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넷플릭스 망 무임승차 논란이 확산되면서 해외 콘텐츠제공업자(CP)에 대한 망사용료를 부과하는 법안 발의가 이어지고 있다.

19일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국회 부의장)은 넷플릭스 등 해외CP의 망사용료 계약을 규정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김 의원 개정안은 전기통신사업자가 정보통신망을 이용하거나 제공할 때 다른 전기통신사업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김 의원은 해당 개정안을 '국내 망 이용료 계약 회피 방지법'이라고 명명했다.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이 지난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에서 열린 '넷플릭스 미디어 오픈 토크'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김상희 부의장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 트래픽 총발생량은 2017년 370만TB(테라바이트)에서 2020년 783만TB로 폭증했고, 올해는 894만TB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2분기 국내 트래픽 발생 상위 10개 사이트 중 해외 사업자 발생 비중은 78.6%다. 국내 트래픽 발생량 상당수가 해외 사업자를 통해 발생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 부의장은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CP는 연간 수백억 원 이상의 망 이용료를 납부하고, 안정적인 망 관리와 망 증설에 협력하고 있다"며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넷플릭스, 구글 등 독점 콘텐츠를 가진 글로벌 CP와 비교해 협상력이 약한 국내CP로서는 불공평한 상황에 놓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부의장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여‧야 국회의원 모두의 관심사인 만큼, 개정안 발의 이후 법안이 속도감 있게 심사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민주당 전혜숙 의원은 정보통신망 이용·제공과 관련해 계약체결을 거부하거나, 정당한 사유없이 계약이행을 하지 않는 행위를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로 규정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 변재일 의원과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도 관련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 개정안은 대형 CP의 망사용료 지급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도 입법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OTT사업자들이 망사용료, 망증설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안다. 협의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망사용료 지급 의무화 법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 임 장관은 "국내 CP와 역차별 문제도 있고 적절한 문제제기인 만큼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국무총리와의 주례 회동에서 "합리적인 망사용료 부과 문제와 함께 플랫폼과 제작업체 간 공정계약 등도 챙겨봐 달라"고 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사진=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넷플릭스는 2016년 국내 진출 이후 처음으로 서비스 구독료를 인상했다. 넷플릭스가 18일 공지한 구독료 인상안은 ▲스탠다드 요금제 월 12000원→13500원(2명 이용) ▲프리미엄 요금제 월 14500원→17000원(4명 이용)이다. 각각 12.5%, 17.2% 인상된 가격이다. 해당 요금제는 신규가입자부터 적용되고, 한 달 뒤부터는 기존가입자들에게도 적용된다.

넷플릭스의 기습적 요금 인상은 망사용료 관련 소송과 국회 입법 움직임에 따른 선제적 대응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와의 망사용료 분쟁 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지난 6월 1심 재판부는 SK브로드밴드와 협상해야 할 의무가 없고, 망사용료 지급 의무 역시 없다는 넷플릭스의 청구를 '기각'했다. 넷플릭스는 항소를 진행 중이다. 넷플릭스가 1심에서 패소하면서 요금 인상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과 같은 국내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작하기 위한 요금인상일 뿐 망사용료 논란과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넷플릭스는 망중립성을 이유로 망사용료를 반대하고 있다. 망중립성은 통신망 제공사업자는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고 차별 없이 다뤄야 한다는 원칙으로 2003년 미국 콜롬비아 로스쿨 팀 우(Tim Wu) 교수가 주장한 개념이다. 이용자 정보 접근권을 제고하고 다양한 콘텐츠 산업 성장을 위해 인터넷을 개발한 미국에서 도입됐다.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 등의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 망중립성 개념이 있었다. 하지만 소수의 글로벌 대기업이 전 세계 트래픽 상당수를 차지하게 되면서 망중립성 원칙에 대한 회의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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