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타인 명의 계좌 157개를 동원해 주가조작을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게 1심 법원이 유죄를 선고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씨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57개 계좌 중 6개가 김 씨의 명의였다.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는 권 전 회장에게 사기적부정행위, 시장유포에 의한 시세조종 혐의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 원을 선고했다. 권 회장의 주가조작에 가담한 다른 공범 5명은 사기적부정행위, 시세조종 등 혐의로 유죄가 선고됐다.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1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1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원은 토러스증권 지점장 출신 김 모 씨가 주포, 블랙펄인세스트 대표 이 모 씨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고 봤다. 권 전 회장은 경영상 필요한 인위적 주가관리, 나머지 피고인들은 시세차익, 주가관리 대가 취득, 장래의 유무형 이익을 기대하는 게 범행동기였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들이 주가조작을 통해 얻은 수익이 크지 않고, 시세조종행위에도 주가가 하락하고 거래량이 급감하는 등 공범들의 시세차익 추구 측면에서 결과적으로 실패한 시세조종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검찰이 기소한 주가조작 기간(2009년 12월~2012년 12월) 가운데 2010년 10월 21일부터 2012년 12월 7일까지만 포괄일죄 판단했다. 포괄일죄는 여러 행위가 하나의 범죄를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검찰은 2009년 12월부터 2010년 10월 20일까지를 1차 주가조작으로 추후 진행된 주가조작에 더해 포괄일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1차 주가조작과 이후 벌어진 주가조작의 주체가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범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씨가 지난달 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주한 외교단을 위한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씨가 지난달 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주한 외교단을 위한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따라 김건희 씨와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주가조작 의혹 가운데 일부는 공소시효가 지난 것으로 판단됐다. 도이치모터스 1차 주가조작과 이후 주가조작에 모두 김 씨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활용됐는데, 이 모 씨가 주포였던 2009년 12월부터 2010년 10월 20일 이전까지 1차 작전은 주가조작 주체가 분리되기 때문에 포괄일죄 대상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2차 작전세력에 대해서는 법원이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 지난달 뉴스타파, 일요신문 보도를 통해 1차 작전, 2차 작전 사이에 우리기술 주가부양 시도가 있었고, 이에 김 씨의 계좌가 활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이를 주도한 사람이 주포 김 씨였는데, 이날 사기적부정거래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공개된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2010년 11월 1일 주포가 또 다른 주가조작 선수에게 "12시에 3300에 8만개 때려달라고 해줘"라는 대화가 오갔는데, 김건희 씨 명의 계좌에서 도이치모터스 주식 8만주를 3300원에 매도하는 주문이 나왔다.

작전세력 사무실 컴퓨터에서 김건희 씨의 대우증권, 토러스증권 계좌 인출액과 잔액, 현금을 정리한 '김건희' 엑셀파일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 파일의 작성날짜는 2011년 1월 13일이었다.

김건희 씨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유죄가 선고됨에 따라, 야당의 김건희 특검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씨의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서만 수사가 되고 있지 않다며 지난해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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