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성소수자 축복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교단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이동환 목사가 또 다시 교회 재판에 회부됐다. 교회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정당하기 위해 이 목사를 재판대에 반복해서 세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6일 '성소수자 축복기도로 재판받는 이동환 목사 대책위원회'(이동환 목사 대책위)는 서울 종로구 감리회본부 앞에서 '성소수자 차별재판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26일  서울 종로구 감리회본부 앞에서 열린 '성소수자 차별재판 규탄 기자회견'에서 이동환 목사가 발언하는 모습 (사진=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페이스북)
26일  서울 종로구 감리회본부 앞에서 열린 '성소수자 차별재판 규탄 기자회견'에서 이동환 목사가 발언하는 모습 (사진=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페이스북)

이 목사는 지난 2019년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 축복식 집례자로 나서 축복기도를 올렸다. 이 일로 이 목사는 정직 2년의 징계를 받았고, 지난해 10월 복직했다. 하지만 지난 3월 감리회 목사·장로들이 이 목사를 '동성애 지지'를 이유로 추가 고발하면서 이 목사는 또 다시 재판에 서게 됐다. 

감리회 경기연회 심사위원회는 이 목사가 교리와장정 3조 ▲2항 ‘계교로써 교인, 교역자 또는 교회를 모함 및 악선전하였을 때’ ▲4항 ‘교회 기능과 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심사위원회 등에 무고를 하거나 교회 법정에서 위증하였을 때’ ▲8항 ‘마약법 위반, 도박 및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 등 3개 조항을 위반했다며 기소를 결정했다. 27일 첫 재판이 열린다. 

이 목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3년 전 이 즈음 이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했었다. 지난 재판을 받으며 저는 한국교회가 성소수자에 대해 얼마나 잘못 알고 있으며, 믿기 힘들 정도의 차별적인 행태를 보이는지 몸소 체험하게 됐다"며 "이런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성소수자 그리스도인들의 인권을 위해 일하고자 '큐앤에이'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올 3월, 저는 다시 고발당했다"고 전했다.

이 목사는 "제가 안타까운 것은 아직도 많은 부들의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 수준이 전근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유독 그리스도인들이 그렇다"며 "그들은 저를 심문하며 '목사라면 동성애자를 앉혀놓고 성경에 죄라고 써있으니 회개하라고 해야 한다'고 말한다. 성적지향과 성별 정체성은 누가 가르친다고 바뀔 수 있는 게 아니고, 치료의 대상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하나님께서 완벽하게 창조하신 그 모습 그대로를 존중하는 것이다. 교회 안에 이미 성소수자가 있다"며 "교회는 하나님의 품으로 나아오는 모든 이들을 향해 마땅히 목회적 돌봄을 제공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감리회는 하나님께서 오늘날 우리에게 주신 이 소명에 눈돌리지 말라"고 했다. 

이어 이 목사는 재판부에 "편견을 넘어 사람을 보아달라. 마녀사냥, 지동설재판, 노예제 옹호, 여성차별 등 교회는 성경을 근거로 당대의 편견에 편승하는 부끄러운 모습들을 보여왔다"며 "또 다시 이런 부끄러운 과거의 답습이 아닌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사랑의 판결을 내려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26일  서울 종로구 감리회본부 앞에서 열린 '성소수자 차별재판 규탄 기자회견' (사진=)
26일  서울 종로구 감리회본부 앞에서 열린 '성소수자 차별재판 규탄 기자회견' (사진=성소수자 축복기도로 재판받는 이동환 목사 대책위원회 페이스북)

'이동환 목사 대책위'는 "사람이 공중 나는 새를 반대하고, 들의 백합화를 정죄하며, 때에 따라 찬성하거나 동조할 수 있는가. 우리가 하나님이 지으신 존재 그대로를 찬성 또는 동조할 수 있는가"라면서 "하나의 교회로서 주님의 몸과 피를 나누어 먹고 마시면서도, 누군가 매 순간 자신의 존재를 거절당하며 경멸과 배제의 두려움 앞에 놓이게 된다. 이것이 과연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나"라고 따져 물었다. 

대책위는 감리회를 향해 "부끄러운 줄 모르고 자행하는 편견과 증오의 폭력을 중단하고, 약자에 대한 교회의 혐오를 참회하라"며 "다양한 존재들이 성령의 거룩하신 교통 속에 교제를 나눌 수 있도록, 성소수자 환대목회의 문을 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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