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하종삼 칼럼] 원고의 순서는 먼저 민족문화대백과사전(이하 사전으로 표기함)의 목민심서 해설을 【】 안에 인용하고 이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부연하자면, 수령은 근민(近民)의 관직으로서, 다른 관직보다 그 임무가 중요하므로 반드시 덕행·신망·위신이 있는 적임자를 선택해 임명해야 한다. 또한 수령은 언제나 청렴과 절검을 생활신조로 명예와 재리(財利)를 탐내지 말고 뇌물을 절대로 받지 말아야 한다. 나아가 수령의 본무는 민중에 대한 봉사 정신을 기본으로 하여 국가의 정령(政令)을 빠짐없이 두루 알리고 민의(民意)의 소재를 상부에 잘 전달하며 상부의 부당한 압력을 배제해 민중을 보호해야 한다. 즉, 민중을 사랑하는 이른바 애휼정치(愛恤政治)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을 강조하였다.】

정약용의 목민심서 (사진= 2012년 한국고서연구회 창립 30주년 기념 '대한제국 도서전', 연합뉴스)
정약용의 목민심서 (사진= 2012년 한국고서연구회 창립 30주년 기념 '대한제국 도서전', 연합뉴스)

1편 부임, 2편 율기, 3편 봉공, 4편 애민에 대한 보충설명을 한 내용으로 첫 번째 문장은 목민심서의 관점이 아니다. 목민심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수령이 해야 하는 일을 서술하고 있으며 수령 권한 내에서의 일로 구성돼 있다. 요즘 용어로 치자면 ‘수령의 자치권’에 속하는 일로 국가사무에 속하는 것은 목민심서의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다산은 ‘크게 해가 되지 않는 것은 옛것을 따르고 심한 것은 고친다’든가, ‘이것은 일개 수령이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는 ‘고치지는 못하더라도 스스로는 범하지 마라’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모두 백성들에게 해가 되지만 수령 권한 '밖'의 일인 경우에 이런 표현이 등장한다.

수령의 자치권 내에서 백성을 구제하는 방안을 서술한 것이 목민심서이다. 수령의 자치권 여부는 목민심서를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내용 중 하나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책에 등장하는 다산의 다양한 한탄이나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하는 듯한 태도를 결코 이해할 수가 없다.

수령의 임명과 관련된 일은 이조(吏曹)의 일이지 수령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따라서 부임의 글은 목민관을 하고자 하는 자들에 대한 당부이지 이조에 적임자를 선택할 것을 권하는 내용이 아니다.

세 번째 ‘나아가 수령의 본무는 민중에 대한 봉사 정신을 기본으로 하여 국가의 정령(政令)을 빠짐없이 두루 알리고’라는 문장 역시 목민심서에서 다산이 말한 내용과 맞지 않는다.

이 문장은 봉공(奉公)과 연관된 내용이다. 봉공에서 다산은 법과 관련하여 상반된 태도를 취한다. 법을 지켜야 한다는 글에서 “윤음(綸音)이 현에 도착하면 백성들을 모아 놓고 친히 선유(宣諭)하여 국가의 은덕을 알게 하여야 한다. 무릇 국법이 금하는 것과 형률(刑律)에 실려 있는 것은 몹시 두려워하며 감히 범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산은 다른 한편에서 “조정의 법령을 백성들이 싫어하여 봉행할 수 없으면 병을 핑계하고 벼슬을 버려야 한다. 상사(上司)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을 군현에 강제로 배정하면 수령은 마땅히 그 이해를 차근차근히 설명하여 봉행하지 않도록 기해야 한다”고 했다. 

정약용이 쓴 '목민심서'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약용이 쓴 '목민심서'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상반된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산의 서술방식을 알아야 한다. 목민심서는 12편 72조에 651개의 소주제로 구성돼 있다. 651개의 소주제를 설명하면서 본문내용이 제목과 다른 결론을 취하고 있는 글들이 많다. 윤음 선포의 경우 ‘윤음이란 군부가 백성인 자녀를 위무하는 말’이라는 조건이 있다. 또한 ‘국법이 금하는 것~~‘에 있어서도 본문을 보면 ’일체 법만 지킨다면 때에 따라서는 너무 구애받게 된다. 다소 융통성을 두더라도 백성들을 이롭게 할 수 있는 것은 옛사람들도 변통하여 처리하는 수가 있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제목만 본다면 ‘사전’과 같이 해석할 수가 있으나 본문을 같이 본다면 사전과 같은 결론을 도출할 수가 없다. 또 다산은 목민심서를 서술하면서 절대 국가의 정령을 빠짐없이 두루 알리라고 하고 있지 않았다. 대표적인 두 개의 예를 들어보면,

개량(改量)이란, 전정(田政)의 큰일이다. 진전(陳田)이나 은결(隱結)을 조사해내어 별일 없기만을 도모할 것이다. 만일 부득이할 경우에는 마지못해 개량하되 큰 폐해가 없는 것은 모두 예전대로 따르고 아주 심한 것은 개량하여 원액(原額)을 채울 것이다.(호전 전정)

 

무릇 호적 사목(戶籍事目)에 관한 것으로 순영(巡營)에서 관례적으로 내려오는 관문(關文)은 민간에 포고해서는 안 된다. 호적 사목은 법전(法典)에 갖추어 실려 있어 - 호전 제2조 - 아무 죄는 장(杖) 1백, 아무 죄는 도(徒) 3년 등으로 되어 있으나 이것은 모두 시행되지 않고 있는 법이다. 시행되지 않는 법을 민간에 포고한다면 한갓 백성들로 하여금 조령(朝令)을 불신케 하고 국법(國法)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는 결과만 가져올 뿐이니, 접어 두고 발표하지 않는 것이 또한 옳지 않겠는가.(호전 호적)

 

수령 업무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전정(田政)과 호적(戶籍)에서 다산이 취하는 태도이다. 즉, 다산이 목민심서에서 취하는 법에 대한 태도는 ‘악법도 법이다’가 아닌 ‘잘못된 법은 고쳐야 한다’이다. 그러므로 ‘국가의 정령을 빠짐없이 알리는 일’은 목민심서 내용과는 맞지 않는 일이다. ‘백성에게 이익이 되느냐, 해가 되느냐‘가 선택의 기준이고 벼슬을 버리거나 상사와 다퉈야 한다는 것이 목민심서 전체를 관통하는 다산의 견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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