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는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의 연속 특별기고 'SDGs 시대, 지역 지속가능발전 현장을 가다'를 총 24회에 걸쳐 게재합니다.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1992년 Rio 국제회의의 결과인 '의제21'의 권고를 바탕으로 지방정부가 설치한 전국협의체로 유엔 경제사회이사회(UN ECOSOC) 특별협의기구입니다.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지자체별 Governance의 확산·발전을 통해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를 구현하고 대한민국의 지속가능발전에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연속 특별기고는 전문가 기고와 실제 지속가능발전 정책이 실행된 지역 사례로 구성됩니다.  이번 사례는 SDGs(지속가능발전목표) 4번 목표 사례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선경 청주교육대학교 교수가 집필하셨습니다.

[미디어스=이선경 칼럼] 1992년 발표된 Agenda21에서 교육은 이행수단으로 여겨졌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실행 계획인 Agenda21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의 중점을 40장으로 구분하고, 사회 경제 부문, 자원의 보존 및 관리 부문, 주요 그룹의 역할 강화 부문, 이행 수단 부문(33장-40장)으로 구분하였을 때, 교육은 36장으로 이행수단 부문에 속하였다. 1999년 우리나라에 설립된 대통령자문국가지속발전위원회(PCSD)에서도 교육 분야는 이행전문위원회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교육은 지속가능발전을 달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도구, 즉 이행 수단처럼 여겨졌던 것 같다.

그러나 UN 지속가능발전교육10년(2005-2014)을 거치면서 교육에 대한 인식은 달라졌고, ‘포용적이고 공평한 양질의 교육과 평생학습 증진’은 4번 목표로 설정되어, 세상을 더 정의롭고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17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중 하나로 설정되었다. 뿐만 아니라, 교육은 나머지 16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달성하는 데 범분야적으로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된다.

[그림 1] 지속가능발전목표 4 양질의 교육
[그림 1] 지속가능발전목표 4 양질의 교육

최근 교육계에서의 주요 담론은 ‘변혁(transformation)’과 ‘행위주체성(agency)’이라고 할 수 있다. ‘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달성을 통해 보다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세계 구축에 기여’하기 위해 2020년 작성되고 2021년 착수된 지속가능발전교육2030(ESD for 2030)에서는 거대한 변혁(big transformation)을 강조하고 있다. 이 변혁에 대한 강조는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와 무관하지 않으며, 현재의 정치‧경제‧사회 제도와 삶의 방식을 완전히 바꾸지 않고서는 우리 인류의 미래 자체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 거대한 변혁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방안으로 개인 실천의 변화와 사회 구조의 변화, 첨단 기술의 비판적 사용 등이 강조되고 있으며, 정책‧교육 환경‧교육자‧청소년‧지역 등 5가지의 우선 실천 영역에서 이들이 고려되어야 함을 제언하고 있다.

OECD를 중심으로 한 교육 어젠다에서도 공동체와 변혁이 강조되는 등 같은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UN을 중심으로 한 개발 어젠다와 교육 어젠다가 일치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다. 2018년 발표된 OECD 교육 2030에서도 ‘미래 교육의 목표는 개인과 공동체의 웰빙을 이루어내는 데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학습자들의 행위주체성(student agency)에 기반한 변혁적 역량이 필수적’임을 강조하고 있다. 과거 OECD DeSeCo 프로젝트에서도 역량에 대한 논의가 제시되었지만, 개인적인 수준의 역량에 한정되는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공동체의 웰빙도 개인의 웰빙과 똑같이 중요한 교육의 목표이며, 사람들은 실제 세계의 실행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스스로가 보다 나은 세계를 위해 사람들과 사건, 상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책임감을 의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학습자뿐만 아니라 교육자, 동료, 가족, 공동체 등이 모두 관여하여 변화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협력적 행위주체성(co-agency)도 강조되고 있다.

협력적 행위주체성에 기반하여 거대한 변혁을 이루고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함께 학습하고 논의하며 합의하는 과정을 통하여, 미래에 대한 비전을 만들고 구체적인 계획을 설정하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들에 대해 꾸준히 성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사회 전체가 참여하고 성찰하는, 사회적 학습(social learning)의 과정이 필요하다. Wals(2012)가 강조한 바와 같이 사회적 학습은 ‘사회적 응집력’과 ‘다름’을 동시에 배양하는 협력적이고 창발적인 학습 과정으로, 기존의 패턴, 루틴, 시스템을 깨뜨리는 데 필요한 역동성과 에너지를 만들고, 공동의 소유 의식을 창출하며, 창의력을 발휘하게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사회적 학습의 참여 과정에서 소통과 상호작용을 거쳐 실천적 지식을 공동 생성하고, 상호 의존성을 이해하며, 체계의 복잡성을 느낄 수 있고, 나아가 공동의 이해, 상호 합의, 집단적 행동 등을 가능하게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사회와 공동체의 변혁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림 2] 사회적 학습의 과정과 결과 (출처 : Muro & Jeffrey (2008), Lee et al. (2012) 재인용)
[그림 2] 사회적 학습의 과정과 결과 (출처 : Muro & Jeffrey (2008), Lee et al. (2012) 재인용)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지속가능발전목표 또는 지속가능발전교육이라는 렌즈를 통해서 우리의 일상과 실천, 계획과 정책 등을 검토하는 일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 수준에서 지역 수준에서 작동되고 있는 여러 계획들과 맥락을 검토하고, 국가와 지역의 정책을 검토하고, 세부 목표를 검토하고, 실행을 검토하는 일이다. 특히 정책들이 어떤 주제들로 구성되어 있는지, 사회적 실행 주체는 누구인지, 또 지속가능발전목표 몇 번과 어떻게 연계되는지 등을 세밀히 분석하고 매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도시전체적접근 또는 지역전체적접근을 통해서 지속가능성이 도시와 지역의 주류 담론이나 문화로서 자리잡게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 다른 이해를 가진 이해당사자들이나 집단이 만나서 소통하고, 지속가능성을 향해 무게 중심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우선 필요하다고 하겠다. 그러면서 일방향 학습, 쌍방향 소통, 조정, 사회적 학습 등을 포함한 모든 수준의, 모든 형태의 교육이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추진력이자 원동력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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