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참여연대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존폐를 검토해야 한다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겨냥해 "검찰총장 시절 권한 오남용 의혹부터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윤 후보는 공수처의 통신조회를 '언론·정치 사찰'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총장 시절 '판사 사찰' 논란과 수백만건의 통신조회로 '내가 하면 수사, 남이 하면 사찰'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 23일 윤 후보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공수처가 국민의힘 소속 의원 7명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다. 불과 며칠 전 '언론 사찰'이 논란이 되더니 이제는 '정치 사찰'까지 했다니 충격"이라며 "이 정도면 공수처의 존폐를 검토해야 할 상황이 아닌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사진=연합뉴스)

27일 참여연대는 '윤석열 후보, 공수처 ‘사찰’ 운운할 자격있는가'라는 제하의 논평에서 "통신자료 제공 요청은 위헌적 제도임에도 윤 후보 자신이 검찰총장직에 있었던 검찰은 물론 경찰 등 수사기관들이 일상적으로 자행해 온 것"이라며 "게다가 윤 후보는 검찰총장 재직 중 수차례 있었던 사찰 및 검찰권 남용 의혹으로 수사 받고 있는 피의자"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윤 후보는 자신과 관련된 사찰 논란에 대해 먼저 해명과 사과를 하는 것이 순서"라면서 "수사기관의 법원 통제 없는 통신자료 제공 요청에 대한 입장을 밝혀 진정성 있는 개혁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난해 2월 검찰총장의 '눈과 귀'로 불리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현 수사정보담당관실)은 주요 사건 재판부 판사의 신상정보를 수집한 문건을 작성했다. 해당 문건에는 판사의 정치적 사건 판결 내용, 우리법연구회 가입여부, 가족관계, 세평, 개인취미, '물의야기 법관' 해당 여부 등이 기재됐다. 해당 문건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와 공공수사부에 전달됐다. 윤 후보 '정직 2개월' 징계사유 중 하나다. 범죄정보를 수집하는 검찰부서의 판사 사찰인지, 공소 전략을 짜기 위한 관행인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윤 후보는 징계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 10월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윤 총장 지시에 따라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작성한 재판부 분석 문건에는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해 수집된 개인정보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며 "이 문건을 보고받고도 수집된 개인정보들을 삭제·수정하도록 조치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대검 반부패부 및 공공수사부에 전달하도록 지시한 것은 국가공무원법, 검찰청 공무원 행동강령을 위반한 것으로 검사징계법에 따른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공수처는 지난 10월 윤 후보를 '판사 사찰 문건' 의혹으로 추가입건했다.

또한 참여연대는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발생한 '고발사주' 의혹, '윤석열 장모 대응 문건' 의혹 등을 거론하며 "대선후보에 나선 지금까지 해명도 사과도 한마디 없다. 윤 후보는 공수처 존폐 문제를 앞세우기보다 본인 재직시절 사찰 논란부터 해명하는 것이 순서"라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김태일 간사는 27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윤 후보는 검찰 조직의 수장으로서 검찰 내 존재하는 정보라인을 사적인 목적으로 남용했다는 의혹도 있다"며 "'정보권한 남용'이라는 일치하는 맥락이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후보가 검찰총장 재직 당시 검찰은 300만건 가량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발표에 따르면 2019년 하반기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검찰·경찰의 통신자료 조회는 전화번호 수 기준으로 각각 342만 3572건, 712만 8118건에 달한다.

참여연대는 "통신자료 제공 요청은 위헌적 수사관행이다. 이것이 윤 후보의 발언과 같이 사찰이 된다면 후보자 본인의 총장 재직 시절 이뤄진 검찰의 요청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라며 "내가 하면 '수사'요, 남이 하면 '사찰'이라고 할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참여연대는 "근본적 해결 없이 모순을 해결할 수 없다"며 "전 총장이었던 윤 후보조차 사찰로 이어질 위험을 인정한 만큼, 영장 없는 수사기관의 무차별적 통신자료 제공 요청 행태에 대해 영장주의 도입 등 진정성 있는 개혁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수사기관의 통신조회는 '통신자료'와 '통신사실확인자료'로 구분된다. '통신자료'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수사기관이 수사 대상자의 인적사항을 이동통신사에게 요청해 제공받은 자료를 말한다. 이용자 이름, 주민번호, 주소, 가입 및 해지 일자, 전화번호, ID 등 이통사 가입정보로 법원의 허가(영장) 없이 제공받을 수 있다. '통신사실확인자료'는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법원의 허가가 필요한 정보를 말한다. 상대방 전화번호, 통화 일시와 시간, 인터넷 로그기록, IP 주소, 발신기지국 위치추적 자료 등이 해당된다.

한편, 지난 24일 공수처는 입장문을 내어 통신조회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공수처는 "과거의 수사 관행을 깊은 성찰 없이 답습하면서 최근 기자 등 일반인과 정치인의 '통신자료 조회' 논란 등을 빚게 돼 여론의 질타를 받게 된 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수처는 통신조회 수사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참여연대는 논평에서 "통신자료 제공에 의한 기본권 침해가 유감표명과 대책마련으로 끝날 일은 아니다"라며 "국회는 전기통신사업법을 바꿔 통신자료 제공 요청에 법원의 영장주의가 관철되도록 입법적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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