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한 전문가가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에서 벗어나야 한다. 무슨 뜻인가? 대통령이 되었지만 대통령직과 검찰총장직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용산 대통령실이 아니라 ‘대검 용산분실’이라는 비아냥도 나온다고 하니 상황이 심각하다.

최근 불거진 논란은 이게 ‘아픈 지적’임을 절감하게 한다. 가령 경찰 인사가 잘못 발표된 걸 놓고 ‘국기문란’이라고 한 일을 보자. 무엇이 국기문란이라는 것일까? 대통령은 세 가지를 얘기했다. 첫째, 경찰이 스스로 추천한 인사가 그대로 고지됐다. 둘째, 대통령이 재가하지 않은 인사안이 언론에 유출됐다. 셋째, 언론 보도의 내용은 정권이 경찰을 길들이기 위해 인사를 번복했다는 것인데 심지어 비선이나 권력실세 등의 개입도 의심된다는 식이라는 점에서 악의적이다. 즉, 윤석열 대통령이 말하는 ‘국기문란’은 경찰이 의도를 갖고 논란을 부풀려 정권에 대한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에 가깝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러한 시각은 사실에 얼마나 부합할까? 언론보도를 통해 밝혀지는 사실들을 보면 경찰의 의도성 언론플레이라기보다는 실무적 혼란에 가까워 보인다.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정비하면 될 일이지 ‘국기문란’이라는 이름을 붙여 김창룡 경찰청장의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국기문란’이라고 한 이유는 뭘까? 첫째, 어쨌든 인사와 관련한 문제를 특히나 중대하게 보는 것이다. ‘제3의 장소’에서 만나 법무부와 인사 협의를 하는 검찰총장 스타일이라고 하면 납득이 된다. 둘째, 모든 일에는 ‘하는 김에’라는 게 있는데, 논란이 벌어진 김에 의도한 일을 더 쉽게 이루고자 하는 거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청장 후보군들을 면접하고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 필요성을 예고하며 경찰 독립은 불필요한 개념이라는 적극적 입장을 피력하는 배경은 쉽게 짐작 가능하다. ‘정상화’라고 표현하고 있으나 ‘장악’이라고 해도 별 문제 없을 정도다. 인사 논란 이후 윤석열 정권은 경찰에 대한 이런 공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인사 논란이 있기에 행안부 내에 사실상의 경찰국 설치가 더더욱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거다.

그런데 의문인 것은 경찰을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느냐는 거다. 신임 경찰청장의 유력한 후보군 중 하나로 거론되는 서울경찰청장은 최근 장애인단체의 지하철 출근길 시위를 두고 “지구 끝까지 찾아가서 사법처리 하겠다”고 했다. 김건희 여사는 과거 ‘서울의 소리’와 통화에서 별다른 지시를 안 해도 경찰이 알아서 권력의 입맛에 맞출 거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검찰이면 몰라도 경찰이 새로운 권력의 뜻을 거스르는 바를 이루기 위해 언론플레이를 하는 등의 공작을 펼쳤다는 얘길 들어본 일은 없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은 경찰의 최근 상황에서 본인이 익숙한 어떤 모습을 본 것이다. 지난 정권에서 검찰이 두들겨 맞을 동안 경찰은 수사권 조정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며 ‘인권경찰’을 말하며 적극적으로 코드를 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이제 세상이 바뀌어 사람들이 ‘검찰정권’이라고 하는데, 경찰이 얼마나 협조적일 것인가? 과거 검찰이 그랬던 것처럼 경찰이 장난치는 상황이 오지 않겠는가? 이런 감각이 경찰 장악 논란과 ‘국기문란’이란 발언에 까지 이르게 된 게 아닐까 한다.

경찰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란 주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익숙한 문제였다면, 주52시간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는 관심사가 아니었던 듯하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주단위를 월단위로 바꾸는 등의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을 브리핑했는데, 다음 날이 될 때까지 대통령이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라고 한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입장을 바꾼 게 아니라는 것에 힘을 실어 해명했다. 그러나 방향보다 의문인 것은 대통령이 장관이 브리핑을 한 사실 자체를 모른 이유가 무엇이냐는 거다. 대통령실은 최종안으로 오해를 한 것이라는, 그러니까 절차적 문제에 있어서 혼동이 있었을 따름이라는 취지의 설명을 내놨지만 의문은 풀리지 않는다. 대통령이 “노동부에서 발표를 한 것이 아니고”라고 명확히 얘기를 했기 때문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대 물가상승률의 시대를 예고했다. 고물가는 장기화될 수 있으나 별다른 대책도 없다고 한다. 전세계적인 고물가 상황은 우리를 예정된 경기침체의 길로 이끌 것이다. 실업은 늘어날 것이고 줄어든 소득에 비해 커진 이자 부담이 가계를 짓누를 것이다. 이른바 노동시장 개혁을 포함해 보수정치가 기존에 주장하던 일들의 방향이 맞는지를 다시 검토할 때다.

지난 한 주는 대통령이 말로는 기업과 자영업자를 말하면서도 실제 관심은 다른 것에 쏠려 있다는 걸 보여줬다. 대통령이 만기친람하는 시스템은 좋지 않지만 적어도 어디에 중점을 둘 것인지는 명확해야 한다. 이제 대통령은 해외로 출국해 가치 중심의 동맹 재편과 원전 세일즈에 힘을 쓰려는 모양이다. 외교적 성과가 있어야겠지만 결국 대통령의 모든 관심은 민생이 중심이어야 한다. 검찰총장에서 벗어나 민생을 챙기는 지도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하지 않으면 정권의 위기는 빨라질 수밖에 없다는 걸 자각하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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