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지난 3월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에게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외교에 대한 옹호 발언을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수석이 이 과정에서 태 의원의 공천을 거론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당무개입' 논란이 일고 있다.

1일 MBC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이 정무수석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다음 날인 3월 9일 당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태 의원을 만났다. 녹취록에 따르면 태 의원은 보좌진들에게 "정무수석이 나한테 '오늘 발언을 왜 그렇게 하냐. 민주당이 한일관계 가지고 대통령 공격하는 거 최고위원회 쪽에서 한 마디 말하는 사람이 없냐. 그런 식으로 최고위원하면 안 돼!' 바로 이진복 수석이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왼쪽)과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사진=연합뉴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왼쪽)과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사진=연합뉴스)

이어 태 의원은 이 수석이 "당신(태 의원)이 공천 문제 때문에 신경 쓴다고 하는데 당신이 최고위원 있는 기간 마이크를 쥐었을 때 마이크를 잘 활용해서 매번 대통령한테 보고할 때 '오늘 이렇게 했습니다'라고 정상적으로 들어가면 공천 문제 그거 신경쓸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태 의원은 "그래서 내가 이제부터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라며 "이진복 수석이 나한테 좀 그렇게 약간 다.. 걱정하는 게 그거잖아, 강남 갑 가서 재선이냐, 오늘도 내가 그거 이진복 수석한테 강남 갑 재선되느냐 안 되느냐"라고 말했다.

이 같은 녹취록을 두고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믿기 어렵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여당 최고위원인 현역 국회의원에게 용산의 하수인 역할을 하도록 공천으로 협박한 것 아니냐"며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1인의 사당으로 전락할 때부터 불법 공천개입 가능성에 대해 저는 누누히 경고해왔다"고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총선 당시의 불법 공천개입으로 2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에서 이 사건 수사를 지휘한 사람이 바로 윤 대통령"이라며 "보도된 사건이 공직선거법이 금지하는 대통령실의 불법 공천개입이 아닌지, 공직선거법 제9조 2항에 따라 검찰과 경찰은 신속, 공정하게 수사할 의무가 있다"고 촉구했다.

이 수석은 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태 의원의 녹취록에 대해 "그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공천 문제는 당에서 하는 것이지 여기(대통령실)에서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저희 의견을 물으면 답을 할 수는 있지만 내가 누구 공천 줄 위치도 아니고, 그런 논의조차 안 했다"고 선을 그었다.

이 수석은 "태영호 의원이 죄송하다고 두 통 (전화를) 했다"며 "(태 의원이) 직원들에게 설명하다 보니 조금 과장되게 얘기한 것 같다, 죄송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 수석은 "그런 이야기를 해서 내부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어쩌겠느냐"고 덧붙였다.

태 의원은 MBC 보도 직후 페이스북에 "본 의원실의 내부 보좌진 회의 녹취록이 유출되어 보도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이진복 정무수석은 본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한일관계 문제나 공천 문제에 대해 언급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태 의원은 "녹취에서 나온 제 발언은 전당대회가 끝나고 공천에 대해 걱정하는 보좌진을 안심시키고 정책 중심의 의정활동에 전념하도록 독려하는 차원에서 나온 과장이 섞인 내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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