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최근 감찰이나 수사로 그 상태(수사·재판)가 지속되는 고위급 검사 수가 늘었다. 그런 분들을 국민을 상대로 수사·재판하는 곳에 장기간 두는 것은 문제가 있다" (6월 16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발언 중)

문재인 정부 주요 보직 검사들을 수사·재판 상태를 이유로 좌천시킨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고발사주' 의혹 피의자 손준성 검사를 승진시켜 "왜 손준성만 예외냐"는 언론 비판이 제기된다. 한 장관은 검찰 중간간부·평검사까지 '총장 패싱' 인사를 단행해 "법과 원칙에 어긋난다"는 보수언론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한 장관은 지난 28일 검찰 중간간부·평검사 등 검사 712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고발사주'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손준성 검사가 서울고검 송무부장으로 영전했다. '고발사주' 의혹에서 고발장 관련 증거자료를 수집한 성상욱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장으로 영전했다. 성 검사는 '판사사찰 의혹 문건'을 작성하기도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은 28일 '고발사주' 의혹 피의자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오른쪽)을 서울고검 송무부장으로 승진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은 28일 '고발사주' 의혹 피의자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오른쪽)을 서울고검 송무부장으로 승진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30일 경향신문은 사설 <“수사받는 검사, 보직 어렵다”던 한동훈, 손준성은 예외인가>에서 "손 검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총장의 눈과 귀'로 불리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을 지내며 국민의힘 측에 고발장을 전달한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고검 송무부장은 핵심 보직은 아니지만 '검찰의 꽃'으로 불리는 검사장 승진을 바라볼 수 있는 자리"라며 "중대 비위 혐의로 재판받는 검사가 직무배제되거나 한직 발령을 받기는커녕 영전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형사사건의 피고인은 유죄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된다. 그러나 손 검사는 일반 시민이 아니라 '공익의 대표자'인 검사"라며 "받고 있는 혐의도 공직선거법·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공무상 비밀누설 등으로 하나같이 가볍지 않다.(중략)선거법을 어기고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혐의를 받는 검사가 국가소송을 책임진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경향신문은 한 장관이 법무연수원 좌천 인사를 단행할 당시 했던 발언을 거론하며 "손 검사는 왜 예외가 되나. '윤석열 사단'이라는 이유 외에 다른 설명을 내놓을 수 있나"라고 따져 물었다. 경향신문은 "검찰 업무와 관련된 비위 혐의로 기소되거나 압수수색 대상이 된 검사를 중용하는 일이 '국민의 이익'과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 궁금하다"고 의문을 표했다. 법무부는 이번 인사 배경에 대해 "국민의 이익을 위해 검찰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6월 30일 사설  갈무리
경향신문 6월 30일 사설 갈무리

같은 날 한겨레는 기사 <손준성 말고도 많다…‘검찰 흑역사’ 쓰고도 승승장구 검사들>에서 손 검사 혐의와 영전에 대해 "국가 사법시스템의 근간을 흔드는 기소 내용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유죄가 인정될 경우 현직 대통령의 검찰 사유화 논란으로도 비화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게다가 손 검사는 이른바 판사사찰 문건 의혹으로 여전히 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이기도 하다. 그는 건강상 이유로 공수처 출석 요청에 불응하고 있는데, 한 장관은 그를 비중있는 자리로 발령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한겨레에 "명예롭고 승진도 유력하지만 할 일은 많지 않은 자리가 바로 서울고검 송무부장"이라며 "재판을 받고 있는 손 검사를 최대한 고려해 준 인사로, '내 편은 잊지 않겠다'는 일종의 보은 인사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한겨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원주 별장 성접대 의혹을 불기소 처분했던 김수민 검사, 서울시 공무원 간접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 씨에 대한 '보복 기소'로 공수처에 입건된 안동완 검사 등이 각각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 수원지검 안양지청 차장검사 등으로 발령됐다고 짚었다.

주요 보수언론는 수차례 이어진 한 장관의 '총장 패싱' 검찰 인사에 대해 윤석열 정부의 모토인 '법과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30일 사설 <검찰총장 없는 검찰 인사, 법 취지와 상식에 어긋난다>에서 "인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윤 대통령 검찰 재직 시절 수사를 같이 하거나 참모를 지낸 이른바 '윤석열 사단' 검사들의 요직 등용, 친문재인 정부 성향 검사들의 좌천"이라며 "명분이 그럴듯해도 법과 상식에 따른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그 또한 비정상이다. 검찰 고위 간부에서부터 검찰 중간 간부 인사까지 모두 검찰총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이뤄졌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썼다. 

중앙일보는 검찰 인사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제청한다는 검찰청법 34조를 거론하며 "법무부 장관의 독단적 인사를 견제하기 위해 노무현 정부 때 송광수 검찰총장이 강력히 주장해 넣은 조항이다. 법무부 검찰국에서 인사 업무를 담당했던 한 장관이 그 의미를 모를 리 없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정상적이지 않으니, 한 장관이 검찰총장을 겸임하는 미국식 법무장관의 역할을 꿈꾸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나오는 것 아닌가"라며 "법과 원칙을 수없이 강조해 온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의 평소 소신에도 정면으로 어긋난다"고 했다.

중앙일보 6월 30일 사설  갈무리
중앙일보 6월 30일 사설 갈무리

세계일보는 사설 <수사 요직에 또 ‘尹사단’ 기용, 검찰총장 허수아비 만드나>에서 "한 장관이 총장 부재 상태에서 연거푸 인사를 하는 건 정상이 아니다"며 "심지어 '총장의 입'으로 불리는 대검 대변인까지 새로 채워졌다. 이러니 차기 총장은 허수아비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세계일보는 "게다가 한 장관이 총장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을 차일피일 미루는 건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시켜주고 싶은 후보의 결격 사유가 나온 건지, 식물총장이 되기 싫어 기피하는 건지 안갯속"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29일 사설 <檢 일선 부장까지 700명 물갈이… 누가 되든 ‘식물총장’ 될 것>에서 "검찰 공무원의 지휘 감독권을 가진 검찰총장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지는 검찰 인사도 전례를 찾기 어렵지만 총장 없이 대규모 사정(司正)이 이뤄진 적은 없었다"며 "하루빨리 총장 후보자를 지명해 총장 지휘 아래 검찰이 좀 더 공정하고 중립적인 사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검찰 정상화’의 길"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檢 수사진 대거 교체... 선택적 수사 논란 없도록>에서 "현재 각 검찰청에서는 블랙리스트 의혹,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이재명 의원 관련 각종 의혹 등 다수 수사가 동시다발로 진행 중"이라며 "범죄 혐의를 수사해 진실을 밝히는 건 당연한 절차다. 다만 그간의 비상식적 속도전 인사의 목적이 서둘러 반대세력을 손보겠다는 의도였음이 향후 수사로 증명된다면 곤란하다"고 당부했다. 한국일보는 "원했던 검찰 인사를 끝내 밀어붙인 윤석열 정부는 여전히 후보추천위원회조차 구성하지 않고 있는 검찰총장 인선에 이제라도 속도를 내기 바란다"고 했다.

반면 문화일보는 한 장관 인사를 추켜세웠다. 문화일보는 29일 사설 <코드인사 바로잡은 檢, 원칙 수사로 국민 신뢰 얻으라>에서 "검찰총장 부재(不在) 상태에서 이뤄졌고 ‘윤 사단’이 약진했다는 등의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문재인 정부의 조국·추미애·박범계 법무장관 시절 단행된 황당한 ‘친정권·코드 인사’를 바로잡았다는 의미가 훨씬 크다"고 주장했다. 

문화일보는 "현재 대검 차장이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하고 있는 만큼, 검찰 인사는 불가피한 고육책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며 '윤석열 사단' 일색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외양의 일부만 본 것이다. 외려 울산시장선거 개입, 조국 일가 비리,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등 문 정권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다 한직으로 쫓겨났던 강단 있고 실력 있는 검사들의 원대복귀 성격이 뚜렷하기 때문"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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