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하종삼 칼럼] 원고의 순서는 먼저 민족문화대백과사전(이하 사전으로 표기함)의 목민심서 해설을 【】 안에 인용하고 이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1편 부임(赴任), 2편 율기(律己)
【먼저 제1편의 부임은 제배(除拜)·치장(治裝)·사조(辭朝 : 수령이 부임하기 전에 임금에게 하직 인사를 함)·계행(啓行 : 앞서서 인도함)·상관(上官)·이사(莅事 : 일에 임함)의 6조로 구성되었고, 제2편의 율기는 칙궁(飭躬 : 몸을 삼감)·청심(淸心)·제가(齊家)·병객(屛客 : 손님 접대)·절용(節用)·낙시(樂施 : 즐거이 베풂)의 6조로 구성되었다.】
이 글부터는 목민심서 12편과 각 편의 6개조에 대한 설명이다. 이 문단은 목민심서의 제1편과 2편에 대한 설명이다.
부임(赴任)과 율기(律己)의 6개조는 각각 위에서 말한 바와 같다. 다산 스스로가 목민심서를 수신(修身)과 치민(治民)의 범주로 나눴는데 두 편 모두 수신의 범주에 속한다. 또한 목민심서는 9편 54개조가 수령의 고적대상이 되는 사무인데 2편 율기는 수령의 고적대상 54개조에 포함된다. 같은 수신의 범주라도 차이가 있다.
두 편 모두 수신의 범주에 속하기는 하지만 수신의 차원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부임은 수령으로 임명받아 고을에 부임하기까지의 과정에서 백성들 부담이 되는 기존의 잘못된 관행을 깨뜨리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백성들에게 부임 전부터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과정을 나열하고 있다. 부임편을 보면 다산이 백성들 다스리는 일에 있어서 얼마나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는지를 볼 수 있다.
목민심서에서 수령이 처음 부임하여 실질적으로 백성들에게 내리는 첫 번째 명령이 순막구언(詢瘼求言 민폐되는 것을 묻고 할 말을 하게 한다)이다. 언뜻 보면 좋은 수령 같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겉멋만 든, 세상물정 모르는 수령이라 할 수 있다. 다산의 말대로 수령은 임기도 길어야 2년인 과객(過客)일 뿐이고 고을의 실질적 실세(實勢)는 아전들이다. 처음 부임하는 수령이 민폐를 묻는다고 선뜻 관에 곧이곧대로 말하는 백성은 그 수령이 떠나면 어찌 될지 뻔한 일이다.
부임과정은 이 순막구언의 명령을 수령이 내릴 때 실질적으로 백성들이 응할 수 있는 객관적 조건을 만드는 일이다. 그래서 맨 처음 아전들이 비리의 집합체인 읍총기(邑摠記)라는 책자를 바칠 때 쳐다보지도 않으며, 신관쇄마비를 걷지 않으며, 관아를 수리하지도 않고, 식구도 데리고 가지 않으며, 고위관리가 부탁하는 아전은 해임시킨다는 다짐을 받는 일이다.
다산의 말대로, “무릇 신관(新官)이 처음 나타나면 백성이 그 풍채를 상상하고 기대할 것이니, 이러한 때에 이런 영이 내려가면 환호성이 우레와 같고, 칭송하는 노래가 먼저 일어날 것이다. 위엄은 청렴에서 나오는 것이니 간악하고 교활한 무리들은 겁을 낼 것이며, 영을 내리고 시행함에 백성들은 따르지 않음이 없을 것이다.”
즉, 부임 편은 민주적 의견수렴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성격이 전편에 흐르고 있다.
2편 율기의 주제는 청탁의 방지이다. 지금까지 목민심서의 중심 주제라고 회자되는 청렴을 다산이 강조하는 이유도 청탁을 방지하기 위한 길이 길이지 청렴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다산 스스로도 ‘청탁이 행해지지 않으면 청렴하다 할 수 있다(干囑不行焉,可謂廉矣).’고 말하고 있다.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목민심서에서 다산이 강조하는 것은 청탁의 방지라고 할 수 있지 결코 청렴이라는 개인의 도덕적, 윤리적 차원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은 내용이 부임과 율기의 내용이다. 위 ‘사전’의 각 조문에 대한 내용 중 계행(啓行)과 낙시(樂施)의 경우 사전적 뜻으로는 맞을 수 있으나 목민심서의 조문 설명에는 적합한 내용이 아니다.
계행(啓行)은 ‘앞장서서 인도함. 또는 여정에 오름’의 뜻이 있다. 물론 수령이 앞장서서 인도하는 것도 포함되겠지만 계행의 내용은 부임길에 지켜야 할 체모, 미신에 현혹되지 않는 일, 선배에게 배우는 일 등인데 앞장서서 인도하는 것보다는 여정에 오르는 길에 지켜야 할 도리가 더 명확한 뜻이다. 낙시(樂施)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낙시의 내용은 나의 녹봉을 절약하여 주변의 어려운 친척이나 백성을 돌보는 일이다. 뜬금없이 즐거이 베푸는 것이 아니라 청렴한 사람들의 각박한 정사를 경계하고자 하는 뜻이 있고 또 검약하여 아낀 재물로 주변에 은혜를 베푸는 일이다. ‘주변의 어려운 사람을 도움’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병객(屛客)의 경우는 곤혹스럽다. 병객의 내용은 청탁의 배제다. 그래서 그 내용도 관부에 책객(冊客 개인 비서)을 들이지 말 것, 친척이나 친구가 관내에 살더라도 절대로 오게 하지 말 것, 조정의 고관이 사서를 보내 청탁하는 것을 들어주지 말 것 등이다. 병객 여섯 개의 글 중 손님접대에 관한 것이라면 가난한 친구와 궁한 친척의 경우가 있는데 이 역시도 청탁의 방지 차원에서 거론하는 글일 뿐이다.
무엇보다 병객의 병(屛)자는 ‘~~를 접대하다‘라고는 절대 해석이 되지 않는 글자다. 한자의 해석도 틀리고 목민심서의 내용과도 완전히 배치되는 설명이다. 공식적인 손님접대에 대한 글은 예전 빈객(賓客) 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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