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서울남부지검이 지난 2020년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한 사건을 약 2년 만에 조사에 나섰다. '윤석열 사단' 양석조 검사가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취임한 지 3주 만이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여당인 국민의힘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고발인 이종배 전 법세련 대표(현 국민의힘 서울시의원 당선자)는 2020년 3월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검언유착' 의혹 보도를 앞서 인지하고 있었으며 채널A 재승인을 보류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권경애 변호사와 주요 보수언론이 제기한 '권언유착' 의혹으로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라 '정정 및 반론보도'로 판가름됐다. 또한 방통위는 채널A에 대해 4년 재승인을 의결했다.

검찰, 새 정권 들어서자 권경애 '권언유착' 주장 조사 착수
16일 이종배 전 대표는 지난 2020년 8월 9일 한 위원장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한 사건과 관련해 서울남부지검에서 고발인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고발 접수 2년 만이다.
이날 이 전 대표는 "피고발인 한상혁이 2020년 3월 26일 채널A에 대한 재승인을 보류하자 MBC가 기다렸다는 듯이 2020년 3월 31일 채널A 이동재 전 기자의 이른바 '강요미수 의혹 사건'에 대한 기사를 보도했다"며 "보도 1시간 뒤 한상혁은 권경애 변호사와 전화통화에서 MBC가 한동훈 검사장을 실명으로 보도하지 않았는데도 '한동훈 검사장 실명과 부산 좌천을 언급했다'고 권경애 변호사가 주장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2020년 3월 26일 채널A가 종편 재승인 심사에서 662.95점을 받아 재승인 기준점인 650점을 넘겼고, 중점심사사항 기준 또한 넘겼기 때문에 피고발인들은 재승인을 해야 함에도 규정을 위반하여 채널A 재승인을 보류했다"며 "이는 채널A로 하여금 다시 재승인을 받기 위한 여러 준비를 하게 해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고 정당한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정치 중립성과 공정성을 상실한 피고발인 한상혁은 단 하루도 방통위원장에 있을 자격이 없으므로 엄벌에 처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권 변호사의 당초 주장과 다르고 권 변호사의 주장을 받아 보도한 조선·중앙일보의 정정·반론보도 내용과 부합하지 않는다. 권 변호사가 보도하지 말아달라며 썼다 지운 페이스북글은 MBC '검언유착' 의혹 첫 보도 이전에 한 위원장으로부터 "한동훈을 반드시 내쫓을 것이고 보도가 곧 나갈 것"이라는 연락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주요 보수언론과 국민의힘은 이를 '권언유착' 의혹의 핵심 증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MBC 보도 1시간 이후인 오후 9시 9분부터 23분간 권 변호사와 통화했다는 통신기록을 공개했다. 이를 통해 한 위원장이 MBC 보도 내용을 사전에 알고 있었고, 1시간 반가량 압박성 통화를 했다는 권 변호사의 주장은 반박됐다.
그러나 권 변호사는 "기억에 오류가 있었다"면서도 '권언유착' 의혹을 접지 않았다. 그는 "한 위원장은 왜 MBC가 'A검사장'으로만 보도했음에도 한동훈의 이름과 부산을 언급했는지 의문을 떨쳐 버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위원장은 MBC 사장 선임 문제, 권 변호사가 언급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문제 등에 대해 통화를 나눴으며 보도를 통해 'A검사장'이 '한동훈 검사'라는 건 당시 대부분이 알고 있던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MBC 보도에 "윤석열 한 칸 띄고 최측근 이렇게 치면 딱 나오는 사람"이라는 제보자의 전언이 명시돼 있어 당시 기자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도 'A검사장'을 '한동훈'으로 특정했다.

"권경애 변호사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이를 바로잡습니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주요 보수언론은 '검언유착' 의혹 보도를 미리 알고 있던 한 위원장이 채널A 재승인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2020년 3월 26일 연합뉴스TV, YTN, TV조선, 채널A에 대한 재승인 심사 점수가 나왔는데, 채널A에 대한 재승인 의결이 왜 곧바로 이뤄지지 않았는지 이유가 석연치 않다는 얘기다.
그러나 당시 방통위는 연합뉴스TV와 YTN 등 보도PP에 대해 승인유효 기간 등을 고려해 재승인을 의결하고, TV조선과 채널A 재승인 안건은 추후 처리하기로 했다. 두 보도PP의 승인유효기간은 3월 31일까지였으며 두 종편PP의 승인유효기간은 4월 21일까지였다. TV조선의 경우 공정성 부문 과락 평가로 청문 절차를 앞두고 있었다.
방통위는 "YTN, 연합뉴스TV에 대해서는 재승인을 의결하고 TV조선과 채널A에 대해서는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 편성‧보도의 독립성 강화 등을 위한 계획을 확인하기 위해 청문절차 등을 거친 후 재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유사 전례도 있다. 2017년 종편‧보도PP 재승인 시 방통위는 보도PP에 대해 먼저 의결하고, TV조선 청문 등의 절차를 거쳐 종편PP 재승인 안건을 처리했다.
방통위는 3월 27일 추가설명자료를 통해 채널A는 청문 대상 사업자가 아니고, 종편PP 특성을 고려한 공통 조건 및 권고사항 등에 대한 논의와 확정과정을 거쳐 추후 재승인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재승인 기준 점수를 넘겨도 조건을 부과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3월 31일 MBC 보도가 이뤄지자 채널A측이 방통위에 먼저 의견을 제시하고 싶다고 제안해 방통위의 의견 청취가 진행됐다.
권 변호사 주장을 보도했던 조선·중앙일보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라 지면과 인터넷 홈페이지에 "사실 확인 결과, 3월 31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 전에 미리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보도내용을 알았다는 권경애 변호사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이를 바로잡습니다"라는 정정보도문이 게재됐다.
또한 중앙일보는 "한 위원장은 'MBC 보도 후 1시간 이상 지난 오후 9시경에 통화가 이뤄졌으며, 통화내용 또한 MBC 보도와 관련 없는 내용이었고, MBC 보도를 사전에 인지한 바 없으므로 3월 26일 채널A에 대한 재승인 보류 결정 역시 전혀 무관하다'고 알려왔습니다"는 반론을 게재했다. 조선일보 역시 "한 위원장은 'MBC 보도 후 1시간 이상 지난 오후 9시경에 통화가 이뤄졌으며, 통화내용 또한 MBC 보도와 관련 없는 내용이었다'고 알려왔습니다"라는 반론문을 게재했다.

4년 재승인 받은 채널A…방통위 "보류한 적 없다"
방통위 관계자는 16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채널A가 점수가 넘었는데도 재승인을 보류했다고 하는데, 보류한 적이 없다"며 "'철회권 유보'라는 조항, 중대한 공정성의 문제가 발생한 경우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단 것이다. (법세련 고발 내용 중)가장 사실관계가 틀린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채널A는 '검언유착' 의혹 당시 방통위 청문에서 이동재 전 기자가 '제보자X'에게 들려줬다는 '녹음파일' 상대방을 특정할 자료가 없다고 말한 뒤 '철회권 유보' 조건의 4년 재승인을 받았다. 향후 조사‧검증‧수사 등을 통해 방통위가 채널A 경영진으로부터 접수한 의견청취 내용이 사실과 다르거나, 방송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중대한 문제가 확인될 경우 재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는 조건이 붙었다.
'검언유착' 의혹의 핵심은 '한동훈 검사 녹음파일'에 대한 존재 여부로 채널A 재승인 취소가 걸려있다. 이동재 전 기자 강요미수 사건 1심 재판 증거목록에 따르면 채널A 관계자들은 '녹음파일'을 확인했으며 녹음파일 대화 상대방을 '한동훈 검사'로 인지하고 있었다.
MBC 보도 직전인 지난 2020년 3월 31일 배혜림 당시 채널A 법조팀장과 강경석 채널A 기자(현 동아일보 기자, 채널A 진상조사보고서 작성자)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 출력물에서 두 사람은 '녹음 파일의 음성은 한동훈 검사'라는 취지의 대화를 나눴다. 증거 참조사항에 "한동훈의 취약한 워딩도 있다는 강경석의 메시지 등 채널A 관련자 상당수는 피고인들이 지OO에게 들려준 녹음파일을 들어보았다는 사실, 그 음성이 한동훈이라는 사실 등"이라고 명시됐다. (관련기사▶채널A '검언유착' 의혹, 법원 증거 채택에서 '그 목소리'는)
한편, 정부여당이 독립기관장인 한 위원장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의 사퇴를 종용해 논란을 빚고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은 지난 14일 국무회의를 앞두고 방통위와 권익위에 '참석 대상이 아니다'라고 통보했다. 권성동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은 언론 인터뷰와 기자회견을 통해 한 위원장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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