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TV수신료 조정안이 국회 임기 종료로 폐기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신료위원회'를 설치하고, 조정안 처리 기한을 설정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10일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가 개최한 '정파성 탈피를 위한 TV수신료 결정절차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장은 수신료위원회 필요성을 강조했다. 

10일 한양대학교에서 열린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 정기학술대회 '정파성 탈피를 위한 TV수신료 결정절차 개선방안' 세미나 (사진=EBS)
10일 한양대학교에서 열린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 정기학술대회 '정파성 탈피를 위한 TV수신료 결정절차 개선방안' 세미나 (사진=EBS)

"수신료위원회 통해 정치적 논란 종식시켜야"

현행법상 수신료는 KBS이사회가 수신료 조정안을 의결하면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를 거쳐 국회가 심의·의결하는 절차를 밟는다. 하지만 1981년 이후 40년 동안 수신료는 월 2500원으로 동결됐다. 과거 2007년, 2010년, 2013년 세 차례에 걸쳐 KBS 이사회의 수신료 조정안 의결이 있었지만 모두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지난해 7월 KBS 이사회는 수신료를 월 3800원으로 인상하는 조정안을 의결했다. 해당 수신료 조정안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 회부돼 있지만 국회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김 소장은 이 같은 수신료 결정 절차를 수신료위원회 심의·의결, 방통위 검토, 국회 승인여부 결정 등의 단계로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김 소장은 "수신료의 1차적 결정 주체가 수신료 사용 기관인 KBS 이사회라는 점은 설득력·객관성이 떨어진다. 또 하나의 수신료 사용 주체인 EBS는 이 논의에서 배제되고 있다"며 "현행 방송법상 방통위가 수신료에 대해 개입할 근거가 모호하다. '방통위를 거쳐'라고 표현돼 있는데 '거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전국 17개 광역의회가 추천하는 수신료위원회(1안), 국회·학회·시민사회·언론단체가 추천하는 수신료위원회(2안) 등을 제시했다. 1안은 17개 광역의회 의장이 각 광역의회 동의를 받아 1명씩 위원을 추천해 총 17명으로 구성되는 수신료위원회다. 수신료 징수 대상이 전 국민이라는 측면에서 고안된 안이다. 김 소장은 1안의 경우 규제기관으로부터의 독립성이 담보되는 장점이 있지만,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우려가 있고 정파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2안의 경우 국회 3명, 방통위가 선정한 학회 3명, 시민사회·언론단체 3명 등 9명으로 수신료위원회가 구성된다. 김 소장은 2안에 대해 정파성을 배제하고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규제기관의 영향력이 미칠 여지가 있다고 했다. 방통위가 선정하는 학회에 대한 정치적 문제제기가 이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소장은 수신료위원회를 합의제 독립기구인 방통위 산하 법정위원회 형태로 두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공영방송 정책을 담당하는 주무부처의 연계성을 고려한 의견이다. 다만 수신료위원회의 독립성을 담보하기 위해 방통위는 행정적·사무적 지원만 하도록 업무절차를 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 유튜브 중계화면 갈무리)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 유튜브 중계화면 갈무리)

이어 김 소장은 국회법, 국가재정법을 준용해 수신료 조정안의 처리 기한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방통위는 수신료위원회 조장안을 접수한 날부터 60일 이내 검토의견을 덧붙여 국회에 제출하되 회계연도 개시 120일 전까지 국회에 제출하도록 한다 ▲국회는 예산 심사절차에 준해 수신료 조정안을 처리한다 등의 내용으로 법개정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10월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은 국회 소관 상임위가 수신료 조정안 심사를 11월 30일까지 마쳐야 하고, 기한까지 심사를 마치지 못한 경우 그 다음 날 심사를 마쳐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김 소장은 수신료위원회의 업무를 수신료 산정뿐 아니라 ▲수신료 연구와 여론수렴 ▲4년마다 수신료 산정·배분 등 업무수행에 관한 검토보고서 국회 제출 ▲방송사업자를 상대로 수신료 관련 자료제출 요구 등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신료의 변경이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언제 얼마나 변경해야 하는지 등 공영방송 재원을 상시적으로 연구·검토하는 기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수신료 결정은 절차의 문제뿐 아니라 공영방송의 공적책무, 회계분리, 한국전력 위탁 수수료 등의 논란이 항상 따라붙는 문제"라면서도 "지금은 수신료를 산정·검증하는 절차의 문제가 중요하다. 수신료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 수신료위원회 설치를 통해 논란을 종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KBS와 EBS가 갈등을 겪는 게 가장 큰 문제"

이날 유시춘 EBS 이사장은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이 2020년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에 적극적인 찬성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은 한국전력 위탁수수료율 상한을 현행 6.15%에서 3%로 낮추고, EBS에 배분하는 수수료율 하한을 3%에서 30%로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 이사장은 "여야가 합의해 김영식 의원안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게 저뿐만 아니라 EBS 구성원들의 생각"이라며 "많은 논란들이 숙성돼 이제는 국회가 엔터키를 누를 때"라고 말했다.  

김영식 의원실 박승용 선임비서관은 "KBS가 셀프로 수신료를 인상해 절차적 정당성이 타당한지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된 게 수신료위원회 설치안이 나온 근본적인 이유"라며 "셀프 인상 외에도 KBS와 EBS가 갈등을 겪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EBS는 두 자리 인상을 요구하고, 저희 의원실에서는 국정감사에서 30%로 올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KBS 이사회는 수신료 조정안에서 EBS 수신료 배분율을 5%로 산정했다. 

박 비서관은 "BBC의 경우에도 공영방송의 가장 중요한 책무 중 하나로 교육을 보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환경 변화에 맞춰 (수신료 인상 비율을 높여야 한다"며 "2028학년도 수능부터는 서술형 문제가 출제될 것이고, 국가교육위원회도 출범했다. 주입식 교육에서 창의력 교육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시기에 EBS도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수신료 배분비율을 당연히 높여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실 박승용 선임비서관(왼쪽), 유시춘 EBS 이사장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 유튜브 중계화면 갈무리)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실 박승용 선임비서관(왼쪽), 유시춘 EBS 이사장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 유튜브 중계화면 갈무리)

박 비서관은 국회에서 수신료 논의의 진척이 있느냐는 유 이사장 질의에 "안타깝게도 지금 민주당에서 공영방송 거버넌스(지배구조) 문제를 처리하면서 당장 여야 간 감정이 멀어진 상황이다.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 비서관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후견주의를 없애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은 국민의힘도 당연히 동의하는 바이지만, 최근 이념 간 갈등이 양극단으로 벌어지는 상황에서 이렇게 큰 이슈부터 접근하는 방식은 옳지 못하다"며 "오히려 해결가능한 작은 이슈부터 해결하는 것이 옳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그 대표적인 게 수신료위원회"라고 했다. 

국민의힘에서 발의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은 정치권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을 명문화 해 정치적 후견주의를 강화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국민의힘이 과방위 법안2소위원장을 맡았던 21대 국회 전반기에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 민주당은 공영방송 이사 추천 주체를 국회·학계·시청자·직능단체 등으로 다양화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과방위에서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이를 '민주당·언론노조 방송장악'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문제 풀 듯 수신료 논의도 풀어야"

민주당 윤영찬 의원실 박지현 선임비서관은 "지난달 과방위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이 통과됐다. 이제는 공영방송을 국민께 돌려드리자는 큰 틀에서 얘기를 했다"며 "수신료 논의도 그런 틀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비서관은 "수신료 문제를 깊이 있게 논의할 때가 됐다는 데 여야가 공히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40년 동안 수신료 문제가 있는데 예산안을 처리할 때 최대한 빨리 처리하자는 내용의 장경태 의원안이라도 논의를 해야 한다"며 "여기에 대해서는 여당도 야당의 법안이라고 해도 논의를 거부하지는 않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실 박지현 선임비서관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실 박지현 선임비서관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 유튜브 중계화면 갈무리)

박 비서관은 수신료위원회를 방통위 산하 법정위원회로 두는 안에 이견을 보였다. 박 비서관은 "수신료 납부의 주체가 국민이라는 점에서 국회 소속으로 수신료위원회를 두는 것이 절차적 정당성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방통위 소속으로 두면 끊임없이 정파성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에 국회가 주체가 된다면 국민을 대표한다는 의미에서 타당성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 비서관은 수신료위원회 구성에 관해 김 소장이 제시한 1안, 광역의회 추천안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박 비서관은 "인원이 많으면(17명)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말이 나왔지만 과방위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이 (이사)21명으로 돼 있다. 게다가 비상임으로 돼 있기 때문에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또 박 비서관은 현행 수신료 결정 절차에서 KBS와 EBS가 다투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며 수신료위원회 설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비서관은 "수신료위원회가 수신료를 결정하기 전에 KBS·EBS 이사회가 수신료위원회로 의견을 보내야 한다. 수신료위원회가 조정 역할까지 해야 한다"며 "지금은 방통위가 의견을 받기는 하지만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 '알아서 협의하라', 국회에도 '알아서 결정해주세요',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결국 KBS와 EBS가 싸우는 형국처럼 보이게 하는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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