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하종삼 칼럼] 원고의 순서는 먼저 민족문화대백과사전(이하 사전으로 표기함)의 목민심서 해설을 【】 안에 인용하고 이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1편 부임(赴任), 2편 율기(律己)

【먼저 제1편의 부임은 제배(除拜)·치장(治裝)·사조(辭朝 : 수령이 부임하기 전에 임금에게 하직 인사를 함)·계행(啓行 : 앞서서 인도함)·상관(上官)·이사(莅事 : 일에 임함)의 6조로 구성되었고, 제2편의 율기는 칙궁(飭躬 : 몸을 삼감)·청심(淸心)·제가(齊家)·병객(屛客 : 손님 접대)·절용(節用)·낙시(樂施 : 즐거이 베풂)의 6조로 구성되었다.】

이 글부터는 목민심서 12편과 각 편의 6개조에 대한 설명이다. 이 문단은 목민심서의 제1편과 2편에 대한 설명이다.

부임(赴任)과 율기(律己)의 6개조는 각각 위에서 말한 바와 같다. 다산 스스로가 목민심서를 수신(修身)과 치민(治民)의 범주로 나눴는데 두 편 모두 수신의 범주에 속한다. 또한 목민심서는 9편 54개조가 수령의 고적대상이 되는 사무인데 2편 율기는 수령의 고적대상 54개조에 포함된다. 같은 수신의 범주라도 차이가 있다.

정약용의 목민심서 (사진= 2012년 한국고서연구회 창립 30주년 기념 '대한제국 도서전', 연합뉴스)
정약용의 목민심서 (사진= 2012년 한국고서연구회 창립 30주년 기념 '대한제국 도서전', 연합뉴스)

두 편 모두 수신의 범주에 속하기는 하지만 수신의 차원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부임은 수령으로 임명받아 고을에 부임하기까지의 과정에서 백성들 부담이 되는 기존의 잘못된 관행을 깨뜨리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백성들에게 부임 전부터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과정을 나열하고 있다. 부임편을 보면 다산이 백성들 다스리는 일에 있어서 얼마나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는지를 볼 수 있다.

목민심서에서 수령이 처음 부임하여 실질적으로 백성들에게 내리는 첫 번째 명령이 순막구언(詢瘼求言 민폐되는 것을 묻고 할 말을 하게 한다)이다. 언뜻 보면 좋은 수령 같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겉멋만 든, 세상물정 모르는 수령이라 할 수 있다. 다산의 말대로 수령은 임기도 길어야 2년인 과객(過客)일 뿐이고 고을의 실질적 실세(實勢)는 아전들이다. 처음 부임하는 수령이 민폐를 묻는다고 선뜻 관에 곧이곧대로 말하는 백성은 그 수령이 떠나면 어찌 될지 뻔한 일이다.

부임과정은 이 순막구언의 명령을 수령이 내릴 때 실질적으로 백성들이 응할 수 있는 객관적 조건을 만드는 일이다. 그래서 맨 처음 아전들이 비리의 집합체인 읍총기(邑摠記)라는 책자를 바칠 때 쳐다보지도 않으며, 신관쇄마비를 걷지 않으며, 관아를 수리하지도 않고, 식구도 데리고 가지 않으며, 고위관리가 부탁하는 아전은 해임시킨다는 다짐을 받는 일이다.

다산의 말대로, “무릇 신관(新官)이 처음 나타나면 백성이 그 풍채를 상상하고 기대할 것이니, 이러한 때에 이런 영이 내려가면 환호성이 우레와 같고, 칭송하는 노래가 먼저 일어날 것이다. 위엄은 청렴에서 나오는 것이니 간악하고 교활한 무리들은 겁을 낼 것이며, 영을 내리고 시행함에 백성들은 따르지 않음이 없을 것이다.”

즉, 부임 편은 민주적 의견수렴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성격이 전편에 흐르고 있다.

정약용이 쓴 '목민심서'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약용이 쓴 '목민심서' [연합뉴스 자료사진]

2편 율기의 주제는 청탁의 방지이다. 지금까지 목민심서의 중심 주제라고 회자되는 청렴을 다산이 강조하는 이유도 청탁을 방지하기 위한 길이 길이지 청렴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다산 스스로도 ‘청탁이 행해지지 않으면 청렴하다 할 수 있다(干囑不行焉,可謂廉矣).’고 말하고 있다.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목민심서에서 다산이 강조하는 것은 청탁의 방지라고 할 수 있지 결코 청렴이라는 개인의 도덕적, 윤리적 차원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은 내용이 부임과 율기의 내용이다. 위 ‘사전’의 각 조문에 대한 내용 중 계행(啓行)과 낙시(樂施)의 경우 사전적 뜻으로는 맞을 수 있으나 목민심서의 조문 설명에는 적합한 내용이 아니다.

계행(啓行)은 ‘앞장서서 인도함. 또는 여정에 오름’의 뜻이 있다. 물론 수령이 앞장서서 인도하는 것도 포함되겠지만 계행의 내용은 부임길에 지켜야 할 체모, 미신에 현혹되지 않는 일, 선배에게 배우는 일 등인데 앞장서서 인도하는 것보다는 여정에 오르는 길에 지켜야 할 도리가 더 명확한 뜻이다. 낙시(樂施)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낙시의 내용은 나의 녹봉을 절약하여 주변의 어려운 친척이나 백성을 돌보는 일이다. 뜬금없이 즐거이 베푸는 것이 아니라 청렴한 사람들의 각박한 정사를 경계하고자 하는 뜻이 있고 또 검약하여 아낀 재물로 주변에 은혜를 베푸는 일이다. ‘주변의 어려운 사람을 도움’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병객(屛客)의 경우는 곤혹스럽다. 병객의 내용은 청탁의 배제다. 그래서 그 내용도 관부에 책객(冊客 개인 비서)을 들이지 말 것, 친척이나 친구가 관내에 살더라도 절대로 오게 하지 말 것, 조정의 고관이 사서를 보내 청탁하는 것을 들어주지 말 것 등이다. 병객 여섯 개의 글 중 손님접대에 관한 것이라면 가난한 친구와 궁한 친척의 경우가 있는데 이 역시도 청탁의 방지 차원에서 거론하는 글일 뿐이다.

무엇보다 병객의 병(屛)자는 ‘~~를 접대하다‘라고는 절대 해석이 되지 않는 글자다. 한자의 해석도 틀리고 목민심서의 내용과도 완전히 배치되는 설명이다. 공식적인 손님접대에 대한 글은 예전 빈객(賓客) 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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