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성 소수자 축복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정직 2년 징계를 받은 이동환 영광제일교회 목사가 상소심을 요구하며 광화문 감리회 본부 앞에 농성을 시작했다. 이 목사 상소심은 7개월 째 열리지 않고 있다. 이 목사는 “이번 농성은 개신교 내 성 소수자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밝혔다.

이동환 목사와 타 교단 신부·목사 등 3명은 2019년 퀴어문화축제에서 성 소수자 축복식을 열고 “하나님은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하신다. 혐오와 차별이 아닌 사랑과 평등의 세상을 꿈꾼다”고 기도했다. 이에 감리회는 지난해 10월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 행위자를 정직이나 면직, 출교에 처할 수 있다”는 ‘교리와 장전’(내부 규칙)을 근거로 이 목사에게 정직 2년 징계를 내렸다.

이동환 목사는 지난해 11월 상소하고 공개재판을 요청했다. 하지만 감리회는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또한 감리회가 이 목사를 기소한 조 모 목사를 재판위원장에 임명해 논란이 불거졌다. 재판이 무기한 연기되자 이 목사는 교계, 시민사회단체 등과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21일 감리회 본부 입구에 농성장을 차렸다.

미디어스는 24일 이동환 목사를 만나 농성에 나서게 된 이유를 물었다. 이 목사는 “단순히 상소심이 지연되고 있어 농성장을 차린 것은 아니다”라며 “개신교 내 성 소수자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밝혔다. 아래는 이 목사와의 일문일답이다.

감리회본부 앞에서 시위를 진행하고 있는 이동환 목사 (사진=미디어스)

Q. 상소심이 연기되고 있다, 농성장을 차린 후 감리회 측 입장 변화가 있는가

최근 감리회 본부가 ‘공개재판을 보장하고, 7월 안에 상소를 속개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농성장을 입구에서 조금만 떨어뜨려달라고 요청하더라. 감리회 본부 건물에 다른 기업도 입주해 있는 만큼 이에 응할 생각이다. 사실 허탈한 마음이 크다. 그동안 공개 질의서를 보내고 상소심을 열어달라고 수차례 읍소했으나 감리회 본부는 콧방귀도 안 뀌었다. 그런데 농성장을 차린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일이 쉽게 풀리고 있다.

Q. 상소심을 앞두고 있는데 심경이 어떤가

감리회 본부가 나쁜 의도를 가지고 상소심을 연기시켰다고 생각하고 싶진 않다. 다만 분명한 건, 이번 사건은 이렇게까지 커질 일이 아니었다. 평범하게 목회 일을 하던 내가 정직을 당해서 농성을 하고 있고, 영광제일교회 성도들은 사실상 방치돼 있다. 감리회 본부가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이번 사건은 한국교회 전반의 문제다.

Q. 만약 상소심에서 패한다면 어떻게 할 계획인가

기본적으로 재판을 존중할 계획이다. 공동대책위와 논의해봐야 하지만 정의로운 판결이 나오지 않는다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할 것이다. 무죄를 받기 위해 상소심을 제기했지만, 한국교회가 더 이상 소수자를 배제하고 차별해선 안 된다는 경고의 뜻이기도 하다. 모두를 포용하는 교회를 만들기 위한 시도다.

Q. 영광제일교회 성도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감사하게도 많은 성도가 지지해주고 있다. 농성장에 찾아오는 성도도 있다. 그러나 현재 직무 정지 상태로 성도들이 방치돼 있다.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돼야 하지만 감리회 규정에 따르면 재판에 회부되기만 해도 직무가 정지된다. 성도들을 생각한다면 임시 담임목사라도 와야 하지만 다들 나 몰라라 하고 있다. 나 때문에 우리 교회까지 미운털이 박힌 건지…

농성장 안에서 인터뷰 중인 이동환 목사 (사진=미디어스)

Q. 최근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모든 영역에서의 차별을 금지하는 ‘평등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최근 민주당에서 차별금지법·평등법과 관련된 간담회를 개최해 참여했다. 민주당 측에선 극성 기독교 세력의 반발이 심하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극성 세력의 반발 때문에 차별금지법·평등법이 후퇴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기독교 내부에서 성 소수자를 지지하는 세력이 소수인 것처럼, 극성 세력 역시 소수에 불과하다. 국회의원들이 소수의 목소리에 위축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Q. 시민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는 건 부담스럽다. 농성장 앞에서 기도회를 여는데, 늘 쭈뼛쭈뼛한다. ‘내가 왜 이러고 있나’라는 생각도 든다. 사실 상소심을 앞두고 농성장을 차리고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은 목을 내놓은 일과 다름없다. 상소심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투쟁은 꼭 필요하다. 희생을 감수할 용의도 있다. 농성장을 차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생각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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