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의힘 서울시의회가 TBS 운영 조례안 폐지를 추진하는 가운데 서울중앙지검(지검장 송경호)이 이강택 TBS 대표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이종배 서울시의원(국민의힘 비례, 전 법세련 대표)이 고발장을 접수한 지 5일 만이다. 검찰이 프로그램 공정성과 출연료 문제로 공영방송 사장을 수사한다는 얘기다.
국민의힘 고발 받아 방송 '공정성' 수사
이 시의원은 7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 대표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며 서울중앙지검장 날인이 찍힌 사실증명원을 배포했다. 서울중앙지검은 문서에서 "정영서 검사 수사중임을 증명합니다"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이 해당 사건을 배당해 수사에 착수한 시점은 지난 4일이라고 한다. 이 시의원은 지난달 30일 당선자 신분으로 이 대표를 업무상배임, 직무유기,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이 시의원은 "각계각층에서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정치 편향성에 대해 우려와 비판이 있었음에도 피고발인은 관리·감독의 최종 책임자로서 이를 시정할 노력은 하지 않고, 오히려 김어준 진행자를 옹호하며 불공정 편파방송을 방조한 행위는 명백히 직무유기"라며 "TBS에 손해를 끼쳐가며 김어준 진행자에 연 5억 원에 가까운 출연료를 계약서도 없이 지급하는 것은 명백히 업무상배임 및 직권남용죄를 저지른 것으로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서울남부지검(지검장 양석조)은 이 시의원이 지난 2020년 법세련 대표로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고발한 사건을 2년 만에 수사하기 시작했다. 이 시의원은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검언유착' 의혹 보도를 앞서 인지하고 있었으며 채널A 재승인을 보류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권경애 변호사와 주요 보수언론이 제기한 '권언유착' 의혹으로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라 '정정 및 반론보도'로 판가름됐다. 또한 방통위는 채널A에 대해 4년 재승인을 의결했다.
이 시의원의 이번 고발과 검찰수사는 서울시 감사위원회 감사결과를 바탕으로 한다.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최근 TBS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법정제재 이후 후속조치가 미흡하다며 '기관장 경고'를, 김어준 씨에게 계약서 없이 출연료를 지급했다는 명목으로 '기관 경고'를 통보했다.
감사결과 통보에 앞서 월간조선을 통해 서울시 감사결과 내용이 상세히 보도됐다. 보도에 따르면 '후속조치 미흡' 건은 이 대표가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힌 김어준 씨에게 계속 진행을 맡겼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김어준 씨가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이재명 지지'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결정된 선거방송심의위원회 법정제재는 현재 법원에 의해 효력이 '정지'된 상태다. 지난달 서울행정법원은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TBS가 법정제재 취소를 요구한 행정소송 판결이 나올 때까지 효력을 정지했다.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 규정'은 '특정 후보·정당 지지를 공표한 자를 선거 기간 중 시사 정보 프로그램 진행자로 출연시켜선 아니 된다’(21조3항)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김어준 씨의 발언이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에서 정한 지지 내지 공표인지 여부 ▲특별규정이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났는지 여부 ▲명확성의 원칙과 비례원칙을 준수하였는지 여부 등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법정제재 효력을 정지했다.
월간조선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받은 법정제재 건수가 많다는 것도 문제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TBS 미디어재단으로 전환한 2020년 2월 이후 '법정제재'는 5건이다. 5건의 법정제재가 많은지 적은지는 따져볼 문제다. 예를 들어 2015년부터 2020년 8월까지 TV조선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받은 법정제재는 50건이다.
김어준 씨 출연료 지급 문제와 관련해서는 TBS 내규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디어재단 TBS 제작비 지급 규정에 따르면 콘텐츠 참여자의 인지도, 지명도, 전문성, 경력 등을 특별히 고려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대표이사 방침에 따라 상한액을 초과하여 제작비를 지급할 수 있다. TBS는 "대표이사의 ‘개인 재량’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진행자 평가와 선정, 제작비 규모를 선정하는 편성위원회 등 내부 논의를 거친 후 대표이사의 ‘결재’를 통해 지급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출연료 액수는 문제될 게 없다는 서울시 감사위원회 의견이 제시된 바 있다. 지난해 논란 당시 서울시 감사위원회에서 공공감사 업무를 총괄하는 관계자는 미디어스에 "감사를 한다면 200만 원 출연료가 많냐 적냐의 문제는 감사로서 사실 진행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사람에 따라 많다 적다 판단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규정'에 의해 200만원을 지급했다고 하면 누구를 처벌하거나 그러지는 못하는 안건이다. 우리는 규정을 위반했냐 아니냐를 따진다"고 말했다.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김어준 씨 출연료 계약서에 관한 내용이다. TBS가 김어준 씨와 맺은 '구두계약'은 프리랜서 계약 비율이 높은 방송업계 현실에서 오래된 관행으로, 개선이 이뤄져야 할 문제인 게 사실이다. 이에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매년 실태조사 등을 통해 프리랜서 직종 서면계약 비율을 공개하며 계약서 체결을 유도하고 있다. TBS는 지난해 7월 구두계약 관행을 서면계약으로 개선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지난 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다 같이 쭉 앉아 있었는데 우리만 딱 불러가지고 '너는 왜 앉아 있었어' 뭐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토로했다.
이강택 TBS 대표 "국민의힘, 토끼몰이식 협박하나"
이 대표는 국민의힘이 교육방송 전환, TBS 운영조례 폐지 등을 추진하는 데 대해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토끼몰이식 협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민의힘 의원들은 TBS는 교통방송인데 왜 다른 것을 하느냐고 지적했는데, 올해 들어 오세훈 서울시장이 교육방송으로 바꿔야 한다고 한다"며 "서울시의회는 한발 더 나아가 정치적 공정성이 문제가 있고 교통방송이 낡았으니 아예 민영화를 하자고 한다"고 비판했다.
TBS 조례는 '재단의 기본재산은 서울특별시의 출연금 및 그 밖에 수입금으로 조성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TBS 전체 예산의 70%가량이 서울시 지원금으로 이뤄져 있다. TBS 조례가 폐지되면 TBS와 서울시의 출자·출연 관계는 정리된다. 공영방송 TBS가 민간방송사로 바뀌는 것이다.
TBS가 민영화 되면 상업광고를 통해 재정을 충당할 수 있다는 국민의힘 주장에 대해 이 대표는 "기본적으로 라디오 광고시장이 절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방송통신위원회가 TBS의 상업광고 허용을 쉽게 결정하지 못할 것"이라며 "설사 허용이 된다고 해도 상업광고를 하려면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상업광고에 따른 (재원) 순증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며 "공공성을 버리고 상업광고로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올바른 방향인가도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라고 짚었다.
방통위는 지난 2019년 12월 서울시 사업소였던 TBS의 독립법인화를 허가하면서 상업광고는 허용하지 않았다. 방통위는 "상업광고는 공공성 저해 등의 우려가 있고, 현재 재정상황을 고려할 때 시급한 사안이 아니므로 현 단계에서는 허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았다"고 밝혔다.
6개 라디오방송사업자들은 TBS 상업광고 허용을 반대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방통위에 제출했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올해 5월 기준으로 4년 연속 청취율 1위라는 기록을 세웠다. 압도적 청취율을 기록하는 킬러 콘텐츠를 보유한 TBS에 상업광고가 허용되면 라디오 광고 시장 전체 파이가 크게 늘지 않는 한 여타 사업자들의 영업에 타격을 미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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