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감사원이 전 정부를 겨냥한 동시다발적 '사정 감사'가 본격화됐다는 세계일보 보도에 대해 "어떠한 정치적 목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감사원이 착수한 감사 대부분이 여권의 의도에 맞아 떨어진다는 해석이 전적으로 틀리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언론·미디어계 관련 감사 현황을 보면 정치적 해석을 빼놓고 얘기하기 어려운 정황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감사원 (사진=연합뉴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감사원 (사진=연합뉴스)

세계일보는 5일 기사 <소쿠리 투표·TBS 캠페인·서해 공무원 피격… 文정부 겨냥 ‘사정감사’ 본격화>에서 "감사원은 감사 배경에 대한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여야가 한창 공방을 벌이고 있는 사안이 대부분이어서 정치적 중립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세계일보는 ▲선거관리위원회 사무 전반에 대한 '강도높은' 감사(소쿠리 투표용지 수거 사건, TBS '1합시다' 캠페인 등)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건 감사 ▲기획재정부 세수 추계 실패 감사 ▲여권의 한상혁 위원장 사퇴 압박 속 방송통신위원회 감사 ▲경찰국 신설·치안감 인사 번복 논란을 빚는 행정안전부에 대한 감사 등을 대표적인 윤석열 정부 감사원의 '사정 감사'로 꼽았다.

이에 감사원은 6일 해명자료를 내어 "감사계획에 따라 감사를 실시하는 한편 국민적 의혹 해소를 위해서도 감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어떠한 정치적 목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은 "기사에 따르면 감사원 감사 배경의 정치적 중립 논란이 우려된다고 보도하고 있으나 '세수 추계' '방통위 '행안부' 감사는 이미 연간 감사계획에 반영되어 있던 감사사항"이라며 "'선관위'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등은 국민적 의혹이 큰 사안에 대해 사실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감사에 착수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감사원은 "'감사원이 꼭 해야 하고, 잘할 수 있는 일'에 조직 역량을 집중하는 것은 감사원의 기본 임무"라며 "전방위 '사정 감사'에 나섰다거나 감사 배경에 정치적 중립 논란이 우려된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니 보도에 참고하시기 바란다"고 알렸다. 

사상 최초 '선거업무' 직무감사… 권성동, TBS '일(1)합시다' 콕 집었다

감사원의 선관위 감사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가동 시점부터 예견됐다. 지난 3월 감사원은 인수위에 비공개 업무보고를 진행했다. 이후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긴급 브리핑을 열고 "얼마 전 감사원의 업무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선관위가 헌법상 독립기구이긴 하지만 선거 준비를 턱없이 부실하게 한 데 대해 감사 여부를 물었다"며 "감사원 측은 '6월 지방선거 이후 감사를 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헌법상 독립기구인 선관위의 업무에 관한 감사원 감사는 처음있는 일이다. 감사원은 4일 "이번 감사에서 선관위의 회계 집행뿐만 아니라 사무 전반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강도높은 감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구로 선관위를 설치한 이유가 직무수행에 있어 외부로부터 부당한 간섭을 배제하기 위한 것이라며 감사원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5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자 곧바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구체적인 사례를 거론하며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압박했다. 권 원내대표는 5일 "선관위가 이제 와서 중립성 침해를 이유로 감사원 감사에 반발한들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렵다"면서 "'1 합시다' 캠페인은 문제삼지 않으면서 '내로남불'은 특정 정당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불허하는 등 정치 편향성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권 원내대표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고리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압박했다. 권 원내대표는 방통심의위가 김어준 씨의 '날조 보도'에 대해 솜방망이 징계를 해왔다며 정밀조사 후 '봐주기 결정'을 한 것이 드러나면 방통심의위원들을 상대로 고발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TBS '1합시다' 캠페인 논란에 대해 고발을 진행했다. TBS는 지난해 '+1합시다' '#1합시다' 유튜브 채널 100만 구독 캠페인을 진행했다. '시민들이 구독+1을 해주면 TBS가 더욱 일(1)을 잘할 수 있다'는 기획 캠페인이다. 하지만 중앙일보를 비롯한 언론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TBS 캠페인을 상징하는 '1합시다'의 '1' 색상이 민주당 상징색인 '파란색'이라고 보도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TBS 상징색은 '민트색'이다. 국민의힘은 김어준, 주진우, 김규리 씨 등 TBS 프로그램 진행자들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검에 고발했다.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국민의힘은 현재 공영방송 TBS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 서울시의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국민의힘은 개원 첫 날인 지난 4일 TBS 조례 폐지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 소속 김현기 서울시의장은 TBS 편향성을 이유로 조례 폐지안을 발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TBS 조례가 폐지되면 서울시와의 출자·출연 관계가 정리돼 지원금은 사라지고 '민영화' 수순을 밟게 된다. 

TBS 유튜브 채널 백만구독 캠페인 홍보화면

방통위 감사, 착수 이틀 전 통보한 감사원

여권이 한상혁 방통위원장에 대해 사퇴를 종용하고 있던 시점에 감사원은 지난달 22일 방통위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원은 연간 감사계획에 있었던 정기감사이고, 감사대상 기관인 방통위와 협의를 통해 일정을 정했다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감사착수 이틀 전 방통위에 감사일정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방통위 감사를 언제, 어떻게 정했는지에 대해 함구했다. (관련기사▶감사원, 방통위 감사 착수일 이틀 전 일정 통보)

감사원은 15명 안팎의 감사인원을 정부과천청사로 보내 방통위 기관운영감사를 실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방통위 기관운영감사에는 10명의 감사인원이 투입됐다. 한 방통위 관계자는 4일 JTBC에 "통상 감사원 감사관 한 명이 한 정부 기관의 감사를 담당하는데, 이번에는 감사관이 3명이나 나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방통위는 정원이 300명도 안 되고 예산도 2500억 원 내외의 정말 작은 조직인데 감사 규모가 역대급"이라며 "이런 정기감사는 공무원 생활 중 처음"이라고 했다. 

JTBC는 "통상 방통위에 대한 정기감사는 4~5명의 감사원 관계자가 자료를 검토하는 '예비감사'를 진행한 뒤에 본 감사를 시작했다. 본 감사는 10여명 관계자가 방통위 청사 내 상설 감사장을 설치해 수행하는 수순을 거쳐 왔다"며 "그런데 이번 정기감사는 예비감사 단계 없이 곧장 14명 내외의 관계자가 방통위에 상설 감사장을 설치하고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검찰도 나섰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달 16일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가 한상혁 방통위원장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한 사건을 약 2년 만에 조사에 착수했다. '윤석열 사단' 양석조 검사가 서울남부지검으로 취임한 지 3주 만이다.  

고발인 이종배 전 법세련 대표(현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는 2020년 3월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검언유착' 의혹 보도를 앞서 인지하고 있었으며 채널A 재승인을 보류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권경애 변호사와 주요 보수언론이 제기한 '권언유착' 의혹으로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라 '정정 및 반론보도'로 판가름됐다. 또한 방통위는 채널A에 대해 4년 재승인을 의결했다. (관련기사▶한상혁 방통위원장 고발사건, 2년 만에 꺼내는 검찰)

정권교체 때마다 반복되는 감사원의 KBS 감사

최근 감사원은 KBS노동조합 등이 제출한 감사제보와 국민감사 청구 등을 이유로 KBS에 답변서를 요구했다. 지난달 20일 KBS 노동조합과 일부 시민단체 등은 남영진 KBS 이사장과 김의철 KBS 사장에 대한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이보다 앞서 KBS 노동조합은 감사원에 감사제보를 넣었다. 또 이들은 한상혁 방통위원장에 대해서도 KBS 지역국에 대한 부실관리 책임이 있다며 국민감사청구를 제기했다. 

국민감사가 청구됐더라도 감사원이 곧바로 감사에 착수하는 것은 아니다. 공공기관의 사무처리가 법령위반 또는 부패행위로 인해 공익을 현저히 해하는 경우 19세 이상 국민 300인 이상이 감사를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에서 감사실시 여부를 결정한다. 국민감사청구심사위는 감사원 직원 3명과 외부위원 4명(교수·변호사·시민단체 대표자·언론인)으로 구성된다.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는 청구된 사항에 대해 30일 이내에 감사 실시 여부를 결정해야 하고, 감사 실시를 결정한 날부터 60일 이내에 감사를 종결해야 한다. 

2020년 더불어민주당 소병철 의원이 감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10년간 국민감사청구 감사찰수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민감사청구 평균 감사착수율은 11%에 불과하다. 감사에 착수하는 경우에도 접수부터 착수까지 평균 4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종결까지는 3개월이 더 소요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KBS 정연주 사장이 이사회에 의해 해임되고 KBS를 나서는 모습. (영화 '공범자들' 스틸 이미지. 엣나인필름)

감사원 감사는 정권교체기 KBS 경영진 교체의 주된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다. 이명박 정부 시절 정연주 KBS 사장 해임 건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 보수단체의 국민감사청구를 계기로 감사원은 정 사장에 대한 감사에 착수, 부실경영 등을 이유로 해임을 요구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KBS 이사회 결의를 거쳐 해임을 결정했다. 

검찰은 정 전 사장이 KBS와 국세청 간 법인세 부과 취소 소송에서 법원의 조정 권고를 받아들여 556억 원을 환급받은 것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정 전 사장에 대한 해임과 검찰의 기소는 2012년 대법원에서 각각 무효·무죄로 확정됐다. 2019년 검찰과거사위원회는 "검찰은 유죄판결의 가능성이 없음에도 공소를 제기했다. 현저한 주의의무 위반의 과오가 있다"며 검찰총장 사과를 권고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는 KBS 이사회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가 당시 고대영 KBS 사장 해임의 시작점이었다. 감사결과 KBS 이사 10명이 법인카드를 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327만 원의 법인카드 유용 사실이 드러난 강규형 이사에 대한 해임이 결정됐다. 하지만 2021년 대법원은 강 이사 해임이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327만원 법인카드 유용이 여타 이사들에 비해 현저히 크다고 보기 어려워 유용 사실만으로 이사직 해임을 할 수 없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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