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탁종열 칼럼] 최근 국토교통부는 건설 현장 불법 행위 조사를 통해 전국 1194개 현장에서 2,070건의 피해가 신고됐다고 밝혔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이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월급 이외에 지급하는 월례비(59%)였다. 철근콘크리트 서울·경기·인천사용자연합회는 회원 건설사 49곳을 대상으로 2020년 1월 1일부터 이달 18일까지 706개 건설 현장에서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지불한 월례비를 집계한 결과 1361억 842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월례비’를 근거로 민주노총 건설노조를 “경제에 기생하는 독, ‘조폭’”이라고 공격했다. 하지만 월례비는 철근·콘크리트협회가 독자적으로 지급한 것으로 건설노조와는 관련이 없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집행부와 조합원들이 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모욕과 명예훼손 등 혐의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민주노총 건설노조 집행부와 조합원들이 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모욕과 명예훼손 등 혐의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타워크레인은 건설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로 원청인 종합건설사가 직접 설치하고 타워크레인 기사도 종합건설사가 직접 고용했으나, 1997년 IMF 이후 종합건설회사는 타워크레인 부서를 폐지했다. 이후 임대회사가 타워크레인 기사를 고용해 원청의 지휘감독으로 작업이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월례비’란 관행이 생겼다.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지급하는 월례비는 연장근로에 대한 수당, 급행료 성격의 성과급, 안전규정에 위배되는 작업에 대한 사례비로 구성되어 있다. 타워크레인은 출근 전후 1시간씩 총 2시간의 연장근로가 필요하지만 타워크레인 임대사는 연장근로에 따른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연장근로 대상 업무를 주는 전문업체(철근·콘크리트연합회)가 연장근로에 따른 수당(O/T)을 월례비에 포함해 지급하고 있다. 안전규정에 위배되는 작업을 타워크레인 조종사에게 시키기 위해 제공되는 금품도 월례비에 포함된다. 건설현장에서 타설시 콘크리트 거푸집을 해체하려면 규정에 따른 양생기간을 거쳐 철거해야 하나, 공사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타워크레인을 동원하여 앞당겨 해체할 것을 요구하고, 위험작업비 명목으로 월례비를 지급하고 있다. 

건설 현장의 모든 작업은 타워크레인의 자재 인양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타워크레인의 작업 순서에 따라 각 부문별 하청업체의 작업 기간이 결정된다. 그러다 보니 어느 업체의 것을 먼저 인양하느냐를 두고 경쟁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일종의 급행료 형식의 성과급이 월례비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 월례비는 노동조합의 교섭 대상이 아니며, 주로 철근·콘크리트연합회에서 독자적으로 금액과 강제이행금(위약금)을 정해 경쟁을 막고 공사 현장의 질서를 만들었다. 

탁종열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소장 제공 사진 
탁종열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소장 제공 사진 

2018년 4월 26일 전국철근·콘크리트연합회(이하 협회)는 공문(문서번호 서경 제18-7호)을 통해 전국의 지역별 회원사에게 ‘월례비 상한선 및 위약금’을 정해 통보했다. 협회는 이 공문을 통해 “전국 5개 지역의 타워크레인 월례비 및 시간외 수당이 매년 증가하여 회원사가 혼란과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며 각 지역별로 250만원에서 500만원의 월례비 상한액을 결정하고 O/T와 조출 수당을 정해 통보했다. 또한 월례비 상한선을 위반해 지급했을 경우 1천만 원에서 5천만 원의 위약금을 내는 등 월례비 지급에 대한 자체 규정을 마련해 시행했다. 

뿐만 아니라 부울경철근·콘크리트연합회(이하 연합회)도 2018년 2월 ‘타워크레인 사용 관련 기준’을 만들어 각 공사현장에서 이를 철저하게 이행할 것을 주문하고 선전물을 만들어 홍보했다. 협의회는 이 ‘기준’에서 “철근 선조립, G/F(갱폼) 설치·양중, 잡철물 양중, 큰크리트 타설 분배기, 옥상층 A/F·G/F, 거푸집 자재” 등 타워크레인 작업 내역을 정하고 “점심시간 오전·오후 참시간 중에 방생하는 작업, 원청사와 계약한 시간 외의 조출·연장시간” 등 O/T에 포함되는 시간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등 월례비 기준을 결정해 회원사에게 통보했다.

또한 월례비를 지급하면서 “기상 변화로 인한 추가 요구 배제, 작업 시간에 타 공정의 간섭 배제, 철근 가공장 양중 지원 근무시간 준수” 등 지나친 경쟁을 피하기 위해 규율을 정하고, 회원사에 이를 준수할 것을 지시했다. 협의회는 ‘월례비로 500만원을 초과하지 말 것’과 이를 위반할 경우 ‘5000만원의 불이행 강제금을 협의회에 납부할 것’을 회원사에 통보했다. 이 결정에 건설노조가 요구하거나 협의한 사실이 없다. 

탁종열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소장 제공 사진
탁종열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소장 제공 사진

건설노조는 월례비와 관련해 민원이 속출하자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월례비 전면 근절”을 결의했고 2018년 대한건설협회에 공문(문서번호 제18-034)을 보내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위원회는 금품수수 행위와 관련해 건설 현장의 오랜 잘못된 관행을 근절시키고자 한다”며 “타워크레인 조종사의 금품수수 행위를 적발할 시, 법에 따른 처벌 조치를 진행할 것을 안내해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건설노조는 이 공문에서 “처벌받은 조합원에 대하여는 규약과 규정에 의거 노동조합의 절차를 밟도록 하겠다”고 통보했다. 건설노조는 “과도하게 월례비를 받는 것도 문제지만, 받아놓고 일도 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니까 하청업체들이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라며 “실제 그런 일이 생기면 건설노조 지부에서 조사도 하고 조종사를 교체하고 징계를 올리기도 한다. 실제 이것 때문에 건설노조에서 제명된 사람도 있다”고 밝혔다. 

건설노조의 이러한 요청에도 관련 협회는 “독자적으로 월례비 지급을 계속 하겠다”고 각 현장 소장에게 통보했다. 부울경철근·콘크리트연합회(이하 연합회)는 2019년 2월 3일 공문(<T/C 기사 기술료 등 지급 계획 알림>, 문서번호 20-0002호)을 통해 “관행적으로 지급해오던 T/C기사 월례비(O/T포함)가 법률적으로 지급해야 할 근거가 없고 주52시간제가 정착되는 등 시대상황이 맞지 않아 2019.7.1.부터 지급 중단하기로 결정”했으나 “전국철콘협의회에서 2019년까지는 O/T비용은 지불하도록 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이 공문에서 “지역 건설현장의 현실을 고려하여 지급 중단 결정을 유보한다”며 “2020.1.1.부터는 매월 기술료 1백만 원에 O/T 수당으로 시간당 7만원으로 월 30시간을 상한으로 해 월 3백만 원까지는 지급할 계획”임을 건설현장 소장에게 통보했다. 협의회는 이 공문에서 “이 문제(월례비)를 합리적인 선에서 해결하기 위해 관계 노동조합 등과 수차례 접촉을 시도하였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탁종열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소장
탁종열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소장

당시 부울경철·콘연합회와 만난 타워크레인분과위원회는 “월례비 금액은 노조에서 정할 수 없으며 점차 없애가야 한다”는 노조의 원칙을 이야기했으며, 연합회에서 위 공문을 통해 독자적으로 월례비 금액을 정하고 지급을 결정한 것이다. 연합회의 공문에서도 확인되듯, 월례비 지급에는 ‘건설 현장의 현실’이 존재하며, 그 최종적 결정은 관련 협회가 자발적 결의하고 준수하기 위한 규율을 만든 것 아닌가? 

그렇다면, 월례비를 두고 건설노조를 ‘조폭’이라 공격하는 원희룡 장관과 언론은 건설노조와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에게 사과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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