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김홍열 칼럼] 얼마 전 망중립성 관련 두 건의 기사가 올라왔다. 하나는 지난 9월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망 이용대가 소송전이 상호 합의로 끝났다는 내용이다. 2019년 8월 SK브로드밴드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 넷플릭스와의 망 이용대가 협상을 중재신청한 지 만 4년 만에 결론이 났다. 그 사이 양사는 방통위의 중재에서 법원으로 장소를 옮겨 치열한 법정 싸움을 이어왔다. 2021년 6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에게 서비스 제공을 받는 것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면서 “계약 체결여부와 어떤 대가를 지불할 것인지는 당사자 협상에 따라 정해질 문제이고, 법원이 나서서 관여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1심 판결 후 넷플릭스는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지만 최근 양사는 소송을 취하하고 상호 합의하기로 결정했다. 합의 내용은 비밀유지협약에 따라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관련 내용을 보도한 전자신문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가 수백억 원에 상응하는 경제가치를 넷플릭스로부터 지불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양사의 합의 내용이 공개될 경우 큰 사회적 파상이 예상된다. 망중립성 개념이 보편적으로 수용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콘텐츠제공사업자와 통신사간 망사용료 대가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이 일었다. 아직 일반적으로 수용되는 글로벌 규범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SK브로드밴드의 판정승이 사실이라면 망중립성 논쟁은 중요한 분기점을 맞게 된다. 망중립성 원칙이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 

SK브로드밴드-넷플릭스 망 사용료 소송 [연합뉴스TV 제공]
SK브로드밴드-넷플릭스 망 사용료 소송 [연합뉴스TV 제공]

다른 기사는 유럽에서 나왔다. EU에서 논의되고 있는 콘텐츠제공사업자의 망 사용료 부과 정책에 대해 시민들이 반대했다는 내용이다. EU는 콘텐츠제공사업자 등 빅테크 기업들에게 망사용료를 부과하는 것은 결코 망중립성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며 ’망공정기여(Network fair contribution)’법안 추진 의지를 밝혀왔다. 이런 추진 과정 속에서 시민들의 의견 청취가 있었고 청취 결과 시민들은 빅테크 기업들에게 추가로 요금을 청구하는 정책에 반대했다. 망공정기여라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결국 망중립성 원칙이 훼손될 수 있고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망 공정기여법' 연내 발의계획을 내년으로 잠정 보류했다.

두 기사 내용을 잘 살펴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한국의 방통위, 법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모두 거대 콘텐츠 기업들에게 망이용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망중립성을 해치는 일이 아니며 망의 정상성을 유지하는 하나의 솔루션이라고 판단했다는 이다. 이런 판단은 ’망공정기여’라는 표현에 잘 나타나있다. 글자 그대로 빅테크 기업들은 망의 원활한 유지를 위해서 공정하게 기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유럽통신사업자협회(ENTO) 홈페이지에는 공정기여에 관한 질문과 답변이 잘 정리되어 있다. 내용을 보면, 거대 기술기업 5~6개 회사가 전체 인터넷 대역폭의 약 50%를 점유하며 엄청난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지만 국가 통신 네트워크에 직접 투자하지 않으면서 중요한 공공재를 '고갈시키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빅테크 기업들에게 공정한 기여를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 일이며 결과적으로 통신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가격 압력을 완화할 수 있고 최고 품질의 네트워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ENTO 주장대로라면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는 유럽 소비자들이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 ENTO에 의하면 2030년에는 4,500만 명의 유럽인이 기가비트 네트워크에 연결되지 않을 위험에 처해 있고 조속히 개선되지 않는다면 제조, 의료, 운송, 문화, 지역 사회 네트워크 등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ENTO의 주장은 망공정기여는 통신사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좋은 최적의 솔루션이라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Pixabay.com
이미지 출처=Pixabay.com

그러나 ENTO의 이런 주장은 소비자들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시민들은 콘텐츠 사업자들에게 추가로 요금을 청구하게 되면 망중립성 원칙이 훼손되고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판단이 매우 중요하다. 지금까지 망중립성 원칙이 지켜졌던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망중립성을 주장하는 진영은 콘텐츠 사업자들에게 어떤 명목으로든 망사용에 대한 비용을 부과하면 그 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가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현재 국회에 8건의 망공정기여 관련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다. 개정안의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대규모 CP에게 망 사용 대가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망중립성 원칙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다. 비용이 추가된 콘텐츠 업체들은 비용 인상 시기를 저울질할 게 분명하다. 개정안 통과 전에 국회의원들은 다시 한번 국민의 관점에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법 개정으로 국민들에게 예상되는 이익과 손해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 국민 모두에 대한 손해가 예상된다면 심사숙소를 거듭해야 한다. 한 번 개정되면 다시 고치기가 힘들다. 이건 원칙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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