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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털리자 대서특필되는 수사기관의 통신조회 사실보수언론·국민의힘 "언론·불법 사찰" 주장…현행법상 합법, 법 개정 외면한 국회 책임 가장 커
송창한 기자 | 승인 2021.12.23 10:12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전화번호 등 기자의 통신기록을 조회한 사실이 드러나 '언론인 사찰'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수사기관이 수사대상의 통화내역을 파악하고, 통화내역에 등장하는 전화번호 사용자의 신원을 조회하는 일은 현행법상 합법이다. 수사의 신속성과 밀행성이 개인정보자기결정권보다 우선시 되어왔기 때문이다. 입법을 통한 제도개선이 요구되는 이유다. 시민사회는 오래전부터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수집 문제를 인권침해로 규정하고 개선을 요구해왔다. 

이번 공수처의 통신조회는 당사자인 언론, 그중에서도 주요 보수언론과 국민의힘이 '언론인 사찰' '불법 사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제도개선보다 피해사실 전달과 여권에 대한 공세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사진=연합뉴스)

현행법상 수사기관 '관행', 오래전부터 제도개선 필요성 제기돼

공수처 통신조회 논란은 지난 5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인 김준우 변호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수처로부터 통신조회를 당했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이후 참여연대 출신으로 현 정부여당을 비판해 온 김경율 회계사가 공수처로부터 통신조회를 당했다고 밝히면서 언론보도가 이어졌다. 

각 언론사 기자들도 공수처로부터 통신조회를 당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 중이다. 현재까지 15개 언론사 50여명의 언론인이 공수처 통신조회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를 출입하는 법조기자들뿐 아니라 국회 출입기자나 데스크급 기자들, 국민의힘 의원 등의 통신조회도 이뤄졌다고 한다. 조선·중앙·동아·문화일보 등 주요 보수언론은 이달 초부터 관련 기사와 사설을 통해 공수처 통신조회를 '언론 사찰'로 규정하고 부적절성을 비판해 왔다.

<수사권 이용해 언론 사찰 의혹 공수처, 존재 이유 뭔가>(12월 13일 조선일보 사설)
<언론사찰 정황도 드러난 공수처, 폐지 당위성 더 커졌다>(12월 14일 문화일보 사설)
<이젠 언론사찰 의혹까지 받는 공수처>(12월 15일 중앙일보 사설)
<기자들 통신자료 마구 뒤진 공수처, 언론사찰 아니면 뭔가>(12월 17일 동아일보 사설)

국민의힘은 22일 자당 국회의원 7명의 통신기록을 공수처가 조회한 것을 확인했다며 김진욱 공수처장과 최석규 공수처 부장검사를 대검에 고발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명백한 불법사찰로, 통신기록 조회 추가사례가 있는지를 확인해 당 차원의 추가적인 대응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유상범 법률지원단장(가운데)과 정희용 의원(왼쪽), 권오현 법률자문위원이 22일 오후 서울 대검찰청 민원실에 '야당 국회의원 통신자료 조회 관련 김진욱 공수처장, 최석규 공수처 부장검사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수사기관이 수사대상의 통화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행하는 통신조회를 '언론·불법 사찰'로 규정짓기는 쉽지 않다. 전기통신사업법 83조 3항은 "전기통신사업자는 법원, 검사 또는 수사관서의 장, 정보수사기관의 장이 재판, 수사 등을 위해 통신자료제공을 요청하면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통신비밀보호법상 수사기관은 법원의 허가(영장)를 받아야만 이용자의 통신세부기록을 사업자에게 요구할 수 있는데, 이와 달리 일반적인 통신자료는 수사기관 요청서만 있으면 무단 수집이 가능하다. 

2020년 하반기 수사기관이 가져간 통신자료, 그중 전화번호 수만 256만건에 달한다. 이용자들은 수사기관 정보수집 사유와 적법성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이용자가 이동통신사에 직접 문의해 수사기관 조회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공수처는 수사대상 중 주요 피의자들 가운데 기자와 통화가 많을 수밖에 없는 인사들이 포함돼 있다며 '언론 사찰' 주장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고발사주' 의혹 등에 대한 공수처 수사 대상에 대검 대변인 등이 포함돼 이들이 통화한 전화번호 등을 확인하는 행위는 현행법상 위법성이 없다는 것이다. 

공수처는 13일 "피의자들의 통화내역을 살핀 것이고, 사건 관련성이 없는 수많은 통화 대상자들을 수사 대상에서 제외했다"며 "피의자들과 취재 목적으로 통화한 기자들임이 확인되는 경우 당연히 대상에서 배제했다. 이 같은 절차는 검경 등 다른 수사기관의 경우도 동일하게 이루어지고 적용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6년 민변·참여연대 등은 이통사를 상대로 수사기관으로부터 받은 통신자료제공 요청서의 내용을 공개해달라는 정보공개소송을 진행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통사에 관련 정보를 공개할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공수처가 '수사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한 관련 법 개정 논의를 회피해 온 국회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점에서 국민의힘의 '불법 사찰' 주장은 과한 측면이 없지 않다. 직전 20대 국회에서 복수의 의원들이 해당 문제 해결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논의가 중단돼 자동폐기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는 지난 16일 논평을 내어 "수사 목적에 따라 일부 그 필요성을 인정한다 해도 이런 저인망식 통신자료 조회는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다분하다"며 "특히 최근 공수처가 여러 언론 매체의 법조·정당 출입기자들과 민간인에 대한 통신자료를 무더기 조회한 것이 그렇다. 명확한 조사목적에 대한 설명과 사전 동의 없이 언론의 취재행위를 검열하려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17일 논평에서 "국민의 인적사항을 취득할 수 있는 통신자료 무단수집 제도는 그동안 국가인권위원회를 비롯해 유엔 프라이버시특별보고관 등이 여러차례 제도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며 "지금 벌어지고 있는 공수처의 수사과정에서 현행법에 따라 인적사항을 수집해 간 것에 대한 일부의 지적이 '그때는 괜찮고 지금은 안 된다'는 기회주의적 논쟁으로 흘러가서는 안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국회가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하길 바란다"고 했다. 

지난해 6월 민변·참여연대·전국언론노동조합·진보넷 등 시민단체는 수사기관에 의해 통신자료가 수집되는 이유를 알 수 있게 해달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법소원의 청구인인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은 지난 2016년 한겨레신문 기자로 활동하던 당시 KT가 경찰에 자신의 신상정보를 제공한 사실을 알게됐다. 이에 김 회장은 정보통신망법에 근거, KT에 경찰이 어떤 사유로 자신의 신상정보를 수집해 갔는지 확인할 수 있는 통신자료요청서를 공개해 달라고 하였으나 거부당했다. (관련기사▶수사기관 통신자료 무단 수집, 헌법소원 제기돼)

비판보도 기자에 대한 통신조회로 '사찰' 논란 확산

공수처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공수처 황제조사' 보도(4월 1일자)를 한 TV조선 기자의 어머니와 여동생을 상대로 통신조회를 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사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피의자들과 취재 목적으로 통화한 기자들'에 대한 통신조회가 이뤄졌다는 공수처의 당초 해명과 배치되는 정황이다. 공수처가 비판보도를 한 기자를 특정해 통신조회를 했다는 의심이 짙어지고 있다. 

21일 TV조선 기자협회는 성명을 내어 "사회부장과 영상취재기자를 포함해 확인된 통신조회만 기자 12명, 29건에 달했다"며 "기자 본인은 물론 어머니와 여동생까지 10건이나 공수처 통신조회 공문에 오른 경우도 있다니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수사를 빙자한 언론사찰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TV조선 '뉴스9' 2021년 6월 3일 보도화면 갈무리

공수처의 TV조선 기자와 가족의 통신조회는 '이성윤 황제조사' 보도의 취재방식을 둘러싼 논란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6월 3일 TV조선은 공수처 수사관 2명이 '이성윤 황제조사' 보도의 CCTV 영상 입수 경위를 파악하고 다녔다고 보도했다. 고위공직자를 수사 대상으로 삼는 공수처가 비판보도를 한 기자의 '뒷조사'를 했다는 내용이다. 

이에 공수처는 "수사기관만 보유하고 있어야 할 수사 자료인 CCTV 영상이 부당한 경로로 유출됐다는 첩보 확인을 위해 CCTV 관리자를 대상으로 탐문 등 사실확인 절차를 진행한 사실이 있다"며 "당시 신원미상의 여성이 위법한 방식으로 관련 동영상을 확보했다는 사건 관계인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공수처가 내사한 혐의는 수원지검 수사팀의 공무상비밀누설로, 공수처는 내사 중 기자의 취재 관련 정보를 인지하게 됐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이후 TV조선 기자가 '범죄 피해를 당했으니 CCTV를 보여달라'고 요청했다는 내용의 취재윤리 위반 의혹이 제기됐다. TV조선 측은 위법하게 취재한 적이 없고, 이 사건의 본질은 언론자유 침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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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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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 2021-12-23 14:58:10

    한국 기자들의 자유권적 기본권에 대한 인식은 처참하다 못해 비뚤어져 있는 수준이다. 몇몇 매체를 제외하면 기자가 털린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정파적인 논리로만 보도하고 있으며 정작 다른 이슈에 묻혀 보도량조차 매우 적다. 인터넷 검열법에 대해서도 정부 논리를 받아 쓰기에만 바쁘고 역사적 시민권적 맥락을 짚는 기사는 나오지 않았다. 일제 시대에 태어났다면 친일했을 자들이고, 북한에서 태어났다면 김씨 왕조 체제와 정권에 누구보다도 충성하고 있을 자들이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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