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대통령 관저 이전 과정에서 풍수지리가 겸 관상가 백재권 사이버한국외대 겸임교수가 육군참모총장 공관에 방문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과 대통령실이 수개월 동안 관련 사실을 숨긴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또 대통령실이 의혹제기자와 언론사(뉴스토마토) 기자를 상대로 고발에 나선 것은 '풍수지리가는 괜찮다'는 오만함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2018년 11월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과 심야 회동을 가졌을 때 한 역술가가 동석했다고 보도했던 뉴스타파는 "동석한 역술가는 백재권 씨"라고 밝혔다. 

7월 21일 KBS '뉴스7' 
7월 21일 KBS '뉴스7'  <[단독] 경찰 “천공 아닌 다른 풍수학자가 관저 후보지 답사”> 보도화면 갈무리

KBS는 지난 21일 기사 <[단독] 경찰 “천공 아닌 다른 풍수학자가 관저 후보지 답사”>에서 "대통령 관저를 용산으로 이전하는 과정에 역술인 '천공'이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둘러봤다는 주장과 보도에 대해, 경찰이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그런데 공관을 방문한 건 천공이 아니라 다른 풍수학자라고 경찰이 잠정 결론 내린 거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국가 주요 결정에 풍수지리가 개입했다는 논란이 지속되고 있지만 대통령실과 경찰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24일 KBS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입장을 내면 정쟁을 부추길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한다. 앞서 대통령실은 김건희 여사 리투아니아 쇼핑 논란에 대해서도 "팩트를 갖고 이야기해도 그 자체가 정쟁 소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천공이 관저 이전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되었기 때문에 의혹을 제기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과 일부 야권 인사들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퍼져 있다고 한다. 

부 전 대변인은 남영신 전 육군참모총장으로부터 천공의 방문에 대해 들었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부 전 대변인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통화에서 "백재권 교수만 왔을 수도 있고, 육군 쪽의 입장을 보면 백재권과 다시 천공이 왔을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며 "수염이 좀 길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용모나 외모 자체가 전혀 다르다. 그러다 보니 납득이 안 가는 부분도 있다. 그런 착오를 팩트체크하지 않고 총장에게 보고하겠냐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는 2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백 교수가 대통령 관저 후보지에 방문한 것이 맞냐'는 질문에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민간인인 백 교수가 군 시설을 적법하게 출입했는지 조사가 이뤄지느냐는 질문에 "그건 군사기밀이니 군에서 해야 하는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경찰은 지난 4월 CCTV 분석 결과 천공과 관련한 영상은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여권은 백 교수가 "풍수지리학계 최고 권위자"이고, 백 교수가 방문한 육군참모총장 공관이 아나라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대통령 관저가 결정됐다며 야당의 '주술 프레임'이라고 대응하고 있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4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우리나라 최고 풍수지리 전문가이자 최고 권위자인 백재권 교수라는 결론이 났다.(중략)천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얘기했던 사람들의 사과는 없다"며 "백재권 씨가 겸임교수를 하고 있고, 활발하게 활동했던 상황들을 보면 자문마저 못할 수준인가"라고 했다. 김성태 국민의힘 중앙위원회 의장은 같은 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주술·무속으로 국정을 운영한다는 프레임을 씌우려고 발악하는 세력들의 가짜뉴스"라고 했다.

24일 뉴스타파는 <[현장에서] 윤석열과 관상가, 그리고 홍석현>에서 "지난 2020년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8년 11월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과 심야 회동을 가진 사실을 보도했는데, 당시 두 사람의 회동에 제3의 인물인 역술가가 동석했다는 증언이 있었다"며 "문제의 역술가가 누구인지 다각도로 취재했는데 취재 결과 동석한 역술가는 바로 백재권 씨였다"고 보도했다. 

백 교수는 중앙일보에 '관상·풍수 이야기'를 연재한 바 있다. '윤석열은 악어상' '김건희는 공작상' '문재인은 소상' 등 이른바 '동물 관상' 칼럼이다. 뉴스타파는 "재밌는 것은 백 씨가 윤석열 검사장을 만나고 난 뒤 칼럼의 논조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이라며 "윤 검사장을 만나기 전에 쓴 칼럼은 그를 ‘공포의 악어’ 관상이라고 평하면서 장점과 단점을 두루 나열했다.(중략)그러나 홍 회장의 소개로 윤 검사장을 만나고 난 뒤의 칼럼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했다. 

뉴스타파 
뉴스타파 2020년 8월 19일 <윤석열과 홍석현의 심야회동... 목격자들 "홍, 역술가 대동했다"> 보도화면 갈무리

뉴스타파는 "문무일 검찰총장의 임기가 끝나기 한 달 전이어서 차기 검찰총장의 하마평이 무성하던 때에 중앙일보에 실린 칼럼이다. 백재권은 칼럼에서 차기 검찰총장 후보 4명의 관상을 평했다"며 "그러다가 관상으로만 보면 윤 검사장이 가장 유리하다고 편을 들었다. 이어서 일방적인 칭찬을 퍼부었다"고 했다. 

2019년 6월 14일 중앙일보에 실린 칼럼에서 백 교수는 "악어 관상 윤석열은 합리적인 사고를 지녔으며 명석하기에 어설픈 짓은 안 통한다. 또한 직분에 충실한 걸 좋아하고 편중된 사고 자체를 싫어한다"며 "윤석열은 시대가 원하는 관상을 지녔다. 세상이 악어를 부르고 있다"고 했다. 뉴스타파는 "홍석현 회장은 관상가를 데리고 윤석열 검사장을 두고 일종의 ‘면접’을 봤다. 그 뒤에 나온 칼럼으로 미루어 보건대, 윤 검사장은 아마 그 면접을 통과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뉴스타파는 "천공이냐 백재권이냐’는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공적인 역할과 권한을 갖고 있지 않은 관상가가 어떻게 국가의 공적인 의사 결정 과정에, 그것도 대통령 관저 후보지 선정이라는 매우 중대하고 기밀이 요구되는 의사 결정에 개입하게 되었는지"라고 강조했다.

이충재 한국일보 고문은 이날 '이충재의 인사이트'에 올린 칼럼 <대통령실은 풍수지리가의 존재를 왜 숨겼을까>에서 대통령실이 부 전 대변인과 언론사 기자들을 형사고발한 데 대해 "문제는 당시 고발을 주도한 김용현 경호처장과 청와대 용산 이전 TF 팀장이던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백 씨와 동행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고문은 "고발 당시에 이미 부 전 대변인 등이 제기한 의혹의 당사자가 천공이 아니라 백 씨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셈"이라며 "권력의 최상층부인 대통령실이라 거리낄 게 없다는 오만함과 천공이 아니면 다른 풍수지리가가 관련돼도 괜찮다는 안이한 판단이 화를 자초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이 고문은 "경찰이 백씨를 찾아낸 과정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각에선 경찰의 태도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며 "이 사건을 덮고 넘어갈 경우 나중에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고문은 "중요한 것은 백 씨의 견해 반영 여부가 아니라 국가 중대사에 풍수지리가가 관여했다는 점"이라며 "민간인인 백 씨가 어떤 경위로 관저 후보지 답사에 참여했는지, 자문료를 지급했는지 등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경찰도 백 씨의 존재를 뒤늦게 인지했거나 공개한 배경에 대해서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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