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수사기관 통신자료수집 시 법원의 허가(영장)를 받도록 한 자신의 법안이 정부부처 의견에 따라 국회 논의 테이블에서 제외될 뻔했다고 밝혔다.

박주민 의원실은 국회 전문위원실이 정부 의견을 수용해 관련 법안심사 자료에서 자신의 법안을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수사기관 통신자료수집 시 영장을 받도록 하는 법안의 논의를 반대했다는 얘기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김진욱)가 '고발사주' 의혹 수사과정에서 통신자료를 수집하자 "미친 사람들"이라며 사찰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박주민 의원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박주민 의원실)

"국회가 행정부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주민 의원은 16일 페이스북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ICT법안소위에 다급하게 다녀왔다"며 "타 상임위 법안소위에 들어가는 것이 아주 일반적인 일은 아니지만,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논의 테이블에서 제가 대표발의한 '수사기관의 통신자료수집은 사전에 법원의 허가를 구하도록 하는' 개정안이 정부부처 의견에 따라 빠진 채 논의될 뻔 했기 때문에 양해를 구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과방위 전문위원실이 정부부처의 의견을 수렴하고 법안소위 준비자료에서 영장주의가 반영된 법안의 내용을 싣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회 상임위 전문위원실은 발의된 법안을 검토하고 정부의견을 수렴하는 등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수사기관 통신자료수집 법안의 핵심 쟁점은 '사전에 영장주의를 적용하자', '사후통지를 하자' 두 가지"라며 "그래서 ICT법안소위에서 논의하기로 돼 있었는데 모 의원실에서 연락이 왔다. 논의 안건은 국회 전문위원실에서 어느 정도 자료를 만들어 테이블에 올려놓는데, 그 자료를 보니 '영장주의'는 빠져있고 '사후통지'만 테이블에 올라가게 돼 있다는 얘기였다"고 전했다. 

박 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과방위 전문위원실이 "두 쟁점이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정부부처에서는 사후통지에 관해서만 얘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그래서 우리도 영장주의 내용은 제외하고 사후통지에 관해서만 자료를 만들어 논의 테이블에 올리기로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부처에서 의견을 모았다 하더라도 그것은 행정부의 일이다. 입법부는 정부부처가 A안만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A안만 논의할 게 아니라, 법안이 올라와 있고 연관된 조항이면 당연히 모두 얘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너무 황당해서 과방위 전문위원실에 '행정부냐 입법부냐' 따져 물었다"고 말했다. 

과방위 전문위원실 관계자는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저희가 관련 법안 15건을 전부 비교할 수는 없어서 대표적인 2개 법안을 비교했는데, 정부부처가 관계기관 의견을 전부 수렴해 제출한 의견에서 영장주의 내용이 없었던 것은 맞다"며 "그래서 영장주의가 없는 대표법안 2개를 비교해서 처음 자료에는 (영장주의가)표시가 안 돼 있었다. 어쨌든 회의는 박주민 의원안이 표시된 자료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정부의견을 보내온 곳이 법무부·행정안전부·검찰·경찰 중 어디냐는 질문에 전문위원실 관계자는 "말씀드릴 수 없다. '관계기관 전부'라고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박주민 의원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박주민 의원실)

"영장없는 검·경 통신자료수집 허용은 반쪽짜리 개정"

수사기관의 통신조회는 '통신자료'와 '통신사실확인자료'로 구분된다. '통신자료'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수사기관이 수사 대상자의 인적사항을 이동통신사에게 요청해 제공받은 자료를 말한다. 이용자 이름, 주민번호, 주소, 가입 및 해지 일자, 전화번호, ID 등 이통사 가입정보로 법원의 허가 없이 제공받을 수 있다. '통신사실확인자료'는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법원의 허가가 필요한 정보를 말한다.

박 의원은 "전기통신 이용자들은 본인의 정보가 수집되고 있는지, 언제 어떻게 수집되는지 통지받지 않기에 알 수 없다"면서 "윤 대통령도 이 문제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힘 고발사주 게이트를 수사하는 공수처의 통신자료 수집에 관해 '국회의원과 언론인을 이렇게 사찰하면, 보좌관만 사찰해도 난리가 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의원은 "그런데 정부와 여당은 이제 와서는 '수사기관의 통신자료요청은 허용하되, 사후에 수집사실을 통지만 하자'고 한다. 개인정보인 통신자료는 수사기관이 자유롭게 제출받고, 한참 뒤에 통지만 해주면 아무런 문제가 없나"라며 "법원의 허가는 무차별적인 수사기관의 정보 수집을 막는 최소한의 장치다. 영장없는 검·경 통신자료수집 허용은 반쪽짜리 개정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공수처가 '고발사주' 의혹으로 언론사 취재기자와 정치인들의 통신자료를 조회하자 현 여권에서 '사찰' 논란을 제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공수처 통신조회 논란에 대해 "이거 미친 사람들 아니냐. 단순 사찰이 문제가 아니라, 선거를 앞두고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불법 선거개입이고 부정선거를 자행하고 있다는 얘기"라며 김진욱 공수처장 구속수사를 주장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2017년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국정감사에서 "통신조회는 가입자 조회를 말하는 것으로 확인하다 보면 몇백 개가 나온다. 문제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국정농단 특검 통신조회 220만 건 ▲총장 재직 시절 검찰 통신조회 282만 건을 양산했다.(관련기사▶논란의 통신조회 제도 개선, 국민의힘 전신 반대로 좌초)

한편,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 13일 통신자료 조회로 고발당한 사건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경찰은 공수처가 수사 과정에서 적법하게 통신자료를 조회했다고 판단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