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 정직, 면직 또는 출교에 처한다.(감리회 교리와장전 1403단 제3조)

반국가단체나 구성원,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면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국가보안법 제7조 1항)

“국가보안법과 묘하게 닮았다”

지난해 인천퀴어축제에서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정직 2년 처분을 받은 이동환 목사는 감리회 교리와장전을 두고 “교회판 국가보안법, 교회보안법”이라고 지적했다. 하나님 앞에 모든 이는 평등한데, 한국교회가 성소수자를 배척하며 사상검증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교회가 성소수자를 배척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퀴어축제 현장 길 건너편에서 반대 시위를 하고 차별금지법에 극렬히 항의하는 이들의 중심에는 보수 개신교단체가 있다. 하지만 목사가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정직 처분을 받은 것은 이례적이다. (관련기사 ▶ "이동환 목사의 성소수자 축복은 죄가 될 수 없다")

미디어스는 지난 20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이동환 목사를 만나 정직 처분, 성소수자를 배척하는 보수 개신교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한때 호모포비아적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고백한 이 목사는 개신교가 인식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목사는 “사람의 생각과 언론을 막는 건 독재의 시작”이라며 감리회가 이번 문제를 성찰하지 않으면 교회가 ‘게토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래는 이동환 목사와의 일문일답이다. 부족한 부분은 추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10월 20일 미디어스와 인터뷰 중인 이동환 목사 (사진=미디어스)

Q. 이번 사건을 통해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보통의 목사들은 이름 없이 평생 살아간다. 누구는 ‘유명인이 되어서 좋겠다’고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속상한 마음뿐이다. 교회가 차별과 혐오의 모습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되어 마음이 아프다. 개신교가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행사하길 바라는 마음이 항상 있는데 이번 사건으로 사회적 인식이 나빠질 것 같다.

Q. 한국 개신교 지도부가 성소수자를 ‘반대’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목사에게 정직을 내리는 것은 이례적이다

성소수자와 관련해 교회가 편견을 가지고 부정적 시선을 가진 것은 맞다. 일부 개신교 단체가 퀴어축제 현장에서 반대 시위하는 모습이 시민들에게 각인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감리회 목사가 ‘동성애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제재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한국 개신교가 성소수자 반대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2015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모든 주에서 동성결혼을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오자 개신교 내 움직임이 거세졌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015년 6월 26일 모든 주에서 동성결혼을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정직 처분의 근거인 ‘감리회 교리와장정 1403단 제3조’가 그즈음 만들어졌다.

처음 사건이 불거졌을 때 무죄 판결을 받을 거로 생각하고 재판에 임했다. 징계를 받아도 정직 3개월~6개월 정도로 예상했다. 그런데 정직 2년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정직 2년은 감리회가 내릴 수 있는 정직 중 최고수위이며, 사실상 면직과 다름없다. ‘목회활동을 하지 말라’는 뜻인 것 같다.

또한 재판부는 단순히 인천퀴어문화축제 축복행위만 문제로 삼은 게 아니다. 재판부는 나의 언론 인터뷰를 문제 삼았다. 내가 ‘동성애자를 지지·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의 진짜 속내는 사상검증이었다. 특정 대상에 대한 동조·찬양을 죄로 삼는 게 국가보안법인데, 이번 사건은 ‘교회 보안법’이라고 봐도 된다. 이번 판결이 개신교 내외에서 큰 파급력과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Q. 재판부가 언론 인터뷰를 문제 삼았기 때문에 향후 대외활동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겠다

맞다. 지금 하는 인터뷰도 재판부가 이용할 수 있다. 사람의 생각과 언론을 막는 건 독재의 시작이다. 감리회가 스스로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지 성찰하지 않으면 교회 자체가 게토화(특정 집단만의 공간 분리)될 수 있다.

실제 다른 목사들에 대한 탄압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감리회 3040 목사 백여 명이 ‘성소수자 축복행위를 처벌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연서명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후 감리회 중직에 있는 목사들이 색출 작업을 실시했다. 일부 목사는 ‘연서명에서 이름을 빼라. 그러지 않으면 교회 후원을 끊겠다’, ‘진급을 막겠다’는 협박을 받았다. 감리회 내 사상검증의 광풍이 불고 있다.

Q. 이번 재판에 참여한 법률대리인들은 결과를 두고 뭐라고 이야기했나

기가 막힌다는 입장이다. 사회 법정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 교회 안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대응해 나가야 한다. 변호인단과 상고해야 한다는 생각을 공유 중이다. 곧 항소장을 낼 예정이다.

Q. 만약 항소 결과가 안 좋게 나오면 일반 재판으로 갈 생각이 있나

고민해봐야 한다. 만약 면직되거나 정직 수위가 유지되면 일반 법정으로 갈 순 있다. 개인적으로 그러고 싶진 않다. 내 얼굴에 침 뱉는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리회 내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만약 피해자가 나온다면 내가 가진 모든 권리를 이용해 저항할 생각이다.

2018년 8월 인천퀴어문화축제 반대 시위 (사진=연합뉴스)

Q. 개신교가 성소수자를 반대하는 맥락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모든 개신교 성도가 성소수자를 반대하는 건 아니다. 개신교 성도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차별금지법을 찬성한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문제는 남성·60대 이상·대형교회 목사가 교회를 좌지우지한다는 점이다. 이들의 목소리가 과대대표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사회와 마찬가지로 목사가 지시하면 따라야 하는 위계적 문화가 있다. 목사에게는 ‘신적 권위’까지 덧붙여져 있다. 그의 말에 반박하면 ‘하나님에게 대적한다’는 비이성적 지적이 나온다. 작은 교회를 중심으로 수평적 문화가 형성되고 있지만, 아직은 많이 멀었다.

한국 개신교의 위기 극복 방법은 외부의 적을 만드는 것이다. 맨 처음 교회에 위기가 찾아왔을 때는 ‘종북’ 프레임이 나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종북’이 먹혀들지 않자 교회는 이슬람교, 성소수자를 문제 삼았다. 실제 지난 8월 대한예수교장로회는 허호익 대전신학대 교수를 면직출교했다. 허 교수가 ‘동성애는 죄인가’라는 책을 냈는데, 이 책이 동성애를 옹호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허 교수 책은 ‘동성애가 성경적으로 죄일 수 있지만, 차별해선 안 된다’는 온건한 내용을 담고 있다. 교회가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프레임을 만들어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려는 것 같다.(관련기사 ▶ 출교 선고받은 허호익 교수 상고 '거부'…"동성애 조명하는 책 썼다고 징계한 교단에 남는 게 불명예")

Q. 해외 개신교의 상황이 어떤가

얼마 전 영국감리교회에서 연락이 왔다. 영국감리교회는 나의 재판 사안을 주목하고 응원하고 있다고 했다. 이렇듯 해외는 ‘성소수자가 죄인가, 성소수자는 기독교인이 될 수 있는가’라는 논의의 수준을 넘어섰다. 미국, 유럽 개신교의 쟁점은 성소수자가 목사가 될 수 있는지, 나아가 목사가 동성결혼의 주례를 설 수 있는지 등이다. 근본적으로 이들 나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다르다.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 동성혼이 합법화됐다. 소수자를 존중하고 함께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자리잡혔다. 이런 나라의 교회는 포용적이고 개방적이다. 한국의 보수적인 개신교인들을 서구의 교회들이 세상과 타협하여 변질되고 있다고 말하겠지만 말이다.

Q.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이 공개적으로 동성 커플의 법적 보호 필요성을 강조했다. 교황은 “동성애자들도 주님의 자녀들이며 하나의 가족이 될 권리를 갖고 있다”면서 동성결합법이 통과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매우 의미 있고 상징적인 일이다. 물론 동성결혼까지 찬성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한 걸음을 뗀 것이 어디인가. 한국 개신교 지도자들이 이렇게 용기 있고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주기를 바란다. 또한 한국에서도 하루빨리 생활동반자법이 제정되기를 바란다.

Q. 사회적 분위기뿐 아니라 성경을 해석하는 관점도 다르다. 한국 개신교는 성소수자 관련 성경 구절을 보수적으로 바라본다

이를 근본주의적 성경관이라고 한다. ‘문자 그대로 성경을 봐야 한다’는 성경관이 교회 내 자리잡고 있다. ‘성경에서 성소수자는 안 된다고 나와 있으니 반대한다’는 주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나도 그렇게 배웠다. 하지만 수천 년 전 쓰인 성경을 문자 그대로 현실에 적용해야 하는가에 대해선 개신교인 스스로 고민해봐야 한다.

흔히 ‘성경은 진리’라고 믿지만, 문자 자체가 아니라 담고 있는 정신이 진리다. 모든 구절을 오늘날 그대로 적용할 순 없다. 특히 성경에 나오는 동성애 관련 구절은 6~7개인데, 해석해보면 성경은 동성 간 사랑을 반대하는 게 아니었다. 동성 간 폭력적 성행위를 금지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

이동환 목사가 지난해 8월 인천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들에게 꽃잎을 뿌리며 축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Q. 처음부터 성소수자에 열린 신학을 가지고 있었나

사람은 늘 편견에 좌지우지된다. 익숙하고 오래도록 알고 있던 건 잘 변하지 않는다. 나 역시 호모포비아적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학교에서 그렇게 배웠고, 목사로 그렇게 살아왔다. 하지만 성소수자 성도가 교회에 왔고, 나에게 커밍아웃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편견이 깨진 것이다.

김근주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전임연구위원은 “관념 속에 있는 존재가 실제로 눈앞에 나타나면 인식의 지평이 넓어진다”는 말을 했다. 맞는 말이다.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이들 앞에 커밍아웃하는 지인이 나타난다면 말과 행동을 함부로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미 성소수자와 함께 살고 있다. 성소수자는 의학적·정신적으로 고쳐야 할 대상이 아니다. 교회 안에도 많은 성소수자 성도가 있다. 이제 개신교는 성소수자 성도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Q. 개신교 전문지의 경우 보수화 문제가 심각한 것 같다. 성소수자에 열린 시각으로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전문지가 드물다

맞다. 진보적 관점의 개신교 전문지는 몇 개 없다. 대다수 전문지는 교단의 입장을 받아주는 것에 그치고 있다. 내 입장을 기사화해주는 언론사는 뉴스앤조이 아니면 일반 사회언론뿐이다. 다른 개신교 전문지는 무시하거나 부정적으로 기사화한다. 개신교의 생각이 치우쳐있는 것이다. 전문지 후원의 대부분이 대형교회라는 점이 문제요인이다. 교화가 보수적이기 때문에 정론직필하는 전문지는 살아남기 어렵다.

(관련기사 ▶ 예장고신, '뉴스앤조이'를 반기독교 언론 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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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영광제일교회 성도들은 이번 재판과 관련해 어떤 이야기를 했나

성도들의 마음이 잘 모였다. 내부 회의를 거쳐 ‘목사가 성소수자를 축복한 것은 죄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정했다. 판결 이후 목사를 기다리면서 교회를 지켜나가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교회 안에 성소수자 성도가 있다. 이번 재판을 진행하면서 가장 걱정됐던 건 성소수자 성도였다. 본인의 존재가 불법이 됐을 때 받을 상처가 우려스러웠다. 많은 성소수자 성도는 이번 재판 결과에 상심이 클 것이다. ‘교회가 나의 존재를 받아들일 수 없는건가’라는 고민이 들겠지만, 용기를 잃으면 안 된다. 내가 정직 2년 판결을 받은 건 당신들의 잘못이 아니다. 감리회의 성소수자 인식이 뒤떨어졌을 뿐이다. 판결에 영향받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하나님이 우리를 평등하게 사랑한 마음을 새기고 살아갔으면 한다.

Q. 앞으로 계획은

우선 상고에 집중할 것이다. 또 감리회 교리와장정 1403단 제3조를 고쳐야 한다. 동성애 처벌법을 고치지 않으면 나와 같은 피해자가 또 나올 수 있다. 악법을 폐기하는 노력을 해야 하고,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과 법 개정 운동을 할 생각이다. 누군가를 차별하는 법은 예수님의 정신과 반대이기 때문에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만약 상고에서 출교된다면, 나 대신 누군가가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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