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세계일보의 <방심위, JTBC 김건희 여사 명품백 보도 긴급심의 안건으로> 기사에 대해 정정을 요청해야 한다는 야권 추천위원들의 요구를 거부했다. "언론이 취재한 보도를 존중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9월 8일 류희림 위원장 취임 이후 방통심의위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총 7번의 '사실과 다르다'는 설명자료를 발표했다. 

미디어스 취재 결과 방통심의위가 JTBC 보도에 대해 긴급심의를 결정한 적도 없고 관련 신고를 확인하거나 논의한 적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히려 여권 방통심의위원들이 민원이 접수·보고되기 전에 긴급심의를 위해 분위기 조성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는 상황이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4일 열린 방통심의위 전체회의에서 류희림 위원장은 세계일보 보도 경위와 관련된 야권 추천 위원들의 질의에 “절차에 따라 심의 요청이 오면 해야 하는 게 위원회의 당연한 일로 그 경위까지 알아볼 상황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 류희림 위원장은 ‘현재까지 긴급심의 여부가 결정된 것 없나’라는 질의에 “그렇다”고 말했다.

이에 윤성옥 위원은 “지금 긴급심의 할지 말지를 결정한 바가 없다는 것을 위원장이 확인해줬는데, 세계일보는 긴급심의에 착수한다고 단정적으로 표현했다. 정정보도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희림 위원장 취임 이후 방통심의위는 KBS, 한겨레, 경향신문, 세계일보, 미디어스 보도와 관련해 ‘사실과 다르다’는 설명자료를 냈다. 

그러자 류희림 위원장은 “취재기자가 ‘할 예정’이라고 썼고, 아직 신속심의 여부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의 취재보도에 정정해달라고 할 수 없다. 언론 보도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진 위원이 “이렇게 명백하게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보도 나온 게 있었나”라며 “예를 들어 채널A 안건이 상정도 안 됐는데, 이 안건이 ‘과징금을 받을 것으로 전해졌다’라는 보도가 나오면 그것도 단정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괜찮은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최근 한 네티즌이 지난 6월 19일 채널A 보도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경쟁국 PT서 뒤집는다>, <[단독]‘부산 엑스포’ 한 자릿수 승부…중국·북한 변수> 등을 ‘가짜뉴스’라며 방통심의위에 민원을 접수했다.

류희림 위원장 취임 이후 방통심의위가 발표한 '언론보도 설명자료' 갈무리
류희림 위원장 취임 이후 방통심의위가 발표한 '언론보도 설명자료' 갈무리

류희림 위원장은 “그렇다.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하면 단정적이기 때문에 요청해야 하지만, ‘알려졌다’고 한 것에 대해 언론사에 어떻게 정정보도를 요청할 수 있나”라고 말했다. ‘정정보도를 요구해야 한다’는 야권 위원들의 발언이 이어지자 류희림 위원장은 “회의 지연”이라며 발언을 막고 회의를 강행했다. 위원들이 ‘발언을 왜 막냐’고 따지자 류희림 위원장은 사무처에 “(안건을) 보고하라”고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의결안건 처리가 끝난 뒤 윤성옥 위원은 “위원장이 발언을 강제적으로 막았는데, 매우 폭력적”이라면서 “방통위 설치법에 기밀유지 조항이 있고,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유출된 것은 수사대상이다. 이 보도로 방송사들에 위축효과는 줄 수 있겠으나 여론통제는 안 될 것이고 오히려 해외 사업자인 유튜브의 수익만 올리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위원은 “이렇게 정책을 펼치면 ‘정치가 미디어 산업을 어떻게 망쳤는지 대표적인 사례’로 남을 것이다. 위원장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유진 의원은 “세계일보 보도는 위원들보다 기자에게 먼저 알려주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내용”이라며 “가짜뉴스센터 자료를 받을 때 ‘기밀유지’라고 표지에 적혀 있다. 세계일보 보도는 위원의 권한을 심대하게 침해하는 것인데, 이렇게 심각한 사안에 대해 해명자료도 못 내나”라고 말했다.

이에 류희림 위원장은 “세계일보 보도 이후 주말이라 서면으로는 못했지만 사무총장에게 ‘있는 그대로 충분히 해명을 하라’고 지시했다. 그 부분을 참고하고 앞으로도 심의에 대해서는 절차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심의위 홍보팀은 ‘류희림 위원장이 어떤 설명을 충분하게 하라고 지시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확인된 바 없다는 내용이 그것’이라고 했다.

JTBC 뉴스룸 화면 갈무리
JTBC 뉴스룸 화면 갈무리

세계일보는 지난달 30일 해당 기사에 [단독]을 달아 “업계 등에 따르면 방심위는 조만간 김 여사 명품백 관련 보도에 대해 신속심의에 착수할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김 여사 명품백 관련 보도를 한 JTBC 뉴스룸에 대한 심의신고가 잇따른 데 따른 것”이라며 "방심위는 신고내용과 신고 건수 등 중대성을 고려해 신속심의에 착수한다"고 전했다.

세계일보는 "지난 28일 JTBC는 유튜브에 올라온 관련 영상을 그대로 보도했다. 방심위는 JTBC뉴스룸이 이같은 보도 과정에서 영상이 조작됐거나 왜곡 편집됐을 가능성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은 점이 방송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심대하게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JTBC는 지난달 28일 서울의소리 함정취재 논란과 관련해 "김 여사 줄 명품 가방을 사주고, 촬영할 카메라 달린 손목시계를 준비해준 것은 모두 '서울의 소리' 측인 걸로 확인됐다"고 [단독] 보도했다. 

한편 방통심의위 가짜뉴스센터가 위원들의 의결 없이 뉴스타파 '윤석열 수사 무마 의혹 보도'에 '심의 중'을 표시하라는 공문을 포털 사업자에게 보낸 것은 규정 위반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윤성옥 위원은 “‘심의 중’ 공문을 보면 사실상 자율규제 협조 요청 권고와 비슷한데, 통신소위 의결 없이 보낸 것”이라며 “위원장이 지시했다면 규정 위반이다. 관련 내용의 법안이 발의된 바 있으나 폐기됐는데, 우리가 무슨 근거로 이러한 공문을 보내나, 매우 위법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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