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TBS를 교육방송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EBS 이사회에서 기능 중첩에 따른 논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EBS는 기능 조정과 교육사업 등의 주제를 놓고 서울시와 대화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26일 열린 EBS 이사회(이사장 유시춘)에서 황성현 이사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TBS를 교육방송 혹은 교육 라디오 방송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생각한다고 했다. EBS와 분명히 논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서울시가 지방자치단체이기 때문에 권한에 따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EBS의 역할과 중첩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EBS, TBS)

황 이사는 "(6·1지방)선거가 끝나고 나면 TBS의 역할에 대해 분명히 논의가 될 텐데 거기서 EBS도 분명히 관련 논의에 참여를 해야 한다"며 "중첩 등 제도적으로 개선할 부분이 있으면 개선하고, 위탁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런 부분까지 열린 마음으로 논의가 됐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김유열 EBS 사장은 "서울시가 TBS를 교육방송으로 전환하는 부분은 선거가 끝나고 구체적으로 이슈가 되면 저희들로서는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사항"이라며 "그 때가 되면 저희 입장이 나올 수 있고, 한편으로는 시·도교육청 또는 지자체와 같이 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 사장은 "제 목표 중 하나는 시·도교육청과 지금 새롭게 출범하는 200여개 이상의 기초자치단체, 광역자치단체 쪽하고 굳건한 네트워킹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올해, 내년의 커다란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EBS 경영평가단은 보고서에서 "EBS가 주도적으로 시도교육청과 긴밀한 협조 관계를 구축하여 지역 특성에 맞는 학교교육 보완 방안, 다양한 요인으로 발생하고 있는 교육격차 해소 방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미래교육 등과 관련한 중장기 교육정책을 설계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경영진에 제안했다. 

종합하면 EBS는 TBS 교육방송 전환에 따른 기능 중첩을 우려하면서도, 한편으로 서울시와 협상을 통해 위탁사업 수주 등을 도모할 기회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지난달 중순 언론 인터뷰를 통해 TBS 교육방송 전환 구상을 밝혔다. 오 시장은 6·1지방선거 이후 국민의힘이 서울시의회 다수 의석을 확보하게 되면 본격적으로 TBS 기능 전환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TBS 조례 개정을 통한 교육방송 전환 방침을 시사한 것으로,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서울시의회 의석 68%를 차지했다.

그동안 오 시장의 TBS 교육방송 전환 방침에 'EBS가 있는데 또 교육방송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뭔가'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오 시장은 'EBS와 같은 교육방송은 많을수록 좋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19일 오 시장은 CBS라디오 '한판승부'와 인터뷰에서 '또 다른 교육방송을 만들었을 때 EBS와의 관계는 어떻게 되나'라는 질문에 "EBS도 훌륭한 교육방송이지만 서울 시민들이 인생 2모작, 3모작을 하는 데 필요한 교육 내용은 둘, 셋, 네 개가 있어도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연합뉴스)

지난 21일 오 시장은 월간조선과 인터뷰에서 "이미 EBS란 교육방송이 있고, 채널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수신료, 방송진흥기금 등 각종 명목으로 받는 지원금만 연간 1500억원이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서울시가 교육방송을 운영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디지털 전환 시대에 방송을 활용해 서울시민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떠오른 게 취·창업 재교육 콘텐츠"라며 "앞으로 교육방송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 또 교양과 문화예술, 이거 다 방송이 감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의 구상은 교육용 영상콘텐츠 제공이 주력 사업인 '서울런'을 지상파 라디오를 통해 방송하겠다는 내용으로 사실상 TBS 보도기능을 박탈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다. '서울런'은 저소득층, 학교 밖 청소년, 다문화 가정 청소년 등 취약계층 학생들이 8개 사교육업체 중 한 곳을 선택해 강의를 무료로 수강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서울런' 회원이 아닌 일반시민은 다양한 분야의 '오픈 강의'를 들을 수 있다. 

문제는 '서울런'은 음성 콘텐츠가 아닌 영상 콘텐츠라는 점이다. 교육 영상을 제공할 수 있는 TBS TV는 등록제로 운영되는 케이블TV의 채널이며 유튜브 채널은 법인이나 개인이 운영하는 사적 채널이다. TBS TV와 유튜브에 '서울런' 사업을 접목시키는 것은 조례 개정을 통한 기능 전환과 관련이 없다. 또한 '서울런'은 교육부, EBS 등이 진행하는 사업과 중복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서울시의회가 조례를 개정하더라도 TBS를 교육방송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방송통신위원회 허가 절차를 밟아야 한다. TBS는 '교통·기상을 중심으로 한 방송사항 전반'에 관한 내용으로 방통위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방통위는 TBS가 교육방송으로 기능을 전환하는 허가 변경 신청서를 접수한다면 EBS 외 별도의 교육방송이 필요한지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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