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안현우 기자] 연합뉴스 기자들이 경영진의 성희롱 사건 부실 처리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기자들은 "잘못을 잘못이라 하지 못하는 언론사에 무슨 미래가 있나"라며 사측에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의 징계와 조직문화 개선책 마련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사원급 기자 155명은 30일 사내에 '잘못을 잘못이라 하지 못하는 언론사에 미래는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기명 성명서를 게재했다. 연합뉴스 기자들은 "최근 일련의 사내 성폭력, 직장 내 괴롭힘 사안을 대하는 회사의 태도에 절망감을 느낀다"며 "명백한 비위 행위마저 제대로 징계하지 못하는 회사의 모습에, 경영진이 바른길을 가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근본부터 의심하게 된다"고 밝혔다. 

(사진=미디어스)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 (사진=미디어스)

연합뉴스 기자들은 "부적절한 언행으로 여러 피해자에게 상처를 준 모 간부에 대해 얼마 전 인사 조치가 있었다. 징계 여부와 수위가 결정되기 전인데, 회사는 '대기발령'도 아닌 '부서이동'을 밀어붙였다"며 "이해할 수 없다. 피해자와 회사 구성원을 모두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기자들은 "회사의 조치 이후 이 간부는 사내 게시판에 '사과문'을 빙자해 '변명문' 내지는 '훈계문'으로 읽히는 글까지 올렸다. 반성은 전혀 없고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2차 가해의 전형으로, 이는 회사가 방조한 것"이라며 "성폭력·괴롭힘 사건에 대한 그동안의 회사 대처가 얼마나 우스워 보였으면 이 간부는 두려움도, 부끄러움도 없이 이런 글을 올릴 수 있었을까"라고 했다. 

27일 성기홍 연합뉴스 사장은 성희롱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A 씨를 부국장 지위에서 내리고 다른 부서로 발령냈다. 같은 날 A 씨는 사내게시판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A 씨는 "회식 자리에서 절제되지 못한 언행으로 후배들에게 불쾌감을 안겨줘 참으로 미안하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후배들을 성적 대상으로 여겼거나 희롱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점을 밝혀둔다"고 했다. 

A 씨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연합뉴스 내 불신 풍조가 위험 수위에 달할 정도로 팽배해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체험했다. 정황 조사가 이뤄지기도 전에 사실과 다른 악의적인 내용의 지라시가 돌았다"며 "이는 노조 사원게시판과 블라인드를 통해 확대됐다. 과연 '연합뉴스가 언론사가 맞나' 하는 생각에 자괴감마저 들었다"고 했다. 

연합뉴스 기자들은 "또 다른 사내 문제 사안에서는 외부 노무법인까지 가해자 징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는데도 회사가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며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가해자를 감싸고 2차 가해를 방조하는 회사의 태도는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잘못된 사내 문화로 주니어 퇴사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진 것이 채 반년도 되지 않았다. 무엇이 달라졌나"라고 따져 물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지부(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는 지난 26일 성명 '성기홍 경영진 조직문화 개선마저 포기했다'에서 "노사 합의 끝에 공정성을 위해 큰 비용을 들여 불러들인 노무법인마저 보수적 기준으로도 적정선 이상의 징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지만, 사장에게는 우이독경이었다"고 밝혔다. 

또 연합뉴스지부는 노사동수 '성희롱 및 괴롭힘 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조직문화 개선에 필요한 조치를 요구했지만 성 사장이 이를 정면으로 묵살했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는 이날 노조 측 위원 4인의 특위 사퇴 소식을 알렸다.  

성기홍 연합뉴스 사장 (사진=연합뉴스)
성기홍 연합뉴스 사장 (사진=연합뉴스)

연합뉴스 기자들은 "잘못을 잘못이라 하지 못하는 언론사에 무슨 미래가 있나. 무슨 낯짝으로 '품위와 책임 있는 사회 공기'라는 사시(社是)를 내세우고, 무슨 용기로 세상의 잘못을 지적하고 비판할 수 있겠나"라며 "'연합뉴스 기자'라는 이름에 먹칠하지 말라. 이 회사는 경영진과, 경영진이 감싸는 일부 간부와 선배들만의 회사가 아니다"라고 했다. 

연합뉴스 기자들은 사측에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 대해 납득 가능한 설명을 하라"며 "조직문화를 흐린 각종 사안의 가해자들에 대한 엄중한 징계와, 말 잔치에 그치지 않을 개선책 제시도 요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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