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퇴를 권하는 칼럼이 경향신문에 실렸다. 이 대표에게 발견할 수 있는 일관성은 '자기애'뿐으로, 그의 자기애가 깊어질수록 민주당의 위기도 깊어진다는 내용이다. 

민주당의 공천 파동은 지도부 갈등으로 번졌다. 이 대표는 '시스템 공천'을 강조했지만 '정체불명 여론조사', 친명 원외조직 좌장의 비명계 지역구 출마 등 불공정 논란으로 최고위원이 당무를 거부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여전사 3인방'(추미애·전현희·이언주)에 대한 공천도 뇌관으로 남아있다. 

민주당은 25일 심야 비공개 최고위원회와 26일 전략공천관리위원회에서 임종석 전 실장 공천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26일 열린 최고위원회를 보이콧했다. 임 전 실장 공천 지연 문제와 친명계 김우영 강원도당위원장의 비명 강병원 의원 지역구(서울 은평을) 출마 논란에 대한 항의의 의미다. 고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인식에 변화가 없다면 당분간 지도부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앞서 홍익표 원내대표가 김 위원장 출마에 반대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민주당은 27일 의원총회에서 총선 현안을 논의한다. 

27일 이대근 우석대 교수(전 경향신문 편집국장·논설고문)는 경향신문 칼럼 <이재명 사퇴를 권함>에서 "이재명은 민주당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정당 지도자로서 부적격"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이 대표를 '자기애'로 설명했다. 자기 외에 누구도 믿지도, 사랑하지도 않기 때문에 이 대표의 약속은 정세와 유불리에 따라 뒤집힌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기본소득, 선거제 개혁, 불체포 특권 포기, 민주적 공천 등의 약속이 뒤집혔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자기애의 자연스러운 귀결은 자기 아닌 거의 모든 것과의 불화다. 그는 자기가 사랑하지 않거나,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이들을 배제한다"며 "공천 파동은 자기애의 표출"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공천 불이익을 당할 만한 이들이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문제는 정당한 행위조차 정당화할 수 없다는 점"이라며 "이재명은 자기 결정을 설득하고 당사자를 승복시킬 권위와 정당성, 도덕성을 상실했다. 그는 공천 불이익을 받은 이가 불이익을 거부할 이유 그 자체"라고 했다. 

이어 이 교수는 이 대표의 목표가 총선 승리에 있지 않고, 차기 당권과 대권에 있다고 봤다. 이 교수는 "그의 눈에는 자신의 경쟁자로 여겨지는, 잠정적 당권·대권 주자가 제거되는 것만 보일 것이다. 그에게 공천은 ‘미리 보는 차기 당권 투쟁’이자 ‘잠재적 대권 경쟁’"이라며 "이재명이 사퇴하고 선거에 승리하는 길, 당권을 지키고 선거에 패배하는 길이 있다고 해보자. 그가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분명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그로서는 당이 승리해도 당권을 잃으면 패배지만, 당이 패배해도 당권을 장악하면 승리다. 쉽게 이길 수 있는 선거를 어렵게 끌고 가는 이유"라며 "이재명의 이익과 당의 이익은 충돌한다.(중략)이재명은 문제 자체이지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했다. 

같은 날 한겨레는 사설 <민주당 공천 파동, 후속 조처가 더 문제다>에서 "민주당 공천의 공정성 시비가 격화되고 있지만, 이를 수습해야 할 지도력이 보이지 않는다"며 "당 안팎이 아우성인데도 이 대표는 '시스템 공천'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원래 공천 작업은 늘 시끄럽다. 그러나 이번처럼 극단적으로 한쪽 정파에 치우치는 형식은 거의 없었다"며 "이렇게 안팎에서 납득이 안 된다고 하면, 그 시스템의 설계 자체가 잘못된 게 아닌지 원점에서 살펴봐야 하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겨레는 이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가 향후 공천 뇌관을 관리할 역량과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이번 총선에서 패한다면, 아무리 친명 위주로 당을 물갈이하더라도 이재명의 정치적 미래는 없다. 윤석열 정부가 워낙 많은 실정을 쌓았으니, 지금 이 순간만 넘기면 다 복구되리라 보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민의힘의 무감동·친윤 공천은 보수언론에서 비판받고 있다. 26일 국민의힘 공관위는 윤석열 대통령 최측근 참모 출신인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을 '양지' 경기 용인갑에 전략공천하고, 윤석열 캠프에서 메시지 팀장을 맡았던 조지연 전 국정기획수석실 행정관을 단수공천했다. 원조 친윤 권성동, '찐윤' 이철규 의원도 단수공천을 받았다.  

조선일보는 27일 기사 <혁신위 때부터 '희생' 요란하더니… 친윤 대부분 생환>에서 "친윤계와 대통령실 비서관급 이상 용산 고위직은 대부분 공천받았다"며 "특히 작년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 이후 들어선 ‘인요한 혁신위’가 총선 승리와 당의 혁신을 위해 주장한 ‘친윤·중진’ 희생은 사실상 전무하다는 평가"라고 보도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조선일보에 "당초 우려한 대규모 ‘검사 공천’ ‘낙하산 공천’은 없었지만, 그 결과 기존 친윤 의원들과 인지도 있는 용산 참모들이 살아남아 최대 수혜자가 됐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기사 <死地 가겠다던 ‘검수저’ 이원모 양지로… ‘찐윤’ 이철규 단수공천>에서 "윤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들과 친윤 핵심 의원이 속속 공천을 받자 여권은 술렁였다"며 "당내에서는 '아무리 시스템 공천을 해도 윤심 입김을 완전히 배제하는 건 불가능하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전했다. 한 국민의힘 현역 의원은 동아일보에 "이 정도면 최소한이고, 진짜 '윤심' 대방출은 비례대표 추천에서 드러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여의 ‘현역불패’ 야의 ‘친명독주’, 이대론 민심 못 얻는다>에서 현역 의원의 탈락이 없고 친윤계가 들어서는 국민의힘 공천에 대해 "잡음이 없다는 건 그만큼 세대 교체도, 혁신도, 감동도 없다는 얘기"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무감동 공천' 비판에 "억까"('억지로 비난한다' 는 뜻의 속어)라고 반박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잡음이 없다'고 자평한 건 여권의 쇄신을 원한 민심과도 거리가 멀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유권자의 요구는 대결적 정치 구조의 변화다. 그런데 이대로라면 총선이 끝나도 변할 것은 없어 보인다"며 "여당은 이재명 대표 방탄용 사천이라고, 야당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의결 시 이탈표를 우려한 사천이라고 서로 헐뜯기 바쁘다.(중략)어느 쪽이 비전과 청사진으로 새 정치의 가능성을 보여줄지에 따라 40여 일 뒤 표심이 갈릴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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