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니스트(전 고문)가 총선 패배 시 윤석열 대통령의 하야 가능성을 거론했다. 김 칼럼니스트는 지난해 말에도 같은 취지의 칼럼을 내놓은 바 있다. 보수진영에 결집을 주문하고, 부동층에 대한 호소로 해석된다.
최근 주요 보수언론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경고음이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으로, 윤 대통령이 드러날수록 '정권심판론'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감시견'(Watch dog)이 아닌 '경비견'(Guard dog)으로서의 언론을 떠올리게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칼럼니스트는 26일 조선일보 기명칼럼 <4·10 총선에 정권이 걸렸다>에서 "선거 결과 민주당이 제1당이 되면 정국의 주도권은 이재명 대표에게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윤 정권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그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더 이상 이름뿐인 대통령 자리에 앉아있을 수 없다. 나라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그의 결단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썼다.
김 칼럼니스트는 "많은 평론가들이 유권자의 분포가 국민의힘 40%, 민주당 40%로 갈리고 결국 승패를 결정짓는 측은 20%의 부동층이라고 전망하고 있다"며 "지금 좌우로 첨예하게 갈린 시국에서 누가 무슨 논리를 펴도 골수파들에겐 먹히지 않게 돼 있다. 결국 캐스팅보트를 쥔 부동층의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김 칼럼니스트는 윤 대통령이 보수진영의 위기를 불러왔다고 보지 않았다. 오히려 윤 대통령이 거대야당에 시달리면서도 보수진영을 유지시켜왔다고 했다. 김 칼럼니스트는 "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의 달인'이라고 비꼬았지만 솔직히 그는 거부권으로 간신히 보수 여당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 여건 속에서도 그는 이 나라의 정체성을 바로잡는 데 크게 노력했다"며 "그의 귀중한 업적"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집권 2년차에 1987년 민주화 이후 가장 많은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양곡관리법 ▲간호법 ▲노란봉투법 ▲방송3법(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 ▲'김건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검법 ▲이태원참사 특별법 등이다.
김 칼럼니스트는 "윤석열 정권의 회생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좌절하게 된다면 과연 윤 정권이 무엇을 얼마나 잘못했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윤 대통령은 지금 선거에 당면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되고 여러 가지를 경험하고 있다. 그는 크게 세 번 배우고 있다. 부인 건이 그렇고, 공천 건이 두 번째고, 이번 의사 파업 건이 세 번째"라고 했다.
김 칼럼니스트는 "당과 충돌이 있을 때마다, 그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 한발 양보했다. 그것은 대통령으로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말은 쉽지만 나는 역대 대통령에게서 그런 것을 본 기억이 없다. 그는 그런 점에서 조금씩 대통령직에 적응하며 대통령학을 배우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칼럼니스트는 지난해 11월 칼럼 <4월 총선 대차대조표>에서도 "국힘이 선거에서 패배하면 윤 대통령의 정부는 사실상 기능을 상실한다. 국민의 과반이 대통령을 불신한 것이기 때문"이라며 "더욱이 기고만장한 좌파 세력의 폭주 앞에서 대통령은 촌각도 살아남을 수 없다.(중략)임기와 상관없이 물러나는 것만이 ‘선장(船長) 없는 나라’의 혼란과 참담함을 면하게 하는 길"이라고 했다.
김 칼럼니스트는 "지금도 민주당은 당선된 지 2년도 안 되는 대통령을 퇴진하라고 흔들어대고 일부는 탄핵하겠다고 난리인데 총선에서 승리하면 민주당에 더해 온갖 좌파단체와 세력들의 퇴진과 탄핵 요구는 강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며 "윤 대통령에게 애국심이 있다면 임기를 구실로 이런 난국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또다시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하는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여타 보수언론은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에 집중하고 있다. 김순덕 동아일보 칼럼니스트(전 대기자)는 지난 23일 칼럼 <이재명-윤석열, 누가 더 제왕적인가>에서 제왕적 총재(이재명), 제왕적 대통령(윤석열)을 거론하면서 "도긴개긴"이라고 했다.
특히 김 칼럼니스트는 윤 대통령의 '20년 지기' 주기환 전 국민의힘 광주시당 위원장이 비례대표 24번에 배정된 일로 사퇴하고, 대통령 민생특보로 임명된 데 대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대파로 후려치듯 없는 자리까지 만들어 옆에 세운 거"라고 비판했다. 김 칼럼니스트는 "주기환은 '단순히 술 한 잔 하는 정도가 아니라 속내를 다 털어놓는 관계'라고 밝혔는데 그렇다면 두 분이 계속 폭탄주를 마시면서 속내를 털어놓으시기 바란다"며 "개인적 속내 털기에 그치지 않고 하필 총선을 코앞에 둔 이때 대통령이 찐윤을 공직에 임명하니 '정권심판론'이 솟구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김 칼럼니스트는 "보수 성향, 아니 윤석열 정부가 곱진 않지만 문 정권 뺨치는 ‘이재명의 민주당’에 계속 의회권력을 줘선 안 된다고 믿는 유권자들은 요즘 애가 탄다"며 "독불장군 식으로 밀어붙이는 윤 대통령을 덜 보이게 하려고 국힘은 73년생 한동훈을 내세웠다. 강감찬 아꼈다 임진왜란 때 쓸 수 없다며, 급하게 출발했지만 산뜻하게 이재명을 압도하는가 싶었는데, 기어이 대통령은 코끼리만한 덩치를 드러내고 말았다"고 했다.
최훈 중앙일보 주필은 지난 25일 칼럼 <‘용산 리스크’의 재구성>에서 "이종섭 호주 대사 거취 논란이나 황상무 수석의 ‘횟칼 테러’ 발언 여파로 총선은 다시 출렁거리고 있다"며 '공수처-야당-좌파언론의 정치공작' '언론자유가 국정철학'이라고 대응한 대통령실을 비판했다.
최 주필은 "내부의 지체된 판단은 결국 현장에 최악의 나비효과를 몰고 왔다. 바로 용산의 민심 공감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용산의 최대 오류는 바로 자기 내부 논리에 대한 선택적 과잉 공감"이라고 했다. 이어 최 주필은 "윤 대통령의 격노가 다반사더라도, 먼저 현장을 느끼며 '노'하는 참모들이 버텨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게 엘리트 집단이라 자부할 용산의 국가적 책무"라면서도 "먼저 대통령이 달라지길 바란다"고 했다.
26일 김영희 한겨레 편집인은 칼럼 <‘875원 대파’라는 방아쇠>에서 "지난주 보수지들 지면에선 연일 탄식이 흘렀다. 권력에 대한 ‘감시견’이 아니라 기득권화된 미디어가 지배시스템이 흔들릴 땐 위협이 되는 존재를 향해 짖는 ‘경비견’ 역할을 한다는 지적(‘장면들’, 손석희)을 떠올린 이들도 있을 것"이라며 "박근혜 정권 때인 2015년에도 그랬다"고 했다.
김 편집인은 "요동치는 민심은 ‘875원 대파’ 파장에서 분명히 읽힌다"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 정권에서나 대통령 방문에 과잉의전이나 보여주기식 홍보는 있어왔다.(중략) 그런데도 특별히 지지 당이 없는 사람들까지 분통을 터뜨리는 사안이 됐다"고 짚었다. 김 편집인은 "보수 진영에서도 '총선 이후 재개하라'고 할 정도로 노골적 선거개입이 뻔한 민생토론회를 22차례 강행하며 개발 공약을 남발하지만 정작 국민들 형편은 모르는 대통령"이라며 "가끔 해맑게 아이들과 술래잡기하는 모습의 대통령실발 사진까지 더해지니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심정이 되는 건 당연하다"고 했다.
다만 김 편집인은 "민주당이 잘해서 나타난 기류의 변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결과는 두고 봐야 한다"며 공천 공정성·막말 후보 논란을 빚은 민주당을 향해 "앞으로 어떤 정치와 어떤 개혁을, 누구를 대상으로 하려는 건지 의문을 품게 된 이들이 적잖다는 점을 뼈아프게 여겨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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