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5년 전 대통령 박근혜 탄핵으로 귀결된 촛불 혁명의 요구 중 하나는 검찰개혁이었다. 검찰개혁 없이 나라가 바로 설 수 없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이어 촛불 정부를 자임하며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을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대선을 50여 일 앞둔 지금, 검찰개혁은 촛불 민심의 요구대로 되었을까?

지난해 12월 30일 탐사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특집 다큐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잔혹사>를 공개했다. 뉴스타파는 지난 5년의 핵심 장면들을 통해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검찰개혁 방향을 제시했다. 다큐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6일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잔혹사>를 연출한 송원근 뉴스타파 PD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송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잔혹사>를 연출한 송원근 뉴스타파 PD (사진제공=송원근)

특집 다큐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잔혹사>를 공개하셨는데 소회가 어떠신지요?

“문재인 정부 5년이 끝나가잖아요. 회사 선배인 한상진 기자와 ‘문재인 정부 5년의 시간 중 가장 필요한 이야기’를 연말에 해보자고 했는데, 그게 검찰개혁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묘하게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됐잖아요. 이런 독특한 현상이 벌어지게 된 상황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다큐는 검찰개혁 이슈를 꾸준히 보도하고 있는 한상진 기자와 기획 단계부터 아이디어를 교환했고 취재의 많은 부분도 함께했어요. 특히, 한 시간가량의 다큐멘터리임에도 예상을 훨씬 웃도는 많은 분들이 시청해주고 관심 가져주시는 데에 감사해요. 그동안 단편적인 뉴스에 머물러 있던 사건들의 의미를 분석해 꿰어서 연결해보니, 이제야 비로소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이 얼마나 잔혹했는지를 알게 됐다는 말씀들을 해주셔서 뿌듯한 마음이 큽니다.”

문재인 정부 5년 되돌아보니 어떠세요?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굉장히 끔찍하지 않았을까요? 모든 결과가 엉망인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현 정부의 검찰총장이 야당의 대선후보가 되었으니까요. 대통령 입장에선 검찰개혁이라는 큰 꿈을 꾸었지만 결국 실패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 다큐 제목을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잔혹사’라고 지었어요.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도 잔혹한 시간이었겠지만, 그보다 검찰개혁이라는 의제를 두고 놓고 봤을 때는 한없이 더 잔혹한 시간이었다는 거죠.”

뉴스타파 <특집 다큐> 문재인정부 검찰개혁 잔혹사

어느 부분부터 취재하셨어요?

“지난 몇 해 동안 뉴스타파에서 취재, 보도한 내용부터 살폈죠. 2019년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가 윤석열 후보에게 ‘왜 2012년과 다른 답변을 청문회에서 하는 건가요’라고 묻잖아요. 그때 총장 후보자가 했던 말들도 다시 살폈어요. 시간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어요.”

2019년 7월 25일, 청와대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임명되는 순간부터 다큐가 시작하잖아요. 이유가 있을까요?

“자료 영상을 살피면서 가장 웃으면서 봤던 게 임명식이 이뤄지던 날의 모습이었어요. 그날, 청와대 의자에 앉아 대통령을 기다리는 윤석열 당시 총장의 표정이 지금도 잊히질 않아요. 참으로 행복한 사람의 표정이었어요. 그날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표정을 시청자들에게 다시 한번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서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조국 당시 민정수석의 모습도 보이고, 임명장을 수여할 때 대통령과 총장 너머에서 눈을 감고 만면의 미소를 지으며 박수 치던 노영민 당시 비서실장의 모습도 인상적이었어요.

그날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이 시작된 줄 알았지만, 실상은 그날 이후 동상이몽을 꿈꾸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잖아요. 그런 면에서 지난 5년 중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날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뉴스타파 <특집 다큐> 문재인정부 검찰개혁 잔혹사

‘2기 법무검찰 개혁위’ 위원장을 맡았던 김남준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바로 검찰개혁 플랜을 가동해야 했다고 말씀하시던데, 어떤 뜻인가요?

“김남준 변호사는 ‘검찰개혁은 정권이 힘이 있을 때 해야만 한다’고 주장하거든요. 아마 검찰의 생리를 잘 아는 대부분 법률가의 공통된 생각이겠죠. 정권 초기 검찰이 건네는 유혹에 취하지 말고, 단호하게 실행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죠. 그런데,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정권 초기 적폐청산 작업을 무시하지 못한 거죠. 그 주체가 검찰이라는 게 문제긴 하지만요. 김남준 변호사는 그래서 적폐청산이 끝나고 검찰개혁을 실행하는 것이 아닌, 적폐청산과 동시에 검찰개혁 역시 점진적으로 추진됐어야 한다고 보는 거죠.”

문 대통령은 앞서 참여정부 시절 검찰을 경험했잖아요. 그런데도 검찰을 잘 몰랐을까요?

“저도 그게 가장 의문이에요.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노무현 정부에서 검찰을 경험했잖아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 전 총장을 믿었던 것 외에는 달리 해석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왜 그런 판단을 했던 것인지, 저도 꼭 묻고 싶네요.”

다큐에서 김종민 의원은 2019년 7월 대검찰청 간부 인사가 문제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인사는 결국 자신과 가까운 사람을 쓰는 것 아닌가요?

“이번 다큐멘터리에 사용한 김종민 의원 인터뷰는 2020년 7월에 한상진 기자가 진행한 거예요. 당시 김 의원이 굉장히 상징적인 말을 하는데 ‘동종 교배의 비극’이라는 말이었어요. 인사란 결국 국정 운영을 잘할 수 있도록 사람을 배치해 힘을 실어주는 것이죠. 그러나 그 힘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균형이 맞아야 해요. 새가 한쪽 날개만으로 날지 못하는 것처럼요.

검찰이라는 권력기관도 마찬가지예요.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대검찰청에는 총장을 보좌하는 수뇌부인 부장들이 포진해 있어요. 윤 총장이 된 후인 2019년 7월 26일에 그 수뇌부를 결정하는 간부 인사를 해요. 그런데 인사 당시에는 총장에게 힘을 실어준다고 생각했던 인사가 시간이 지나고 보니, 비극의 시작이었다고 자인을 하게 되는 거죠.”

그러나 임명권자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 아닌가요?

“맞아요. 모든 결재는 문재인 대통령이 했어요. 결국 책임은 문 대통령이 져야 하는 거죠. 요즘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이 윤석열 총장이 그럴 줄 몰랐다거나 속았다는 얘기를 언론에 나와서 하던데요. 저는 그분들이 국민들께 먼저 석고대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뉴스타파 <특집 다큐> 문재인정부 검찰개혁 잔혹사

검찰개혁 이슈에서 조국 전 장관 수사를 빼놓을 순 없을 것 같아요.

“저는 사실, 조국 전 장관이 국민에게 사죄하고 반성해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보다 더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이 ‘검찰의 정치 행위’라고 생각해요. 검찰의 잣대는 과연 공평한가란 근본적인 질문을 하고 싶어요. 실례로 조국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 교수에 대해 들이댄 검찰의 잣대와,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에게 들이댄 검찰의 잣대가 과연 공정하고 동일한가에 대해 검찰이 답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2019년 8월, 조국 일가에 대한 압수수색이 벌어진 데 대해 지금도 제가 가장 문제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검찰이 수사로 ‘대통령의 인사권’을 빼앗아 가버렸다는 점이거든요. 압수수색 당시를 떠올려보면,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여론이 극심하게 악화되던 시기였잖아요. 그렇다면, 대통령이 여론을 통해 자신의 인사에 대해 숙고하고 판단할 기회를 주었어야 해요. 청와대 내에서도 분명 고심했을 거예요. 그런데 검찰이 대통령의 인사권 앞에 갑자기 칼을 들고 나타나 수사를 시작해버린 거잖아요. 이 부분은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이해가 불가능할 것 같아요. 검찰이 모든 국가 시스템을 무시한 채 자신들만이 옳다고 믿고 실행한 거죠.”

윤석열 후보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사주를 만났고, 여당에선 이 사실이 굉장한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총장 지명 후 청문회 땐 여당 의원들이 그 사실을 몰랐다는 건가요?

“더 큰 문제들도 덮고 넘어갔는데, 윤석열 검사를 검찰개혁의 적임자로 보고 검찰총장으로 밀어붙이던 때 청와대나 여당에서 그런 행위가 티끌만 한 문제라도 될 수 있었을까요? 이번에 취재한, 청와대에서 근무한 한 관계자는 2018년부터 윤석열 검사 관련한 여러 소문이 청와대로 들어왔지만, 당시 청와대에서는 그것을 그저 ‘고약한 소문’ 정도로 치부했다고 말하던데요. 청와대나 여당 입장에서는 검찰개혁을 주체적으로 하겠다는 검찰총장이 탄생할 찰나인데, 어떻게든 가리고 덮고 싶지 않았을까요?”

뉴스타파 <특집 다큐> 문재인정부 검찰개혁 잔혹사

고발사주 의혹도 담으셨던데 이 사건도 검찰개혁과 연관이 있나요?

“고발사주 의혹이 처음 보도된 게 2021년 9월 2일 ‘뉴스버스’라는 언론을 통해서였어요. 총선 당시 최강욱 의원, 황희석 변호사가 야당으로부터 고발당하는데, 그 고발장이 대검찰청 수사 정보정책관실에서 작성되었다는 게 보도의 주요 내용이었어요. 2020년 3월 31일, MBC에서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보도가 나왔습니다. 채널A 기자와 현직 검사장이 수감 중인 이철이란 사람에게 여권 측 정치인에 대한 비리를 자백할 것을 강요했다는 의혹이었어요. 당시에는 그저 MBC의 ‘검언유착’ 의혹 보도였을 뿐이지만, 2021년 9월 고발사주 의혹 보도를 통해 당시 검찰과 야당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밝혀지게 되죠.

3월 31일의 MBC ‘검언유착’ 보도를 기점으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부산에서 근무하던 한동훈 검사장이 수없이 통화하거나 메시지를 주고받습니다. 여당과 기자들에 대한 고발장은 검찰총장의 최측근, 수사 정보정책관인 손준성 검사가 전달했고 그 고발장에 담긴 피해자의 이름이 윤석열, 김건희, 한동훈이었어요. 그게 2021년 9월 2일 ‘뉴스버스’의 첫 보도를 시작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던 거고, 당시 제보자였던 조성은 씨를 저희가 인터뷰했어요.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는 지점이죠.”

마무리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야 검찰개혁이 완성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검찰이 지닌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가지고, 수사를 개시하고 종료할 수 있는 권한과 함께 기소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도 지니고 있잖아요. 검찰 권력을 견제하려면 반드시 막강한 두 권한을 분리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것이 검찰개혁의 요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뉴스타파 <특집 다큐> 문재인정부 검찰개혁 잔혹사

인터뷰이 대부분이 여권 측이라 편향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반대편 주장도 담았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애초 이번 다큐멘터리를 통해 검찰개혁이라는 이슈의 ‘양면’을 다루고자 했던 게 아니었어요.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부터 검찰개혁을 둘러싸고 지금까지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를 다시 돌아보고, 그 시간 속에서 검찰개혁이란 과제가 어떻게 좌절되어 갔는지를 살펴보고 싶었어요. 그러기 위해서 주목해야 할 사건의 당사자들을 카메라 앞에 앉혀야만 했어요. 그런 측면에서 노력했다고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윤석열 후보를 인터뷰이로 섭외할 생각은 안 했나요?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잔혹사를 설명하는데, 현재 정치인이 된 윤석열 후보 본인의 이야기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이미 그가 그동안 남긴 수많은 말들이 있었고, 그 말들을 그 타이밍에 한 이유에 주목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자꾸 ‘아이러니’라는 말이 떠오르게 되네요.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검찰개혁을 놓고 봤을 때, 지금 야당의 대선후보가 된 윤석열 전 총장을 결코 떼어놓을 수 없잖아요. 야당의 대선후보를 언급하지 않고 풀어갈 수는 없는 것일까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에서 빠지게 되면, 지난 5년의 시간은 그저 껍데기만 남게 되더라고요. 실제 윤석열 후보가 검찰총장에 임명될 때만 하더라도, 촛불 시민들의 큰 염원을 받든 검사가 바로 윤석열 후보였잖아요. 결국, 문재인 정부의 시작에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있었고, 그렇게 정부와 검찰이 서로 원하는 결과를 얻어가며 공존하게 되죠. 검찰총장이 되어 정권을 향해 칼자루를 바꿔 쥐었을 때도, 중심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있었어요.

그리고 결국, 문재인 정부가 끝나는 시점에 야당의 대선후보가 되어 문재인 정부 앞에 서게 됐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문재인 정부의 시작과 끝에 검사 윤석열이 서 있는 거예요. 아이러니, 이 모순적인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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