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탁종열 칼럼] 전 세계 노동자의 단결과 연대의 날인 세계노동절 133주년을 맞은 날, 한 건설노동자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며 분신했다.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으로 노조 활동을 해오던 그가 남긴 유서에는 “단체협약에 의한 정당한 노조활동이 협박과 갈취로 낙인찍히고 있다”는 분노가 고스란히 담겼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건설노동자는 회복을 바라는 수많은 동지들의 바람과 염원에도 끝내 운명했다.
‘노조 때리기’를 통해 정권의 지지율 반등을 노린 윤석열 대통령과 불법하도급 등 건설 현장의 불법과 산업재해는 외면한 채 건설자본의 이익만을 앞세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그의 죽음에서 단 한 치라도 자유로울 수 없다. 윤 대통령은 ‘건폭’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임기 내 건설 현장의 갈취·폭력 행위를 뿌리뽑겠다”며 강력한 단속을 지시했다. 심지어 노동절인 5월 1일에도, 윤 대통령은 “노사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우리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기득권의 고용세습을 확실히 뿌리뽑겠다”면서 노조 혐오를 부채질했다.
건설노동자의 죽음앞에 언론은 그 책임에서 결단코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보수신문은 앞다퉈 자극적인 ‘조폭 프레임’을 통해 끊임없이 대통령에게 ‘건설노조’와 전쟁을 벌일 것을 선동해왔다. 보수신문들은 <상납하듯 뜯기는 월례비>, <건설노조에 뜯낀 돈>, <보복 두려워, 건설노조의 폭력>, <‘건달노조’ 행패>, <“돈 내라” 조폭같은 노조>, <‘무법자’ 건설노조>, <조폭 그 자체인 건설현장 노조 횡포> 등 매우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해 '건설노조=조폭' 프레임 형성에 앞장섰다. 보수신문이 윤석열 대통령의 ‘건폭’ 발언과 건설노조에 대한 탄압을 부추긴 이유를 모르는 국민들이 있을까.
건설노동자가 분신하고 생명이 위태로운 순간에도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신문은 ‘노동조합’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전국의 노동자들이 왜 거리에 나왔는지에는 관심갖지 않은 채 <교통체증·소음에 갇힌 도심>을 강조하고 ‘12시간 교통 체증’과 ‘연막탄’을 강조했다. 매일경제 또한 <대로 막아가며…도심 14만명 시위>라며 노조 혐오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보도 태도를 보였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보수신문에 묻는다. 건설노동자의 죽음앞에 당신들은 떳떳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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