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법무부 장관 후보로 자신의 '오른팔'로 불리는 한동훈 검사(49, 사법연수원 부원장)를 지명했다. 한 검사가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지 일주일 만이다.

13일 윤 당선자의 2차 내각 인선에 한동훈 검사가 포함됐다. 윤 당선자 최측근 인사인 한 검사는 1995년 사법시험 합격 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초임 발령을 받아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대검 중수부, 법무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을 거치며 특수통 검사로서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 현대고등학교, 서울대 법과대학 법학과를 졸업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등을 역임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2차 내각 발표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검수완박 저지'와 '상설특검'

윤 당선자는 "한동훈 후보자는 20여 년 간 법무부와 검찰의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고 수사와 재판, 검찰제도 등 법무행정분야의 전문성을 쌓아왔다"며 "앞으로 법무행정의 현대화,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사법시스템을 정립하는 데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지명 이유를 밝혔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배포한 설명자료에서 "진영을 가리지 않는 '권력 비리 수사의 상징'이다. 수년간 이어진 온갖 핍박에 맞서 공직자의 본분을 다하며, 상식과 정의를 지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윤 당선자는 한 검사 지명이 '파격 인사'라는 평가에 대해 "법무행정을 담당할 최적임자로 절대 파격인사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구체적인 지명 이유를 묻자 윤 당선자는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다양한 국제업무 경험도 가지고 있다"며 "제가 주문한 것은 법무행정이 경제발전을 뒷받침할 수 있는 법무행정의 현대화, 그리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사법제도"라는 발언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TV조선 기자는 한 검사에게 "민주당의 검수완박 추진에 대한 대응 방안이 있으실지 여쭙는다"면서 "이른 질문일 수 있는데, 법무장관 직권으로 상설특검이 가능하다. 대장동 사건 등에 대해 특검 가능성이 있을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민주당 '검수완박' 추진에 대해 한 검사는 "이 나라의 모든 상식적인 법조인, 언론인, 학계, 시민단체들이 전례없이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다"며 "재심전문 변호사, 아동학대 사건에 진심을 다해 온 변호사들이 자기 이름을 내걸고 이렇게까지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주기 바란다. (검수완박 저지)방안에 대해서는 차차 여러분과 함께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대장동 사건 상설특검 여부에 대해 한 검사는 "제도화 된 문제를 어떤 권한으로 행사할 것인가의 문제"라며 "제가 아직 알지 못하는 구체적 사안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이라고 미리 말씀드리는 건 경솔한 문제 같다"고 답했다. 현행 특검법(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법무장관은 국회와 별개로 검찰총장과 협의해 상설특검 도입을 결정할 수 있다.

인수위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를 검토하는 데 대해 한 검사는 "이미 당선인이 약속했고, 저도 박범계·추미애 장관 시절 수사지휘권이 남용된 사례가 얼마나 국민에게 해악이 컸는지 실감하고 있다"며 "제가 장관에 취임하면 수사지휘권을 구체적 사건에 행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2차 내각 발표가 끝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언유착 의혹' 족쇄 풀고

지난 6일 검찰은 '검언유착' 의혹 피의자인 한 검사를 "확립된 법리와 증거 관계상 공모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수사 착수 2년 만이다. 검찰은 지난 2020년 6월 한 검사의 '아이폰11'을 확보했지만 한 검사가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아 디지털포렌식 작업에 실패했다.

'검언유착' 의혹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한 검사와 공모해 수감 중인 전직 벨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 이철 씨로부터 유시민 전 이사장의 비위 혐의를 캐내려 했다는 내용이다. '검언유착' 의혹의 핵심 쟁점은 이 전 기자가 '제보자X'에게 들려줬다는 '녹음파일'의 상대방이 한 검사인지 여부다. 이동재 전 기자 강요미수 사건 증거목록에 따르면 2020년 3월 31일 배혜림 당시 채널A 법조팀장과 강경석 채널A 기자(현 동아일보 기자, 채널A 진상조사보고서 작성자)는 '녹음 파일의 음성은 한동훈 검사'라는 취지의 카카오톡 대화를 나눴다.

해당 재판 수사기록을 보면 이날 배혜림 팀장은 강경석 기자에게 "이게 보여줬다는 녹취록"이라며 문제의 '녹취록' 내용을 공유하고 난 뒤 "누가봐도 한동훈 음성지우너('지원'의 오기로 추정)"라고 말했다. MBC '검언유착' 의혹 보도에 대해 채널A-한동훈 검사-권순정 대검 대변인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공동대응한 정황도 드러났다.

한 검사의 '아이폰11'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 중인 '고발사주' 사건의 핵심 증거이기도 하다. 지난해 9월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2020년 4월 1일 윤석열 검찰총장, 한동훈 검사,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권순정 대검 대변인 등이 서로 수차례 연락을 주고 받았다고 밝혔다. 2020년 4월 3일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는 텔레그램을 통해 '손준성 보냄'이 표기된 메시지를 같은 당 조성은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에게 보냈다. 범여권 인사와 언론인들에 대한 고발장이 메시지에 담겨 있었다.

지난 2020년 2월 13일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이 부산고등·지방 검찰청을 찾아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를 비롯한 간부진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칼럼 논란에 "듣지 못한 얘기"

윤 당선자는 이날 내각 인선안 발표에 앞서 "능력과 인품의 겸비가 인사의 기준"이라며 "원칙에 부합하면 계파는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윤 당선자는 '능력과 인품 겸비가 인사원칙이라고 밝히셨는데 1차 내각 인선 이후 일부 후보자가 과거 발언 논란으로 사퇴압박을 받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 "저는 뭐 듣지 못한 얘기"라며 "무슨 문제가 있으면 (언론이)취재해서 보도하면 살펴 보겠다"고 말했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이창양, 여성가족부 김현숙, 보건복지부 정호영, 문화체육관광부 박보균 장관 후보자의 칼럼이 입길에 올랐다. '출산 기피 부담금', '출산은 애국', '결혼은 암 특효약', 성인지 예산 가짜뉴스, 윤석열-박근혜 옹호 등이다.

특히 윤 당선자와 '40년 지기'라는 정호영 후보자의 경우 의료인이 성추행 고발을 당하면 10년간 취업·개설을 제한하도록 하는 아청법에 반대하는 칼럼을 쓰면서 "애당초 여자 환자의 가슴에 바로 귀를 대기가 민망해서 만들어진 청진기가 이젠 더욱 길어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또 병원 채용 면접위원으로 참여한 경험을 칼럼으로 쓰면서 남성보다 여성 응시자가 사진 보정을 더 많이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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