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하종삼 칼럼] 원고의 순서는 먼저 민족문화대백과사전(이하 사전으로 표기함)의 목민심서 해설을 【】 안에 인용하고 이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이 책은 부임(赴任)·율기(律己 : 자기 자신을 다스림)·봉공(奉公)·애민(愛民)·이전(吏典)·호전(戶典)·예전(禮典)·병전(兵典)·형전(刑典)·공전(工典)·진황(賑荒)·해관(解官 : 관원을 면직함) 등 모두 12편으로 구성되었고, 각 편은 다시 6조로 나누어 모두 72조로 편제되었다.

그의 저작 연표(著作年表)에 의하면, 강진 유배 생활 19년간의 거의 전부를 경전 연구에 몰두하였다. 그러다가 나이가 많아지면서 얻은 학문적 이해와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문제에 마지막 정열을 기울였다. 이는 1817년(순조 17)에 『경세유표(經世遺表)』, 1818년(순조 18)에 『목민심서』, 1819년(순조 19)에 『흠흠신서(欽欽新書)』를 계속 펴낸 것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이후에는 저작 활동이 부진해 『경세유표』는 결국 미완성으로 끝나고 말았다. 그러나 그 천관편(天官篇)의 수령고적(守令考績 : 수령의 성적을 살핌) 9강(綱) 54조는 책의 기본 골격을 이루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이 글이 사전에서 목민심서를 설명하는 첫 번째 문단으로 목민심서의 구성과 저술배경을 설명한 글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오류는 12편 해관에 대한 설명이다. 여기서는 해관을 ‘관원을 면직함’으로 설명하고 있으나 이 뜻은 한자의 해석으로는 맞을 수도 있겠지만 목민심서 해관의 내용과 맞지 않는다. 다산은 해관편에서 벼슬을 마치는 경우를 임기가 차서 끝나는 경우, 다른 고을로 전보되는 경우, 상사와 다투기도 하고, 상을 당하거나 본인이 사망하는 등 모두 20가지 경우를 들고 있다. 해관편은 벼슬을 끝내는 날까지 백성들을 위해 처신하는 목민관의 도리를 설명하고 있는데, 사전에서 말한 면직은 스무 가지 경우 중 하나에 해당할 뿐이다. 굳이 주(註)를 단다면 ‘벼슬을 끝마침’ 정도가 맞는 표현이다.

두 번째로 눈에 띄는 것은 ‘그의 저작연표’라는 표현이다. ‘그의 저작연표에 의하면‘이라고 표현하면 다산이 작성한 저작연표라는 말이 된다. 물론 백번 양보해서 ‘그의 저작활동 내용에 의하면’이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이 사전은 한국학의 최고권위가 있는 자료로 모든 사람들이 참고하는 기본이 되는 자료다. 오해의 소지가 있는 표현은 명확하게 바로잡아야 한다. 다산이 작성한 저작연표라는 것은 없다. 다산 스스로 정리한 저작활동에 대한 것은 본인이 회갑을 맞이하여 작성한 ‘자찬묘지명(집중본)’이 있고, 다산의 생과 저술활동을 가장 정확하게 기록했다는 평가를 받는 다산 현손(玄孫)인 정규영이 1922년 펴낸 ‘사암선생연보’가 있다. ‘사암선생연보에 의하면’, 혹은 ‘자찬묘지명에 의하면’이라는 표현이 맞다.

세 번째는 ‘강진 유배 생활 19년간’이라는 표현이다. 이는 명백한 오류다. 다산이 강진에 유배를 간 것은 40세인 1801년(순조 1년) 11월이고 해배된 것이 57세인 1818년 8월의 일이다. 다산이 스스로 자찬묘지명에서 ‘유락(流落)19년’이라는 표현을 한 바가 있는데 이는 유배기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조가 승하하던 1800년부터 고향으로 돌아오는 1818년까지의 기간을 말하는 것이다.

정약용의 목민심서 중 표지 (牧民心書) [사진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http://encykorea.aks.ac.kr/ ),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약용의 목민심서 중 표지 (牧民心書) [사진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http://encykorea.aks.ac.kr/ ),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어서 나오는 맨 마지막 ‘이후에는 저작 활동이 부진해 『경세유표』는 결국 미완성으로 끝나고 말았다. 그러나 그 천관편(天官篇)의 수령고적(守令考績 : 수령의 성적을 살핌) 9강(綱) 54조는 책의 기본 골격을 이루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라는 문장은 필자의 문해력이 낮아서인지 모르겠으나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다. 앞뒤 문장하고 연관성도 전혀 없고, 경세유표가 미완성으로 끝난 것과 수령고적 9강 54조가 목민심서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게 서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내용은 목민심서 이해에 가장 기본이 되는 내용이다. 필자로서는 이렇게 엉터리로나마 거론해 준 것이 고마울 정도다.

목민심서는 12편 72조로 구성되어 있다. 이 12편은 다시 경세유표4권 고적지법과 목민심서의 부감사고공지법에 의하여 분류를 하면 1편 부임, 11편 진황, 12편 해관을 제외한 나머지 9편 54개조는 수령의 고과평가대상이 되는 업무를 규정하고 있다.

즉, 목민심서는 수령의 고과평가항목이라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 책이다. 다산이 백성을 구제하기 위해 쓴 대표적인 책이 경세유표와 목민심서다. 경세유표는 근본적으로 나라를 개혁하고자 하는 것이고, 목민심서는 법을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현 법의 테두리 내에서 백성을 구제하는 방안을 서술한 책이다. 현대적 용어로 말하자면 ‘수령의 자치권 내에서 백성을 구하는 방법 54개조’가 목민심서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치사무 54개조이다.

이 54개조는 당장 현실에서 적용 가능한 정책들이지만, 다산이 서문에서 말했듯이 ‘수령들이 스스로 실행하기를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제도적 틀이 필요하다. 그 제도적 틀이 고적법이다. 이 고적법을 빼고 목민심서를 이해하면 목민심서의 다양한 정책들은 수령의 인자한 성품이나 청렴함에 기대하는 ‘도덕책’으로 전락하게 된다.

그래서 다산은 누차 강조한다.

국가의 안위는 인심의 향배에 달렸고, 인심의 향배는 백성의 잘 살고 못 사는 데에 달렸으며, 백성의 잘 살고 못 사는 것은 수령이 잘하고 잘못하는 데에 달렸고, 수령의 잘하고 잘못하는 것은 감사의 포폄(褒貶)에 달려 있으니, 감사가 고과하는 법은 바로 천명(天命)과 인심(人心)이 향배하는 기틀이요, 나라의 안위를 판가름하는 바이다. 

 

이런 내용을 앞뒤 연관성 없이 위와 같은 방식으로 서술해 놓으면 목민심서가 수령의 고적평가항목 54개조라는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게다가 경세유표 천관 편에 수령고적이라는 별도의 항목은 없다. ‘경세유표4권 천관수제 고적지법’에 있는 수령고적 평가법‘에 의하면 이라는 표현이 정확하고 또한 수령고적을 ‘수령의 성적을 살핌’이라고 주를 달았는데 성적을 살피는 것이 아니라 ‘성적을 평가’하는 것이 맞는 표현이다.

수령고적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필자의 블로그인 ‘목민심서연구소’의 ‘목민심서 원문과 해설’에 자세한 내용을 설명한 것이 있으니 참조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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