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내년 정부구독료가 대폭 삭감된 연합뉴스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다. 연합뉴스 경영진은 인건비 절감과 공적기능 축소 검토 방침을 세웠다. 당장 연합뉴스 특파원 지국이 폐쇄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노조는 성기홍 사장이 책임은 안 지고 구성원 희생을 강요한다며 사장 퇴진을 요구했다. 

21일 미디어스가 문화체육관광부에 문의한 결과, 내년도 연합뉴스 정부구독료 예산은 올해 대비 220억 원 삭감된 50억 원으로 확정됐다. 역대 가장 큰 삭감 폭이다. 

성기홍 연합뉴스 사장 (사진=연합뉴스)
성기홍 연합뉴스 사장 (사진=연합뉴스)

이날 성기홍 연합뉴스 사장은 사내게시판을 통해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했다. 성 사장은 "2003년 연합뉴스를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 지정하고, 뉴스통신진흥법을 근거해 공적기능을 수행하는 대가로 정부구독료를 지원하기 시작한 이래, 전례없고 충격적인 수준의 삭감액이라는 점에서 대규모 삭감을 일방적으로 최종 확정한 정부 당국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구독료 예산을 방어해내지 못한 데 대해 경영을 책임진 사장으로서 사원 여러분께 매우 송구하다"고 운을 뗐다. 

성 사장은 "비상경영체제의 핵심은 비용절감과 수익증대"라며 "고통을 분담해야 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재검토하고, 안정적 자금 조달원을 발굴하고, 이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조직문화와 체질도 쇄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는 한해에 1750~1800억 원 재정을 운용한다. 하지만 내년에 정부구독료 삭감과 국회사무처 등 여타 기관의 뉴스사용료 삭감 등으로 총 250억 원의 예산이 구멍난 상황이다. 

성 사장은 우선 인건비 절감 등을 통해 최대 200억 원의 예산을 절감하겠다고 밝혔다. 연차휴가 전면 소진, 퇴직금 누진제 폐지, 경영진·간부 임금 반납(사장 50%·상무30%·부장급이상 10%), 신규인력 채용 보수적 추진, 각종 경비·활동비 50% 감축, 의무안식년 도입, 어학지원금 폐지, 해외연수제 폐지 등이 거론됐다. 성 사장은 경영진 결단으로 할 수 있는 항목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며 노사합의가 필요한 항목은 협의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했다. 

또 성 사장은 연합뉴스 공적기능을 점진적으로 축소해나갈 계획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성 사장은 "연합뉴스가 '공적기능 자체를 계속 수행할지 여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수준의 삭감폭"이라며 "내년 정부구독료 수준이 '뉴노멀'이 될 것인지 섣불리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고, 우리가 구축해놓은 공적기능 조직과 역량은 차별화된 경쟁력이기도 한 만큼, 우리 예산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점진적 축소 등 신중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이어 성 사장은 "공적기능 지원 비용이 대폭 삭감된 상황에서 기존의 특파원을 변함없이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재정적으로 감당할 수 없다"며 내년 초 홍콩, 중국 선양,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특파원 지국은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성 사장은 미국 시카고, 아프리카 케냐 등 10여 명 수준에서 유지하던 통신원망도 3~4명 수준으로 감축하고, 복수 특파원 주재 지역도 단수로 줄이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성 사장은 "강제적으로 주어진 재정위기를 우리 체질 개선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며 빠른 시일 내에 조직개편과 인사를 단행하겠다고 했다. 성 사장은 "질좋은 뉴스콘텐츠 생산을 위축됨이 없이 왕성하게 전개할 때, 재정을 확충할 기반이 튼튼해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 "조직간 벽이 허물어져야 한다. 콘텐츠 생산 파트와 비즈니스 파트가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성과에 따른 보상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연합뉴스 사옥 (사진=연합뉴스)
연합뉴스 사옥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는 성기홍 사장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순서라는 입장을 밝혔다.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는 22일 성명에서 "공영언론만 보면 제 것으로 만들지 못해 발작하는 윤석열 정부가 대책도 없이 또 대형 사고를 쳤다"면서 "예고된 사태를 막는 데에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은 연합뉴스 경영진의 무능은 이제 언급하기도 지겹다"고 했다.

연합뉴스지부는 "성기홍 경영진에 대해서는 비판하고 화낼 에너지도 아깝다. 부임 직후 50억 원에 이어 이번엔 228억 원을 삭감당하면서 협상 기간에 대체 뭘 했는지 알 수가 없다"며 "'성기홍 일당의 직무 해태 탓에 회사가 이 지경이 됐는데 사장은 마치 딴 사람 일인 양 ‘비상 경영'이라며 구성원들이 희생을 강요하고 있으니 이가 갈린다"고 했다. 

연합뉴스지부는 "한때는 파멸적인 예산 압박이 결국 경영진을 향한 윤석열 정부의 노골적인 퇴진 압박이라는 시각에서 사장의 퇴진에 반대하는 의견이 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윤석열 정부와 상관 없이 성기홍 4인방이 스스로 저지른 악행이 너무도 많다. 노조는 이미 성기홍 사장에게 거취 표명을 요구했다. 연말까지 밝히지 않으면 실력 행사에 돌입하겠다"고 했다. 

연합뉴스지부는 윤석열 정부를 향해 "삭감 이유를 지금까지 설명하지 않았다. 대담한 언론관을 제시하며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의 기능을 개혁하려 했다는 흔적은 찾을 수가 없다"며 "오히려 삭감이 '정권 최상층의 의지'라는 풍문만 들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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