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멈춰 있는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제 논의를 되살리는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5월 국회 언론·미디어 제도개선특별위원회가 빈손으로 종료됐다. 이날 토론회에서 언론보도 피해자를 구제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과 ‘언론 위축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충돌했다. 징벌적 손배제 대안으로 제시된 통합형 자율규제기구는 진전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와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13일 국회에서 미디어 피해구제 방안을 모색하는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발제를 맡은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시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쪽으로 언론자유가 악용되고 있다’는 이봉수 전 세명대 교수의 창작과비평 기고문을 인용하면서 “언론의 지나친 정파성은 사실에 기반하지 않고 있다. SNS를 통해 가짜뉴스가 창궐하고 언론과 1인 미디어의 경계도 모호한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윤여진 이사는 “현재 미디어 환경에서 언론보도 피해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가 겪는 고통, 확산 속도를 생각해봐야 한다”며 “물론 언론이 모든 문제를 일으키는 건 아니지만, 정보의 확산에 큰 역할을 한다. 가로세로연구소 같은 유튜브 채널은 보는 사람만 보지만, 언론이 이를 기사화해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된다”고 전했다. 윤 이사는 “미디어 피해구제를 위해 국회는 시급히 (언론중재법) 재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언론 입장에서만 이 문제를 보면 합의점이 나오지 않는다”고 밝혔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특위가 빈손으로 종료된 데 대하여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특위는 끝났지만 언론중재법 논의는 계속되어야 한다.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시민의 피해와 구제는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언론은 얼마나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하는지 숙고하고 합의할 때”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징벌적 손배제는 중단해야 한다”며 “대신 법원의 위자료 산정기준을 상향해야 한다. 피해자의 사정을 고려한 위자료 가중기준을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허위표현에 대한 처벌에서 혐오표현 대응으로 정책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며 “해외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특별히 보호해야 할 사회적 법익을 도출해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사회통합과 포용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입법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찬 위원장은 “언론중재법 논의는 종료된 게 아니다”라며 “이번 입법과정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언론 피해구제 논의가 진행될 수 있다. 민주당이 다수의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하반기 국회 때 기존 당론을 철회하고, 숙의와 공론화를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언론단체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징벌적 손배제를 반대했다. 이은용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장은 “징벌적 손배제는 기자의 사기 저하를 부추긴다”며 “현행 제도를 피해구제 방안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은 “(징벌적 손배제가 통과되면) 사이비종교 교주, 사립학교 이사장에 대한 제보가 들어와도 일선 기자가 움직이지 않는다”며 “피해는 약자에게 돌아간다. (취재 과정에서) 선의의 오보는 나올 수밖에 없는데, 이를 처벌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준현 언론인권센터 미디어피해구조본부장(변호사)은 “선의의 오보는 징벌적 손배제 대상이 아닌데, 그렇게 표현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김동훈 협회장은 “법원이 선의·악의 여부를 판단하면 언론이 위축될 것”이라고 설명했으며 김준현 본부장은 “모든 불법행위는 법원이 판단하는데 언론만 그러면 안 된다는 건 좀”이라고 지적했다.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디어 피해구제, 시급하다' 토론회 (사진=미디어스)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디어 피해구제, 시급하다' 토론회 (사진=미디어스)

통합형 자율규제기구도 스톱…“권한 위임·재정 확충 이뤄져야”

언론계는 ‘통합형 자율규제기구’를 징벌적 손배제 대안으로 제시했다. 각 언론단체가 공동으로 자율규제기구를 설립하고, 문제가 있는 보도에 대해 정정·노출 중단·제재금 부과 등의 제재를 가하는 것을 말한다. 통합형 자율규제기구 출범 논의는 수개월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이은용 위원장은 ‘자율규제기구 논의는 어디까지 진행됐는가’라는 토론회 참석자 질문에 “멈춰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참여단체 중) 반대 의견을 내거나 적극적이지 않은 단체가 있다. 그런 의견을 실질적으로 논의하는 단계였는데 선거 국면이 오면서 멈췄다”고 했다.

김동훈 협회장은 “대안없이 비판할 수 없기 때문에 자율규제기구를 논의했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뭐 하고 있냐. 성과가 있냐’라고 묻는데 답답하다. 재원이 없어 언론단체가 근근이 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김 협회장은 “(언론 신뢰도 회복을 위해서는) 강력한 자율규제가 답”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법적 조치가 있어야 한다. 신문윤리위원회·인터넷신문위원회 등 규제기구도 재편돼야 한다”고 말했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는 통합형 자율규제기구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권한이 집중되고 재원 확충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심 교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같은 내용심의 기관이 보다 많은 권한을 자율규제기구에 위임할 수 있도록 제도가 정비돼야 한다”며 “행정기관과의 협치가 필수적이다. 법·제도적 보장을 못 받는다면 통합형 자율규제기구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심 교수는 “자율규제기구가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공적 재원 투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양재규 언론중재위원회 심의실장(변호사)은 “통합형 자율규제기구가 이상적이지만 걱정도 된다”며 “신문윤리위는 윤리적·저널리즘적 판단 기준을 가지고 심의하고, 언론중재위는 법익침해 여부를 본다. 방통심의위에는 또 다른 기준이 있다”고 설명했다. 양 실장은 “일정 부분 겹치는 것도 있지만 사실 조정이 안 된다”며 “(언론중재위는) 하지 말자고 말하기도 어려운 입장이어서 통합적 자율규제기구를 바라보는 마음이 복잡하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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