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BS 옴부즈맨 프로그램에서 박민 사장 취임 이후 KBS <뉴스9>의 전격적인 앵커 교체와 공정성 훼손 사과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시청자에게 예고도 없이 진행자를 교체하고, 내부 논의도 없이 공정성 훼손 사례를 나열해 정치적 논란만 부추겼다는 전문가 지적이다. 

26일 방송된 'TV비평 시청자데스크'는 11월 1일~14일 방송된 <뉴스9>을 비평했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양대학 교수는 '뉴스비평 줌인' 코너에서 "9시 뉴스 앵커가 기존 이소정 앵커에서 박장범 앵커로 교체됐다"면서 "이는 새로운 사장 임명과 함께 이어진 KBS 내 인사조치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문을 열었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수가 26일 KBS 'TV비평 시청자데스크'에 출연히 '뉴스9'을 비평하고 있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수가 26일 KBS 'TV비평 시청자데스크'에 출연히 '뉴스9'을 비평하고 있다 

홍 교수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KBS가 요란한 내홍을 겪고 보도의 성향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보는 것이 새로운 일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이번에는 특히 시청자들에게 앵커교체 예고도 없이, 이소정 전 앵커의 인사말도 없이 갑작스럽게 교체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논란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원식 교수는 "다음 날은 새 사장의 국민사과 발표내용과 함께 박 앵커가 직접 대표적인 KBS 보도 공정성 훼손 사례를 전하고 사과하기도 했다"면서 "해당 사례들이 실제 KBS 내부의 어떤 진지한 고민과 논의를 거쳐 선정된 것인지 보도에서 확실히 밝히지 않아 (시청자들에게)진지한 반성과 사과로 받아들여지기보다는 현재 KBS에 대한 정치적 논란만 더 키운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홍원식 교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KBS가 이런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은 이제는 어떻게든 그만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이런 사태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KBS 내부뿐만 아니라 정치권과 학계 모두의 심각한 반성과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KBS 'TV비평 시청자데스크' 방송화면 갈무리. 최경진 KBS 시청자위원장(왼쪽)과 박민 KBS 사장.
KBS 'TV비평 시청자데스크' 방송화면 갈무리. 최경진 KBS 시청자위원장(왼쪽)과 박민 KBS 사장.

이어 '클로즈업TV' 코너에서 11월 KBS 시청자위원회 정례회의가 소개됐다. 박민 사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참석한 시청자위원회 회의에서 나온 최경진 시청자위원장의 쓴소리 내용이다. 

지난 16일 열린 회의에서 박민 사장은 "저 자신으로서는 공영방송을 정상화하는 것이, 또 바로 세우는 것이 한국 언론, 한국 민주주의에 굉장히 중요하다는 소명의식을 갖고 왔다"면서 "제 나름대로 마무리하는 소명의식을 갖고 원칙에 따라서 KBS가 다시 국민에게 사과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박민 사장은 "그 과정에서 시청자위원회에서 지적하는 내용 충분히 반영하고, 무엇보다 설명책임 완벽하게 해낼 수 있도록 다양한 루트를 만들겠다"며 "또 시청자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그런 통로, 장, 여러 가지 프로그램 획기적으로 늘리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에 최경진 위원장은 "공영방송 KBS의 최근 사태에 대한 우려가 대단히 크다"며 "KBS의 간판 프로그램인 <뉴스9>의 이소정 앵커를 비롯해 일부 인기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들은 시청자에게 마지막 인사도 하지 못한 채 떠나야 하는 일마저 벌어졌다. 이 앵커의 경우 KBS 최초의 여성 메인 앵커로서 여성계에서도 상징성이 있었고 사회적으로 평가도 좋았다"고 말했다.

최경진 위원장은 "평소 KBS를 아끼고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을 높이 평가하는 시청자들로서는 이번 일련의 조치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을 것이고 심지어 분노마저 느낀 시청자들도 있었을 것"이라며 "시청자들의 시각과 판단은 더욱 날카로워졌고 엄격해졌다. ‘시청자가 이제 더 이상 과거의 시청자가 아니다’라는 어느 시청자가 게시판에 남긴 정문일침은 그래서 무겁게 와닿는다"고 말했다. 

KBS '뉴스9' 11월 14일 보도화면 갈무리

지난 14일 박장범 <뉴스9> 앵커는 ▲검언유착 의혹 ▲고 장자연 사건 증인 윤지오 씨 인터뷰 ▲오세훈 서울시장 내곡동 땅 의혹 ▲뉴스타파 윤석열 수사무마 의혹 인용 등의 보도를 거론하며 "앞으로 정치적 중립이 의심되거나 사실 확인 원칙을 충실하게 지키지 않는 보도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점. 다시 한 번 시청자 여러분께 약속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보도에 대해 누가 썼는지조차 알 수 없는 신뢰성이 떨어지는 보도라는 내부 비판이 일었다. 지난 16일 KBS 기자협회는 "뉴스 시작 불과 몇 시간을 앞두고 큐시트에 등장한 4분여의 보도는 심지어 누가 썼는지도 모른다"며 "내용도 문제다. 보도 당시의 상황과 이유, 필요성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당사자인 취재기자들은 반론 기회도 얻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성명에서 "그야말로 장악과 부역, 부역과 장악이라는 말 외에는 떠오르지 않는다"며 "공정성과 정파성을 지적하는 기준을 누가 어떻게 세웠는지 의문이 들 정도"라고 비판했다. 

KBS본부는 "대표적으로 특정 세력들이 ‘생태탕 보도'라고 희화하고 있는 <오세훈 후보 ‘내곡동 땅' 의혹 검증 연속 보도>의 경우 국민의힘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취재진을 고발했지만, 검찰은 무혐의 처분했다"면서 "특정 권력에 불리하면 공정성 훼손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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