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에 실망하거나 분노하는 유권자들이 많지만 그렇다고 더불어민주당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누구는 “이재명의 사당”이라고 하고, 또 누구는 “180석을 몰아줬는데 한 게 뭐냐”고 한다. 공천이 공정하게 되는 것 같지도 않다. 이런 식으로 했는데도 의석수가 늘거나 유지된다면 세계 선거사의 미스터리로 남게 될 거다.

구도가 이러니 이낙연 전 총리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는 게 큰 뉴스가 되는 거다. 만일 이낙연 전 총리의 탈당이 한국의 정치와 공동체를 더 나아지게 하는 데 기여할 거라고 느껴진다면 많은 사람들이 응원을 할 것이다. 그런데 이낙연 전 총리가 내놓은 탈당의 변이 그런 방식으로 유권자들의 가슴에 와서 꽂혔을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당 내부의 알력 싸움에서 밀려난 결과라는 것 이상의 맥락을 찾기 어려웠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 및 신당 창당을 선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 및 신당 창당을 선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낙연 전 총리는 더불어민주당의 오늘을 만든 책임이 있다는 점에 대해 나름대로 반성의 메시지를 내놨지만, 어느 정도의 진정성이 실렸는지 의문이다. 이낙연 전 총리가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당헌을 고쳐가며 자신들이 원인을 제공한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낸 것과 위성정당 전략에 동조한 것 정도이다.

그런데 이 사례들은 더불어민주당에 우호적인 인사들도 비판하는 바이고, 지지율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도 했던 사안이다. 위성정당 문제는 제3지대에서 창당을 해보겠다는 자신의 행보와도 연계돼 있다. 연동형 비례제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앞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위성정당 전략을 다시 쓰는 경우 이낙연 전 총리는 이를 비판하는 입장에 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즉, 어느 편에서 보아도 비판받을 여지가 상당한 문제이거나 앞으로 자신이 적대할 수밖에 없는 문제에 대해서 반성의 메시지를 낸 것이다. 그걸 과거 자신의 행보에 대해 제대로 반성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일까?

이낙연 전 총리는 자신과 지지자들이 모멸 받고 공격 당한 사례를 언급하며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안팎을 뒤덮고 있는 이른바 ‘팬덤정치’의 폐해를 지적하였는데, 이런 사례는 어떨까? 지난 정권에서 KBS가 대통령을 인터뷰 한 일이 있었다. 지금이야 기자들이 물어야 할 것을 제대로 묻지 않는다며 호통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때는 기자가 건방진 표정으로 감히 대통령의 말을 끊고 불손한 것을 묻는다며 화를 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역시 ‘팬덤정치’의 폐해였다. 인터뷰를 담당한 기자는 신변의 위협을 느낄 정도의 상황이었다.

동아일보 신문기자 출신인 이낙연 당시 총리는 SNS에 썼다. “신문의 ‘문’자는 ‘들을 문’자입니다. 그러나 많은 기자들은 ‘물을 문’자로 잘못 아십니다.” ‘팬덤’은 역시 이낙연 총리라며 박수를 쳤다.

그러나 기자는 쓰는 사람이고, 쓰기 위해선 물어야 한다. ‘들을 문’에서 듣는 사람은 독자이고, 독자가 새롭게(新) 듣도록(聞) 하기 위해서도 기자는 역시 물어야 한다. 기자 출신인 이낙연 전 총리가 이런 일을 모를 리가 없었다. 총리가 나서서 굳이 한 마디 얹을 필요가 있는 상황도 아니었는데, 굳이 “신문은 들을 문”이라고 한 이유는? 팬덤 정치에 편승하는 쉬운 길을 택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실제로 어느 시기, 이낙연 전 총리는 더불어민주당 내 ‘팬덤정치’ 최대 수혜자 중 하나였다.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오른쪽부터)와 한국의희망 양향자 대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새로운선택 금태섭 공동대표,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양 대표의 출판기념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오른쪽부터)와 한국의희망 양향자 대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새로운선택 금태섭 공동대표,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양 대표의 출판기념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런 과거를 하나하나 반성하지 않고 말하는 팬덤정치 비판이란 뭘까? 이낙연의 팬덤정치가 이재명의 팬덤정치에 패배했을 때만 등장하는 양당제의 한계를 깨겠다는 결단이란 무엇인가? 그런 논리들은 남을 반대하기 위한 것뿐인 게 아닌가? 대다수의 유권자들에게 이낙연 전 총리의 행보가 그럴듯해 보이지 않는 것은 이런 감각 때문일 것이다.

이낙연 전 총리에게 ‘이재명의 민주당’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는 단순한 논리를 얘기하려는 게 아니다. 이런 방식으로는 어렵다는 얘기를 하는 거다. 많은 사람들이 제3지대 신당이 성공하기 위해선 반윤, 반명에 머물지 말고 독자적 가치와 노선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을 한다.

그래서인지 이낙연 전 총리는 대선공약 같은 이런 저런 약속과 계획을 적어 발표하기도 했는데, 그것 자체로는 양당과 크게 차별화되지 않는다. 똑같은 것을 하겠다면서 “내가 하면 되고 양당이 하면 안 됩니다” 하려면 “나는 다릅니다”를 보여줘야 하는데, 이미 거기서 실패하고 있다는 거다. 문재인 정권 시절 얘기부터 해보시라. 기자에게 있어 “신문은 들을 문”이 아직도 맞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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