법상 명확한 규정은 없지만, 입법자는 공영방송의 기본적 임무수행을 방해하거나 민영방송을 어려움에 빠뜨리거나 하는 경우가 아닐 때에 한하여 재원조달에 대한 형성의 자유를 가진다.

입법자는 재원지원이나 입법적 통제로써 방송에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방송의 정치도구화는 배격되어야 하지만, 방송에 대한 통제권한도 의회가 갖기 때문이다. 다만, 방송수신료제도는 위험에 원천적으로 대처하고, 위법한 권한행사를 폭넓게 배제하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절차적 기본권 보호가 강하게 요구된다. 현행법상 방송수신료 확정절차는 기본권 보호의 절차적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현행 수신료제도는 공영방송이 방송임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충분하게 담보하지도 못하고, 공영방송에 대한 국가 또는 사회세력의 영향력을 효과적으로 배제하지도 못하고 있다. 특히 수신료 확정시에 그 기준이나 절차에 대한 세세한 규정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방송법은 이를 간과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공영방송의 존폐론을 야기하고, 프로그램에 대한 국가의 간섭을 초래하게 된다. 공영방송이 수신료를 스스로 결정할 권한을 가져야만 헌법상의 방송의 자유를 담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방송의 자유에서 도출되는 국가에 대한 기속사항이 수신료 확정의 경우에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이는 바로 절차적 규정을 통하여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헌법을 근거로 해서 보장되어야 할 사항은 공영방송이 자신의 과제를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게 해야 하며, 수신료에 의한 재원조달을 수단으로 프로그램 형성에 가해질 수 있는 정치적 영향력에 대해 효과적으로 배제해야 한다. 

수신료 분리징수, 헌법상 방송 자유의 가치보장 훼손

현재 논의되고 있는 TV수신료 분리징수는 헌법상 방송 자유의 가치보장과 이원적 방송체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대한 문제이다. 그간 통합징수가 부당하다는 취지의 소송에서 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입법목적의 정당성을 이유로 기각한 바 있다. 이는 공영방송에 필요한 안정적인 재원의 마련이야말로 수신료제도의 헌법적 가치를 실행하는 것이고, 비록 구체적인 징수방법은 시행령에 위임되어 있다하더라도 그것은 공영방송이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시행령에 규정되어 있는 수신료 징수방법에 대한 절차적 규정도 방송의 자유의 기본권적 보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방송법에 정하여야 한다. 헌법을 근거로 해서 방송법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사항은 공영방송이 자신의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게 해야 하는 것이고, 수신료에 의한 재원조달을 수단으로 프로그램 형성에 가해질 수 있는 정치적 영향력을 효과적으로 배제하는 것이다.

TV 수신료 통합 징수제는 30년간 유지해 온 가장 효율적이고, 공평하게 수신료를 징수하는 제도이다. 1994년 수신료를 한전과 통합 징수하게 되면서 KBS에 대한 불만이 있거나, 수신료 통합징수에 대한 불만으로 다양한 형태의 위헌소송과 행정소송이 있었지만, 법원은 일관되게 ▲한전의 수신료 위탁징수 조항은 합헌이며, 나아가 ▲전기요금 고지서에 결합하여 수신료를 징수하는 것도 법률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결하였다. 

민주국가에서 공영방송의 수신료 재원을 보장하고 공평한 납부를 통해 방송의 자유를 실현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임에도, 준조세 성격의 수신료를 자율 납부하겠다는 발상은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라 할 수 있다. 

공영방송은 방송법에 보장된 사회적 합의 제도이기 때문에, 만약 현재의 수신료 징수제도가 문제가 있고 국민의 불편이 있다면, 정부의 시행령 개정이 아닌 다양한 논의와 숙의를 바탕으로 사회적 합의(국회)를 통해 합리적이고 공평한 수신료 징수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새로운 수신료 징수제도 안착될 때까지 공영방송의 공적 사업을 위해 수신료 통합 징수제도는 유지되어야 한다. 

또한 공영방송의 경영 효율성은 수신료를 재원으로 하는 공영방송에게 주어진 운영상의 책무이기도 하다. 다만, 그러한 경영 효율성을 민간 방송의 경우와 같이 볼 수는 없다. 공영방송의 경영 효율성은 1차적으로는 공적 임무의 수행 여부가 된다. 다만, 경영 효율성 또한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되는 만큼 공영방송 스스로 실천적 개선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새겨들어야 한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