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만취운전'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임명 강행,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낙마 등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 실패'가 언론 도마에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이전 정부 인사를 거론하고 검증 논란을 언론 탓으로 돌렸다. 윤 대통령은 5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서 취재진과 만나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박순애 신임 사회부총리, 김승희 전 복지부장관 후보자 등의 경우 부실인사·인사실패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중 훌륭한 사람을 봤냐"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장관급 검찰총장 출신이다.  

이어 '인사는 대통령의 책임인데 검증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윤 대통령은 "다른 정권 때와 비교를 한번 해보라"며 질문을 더는 받지 않고 자리를 떴다. 윤 대통령은 전날에도 인사 문제에 대해 "도덕성 면에서도 전 정부에서 밀어붙인 인사들을 보면 비교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윤 대통령은 박 부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임명이 늦어져 언론에 또 야당에 공격 받느라 고생 많이 했다"며 "소신껏 잘 하십시오"라고 말했다. 2001년 혈중알코올농도 0.251%의 만취 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됐음에도 선고유예 처분을 받아 특혜를 입은 것 아니냐는 언론과 야당의 검증을 대통령이 '공격'으로 치부한 셈이다. 논문 중복게재를 통한 성과 부풀리기 의혹, 대학원 조교 대상 갑질 의혹 등이 불거졌다.  

김승희 전 복지부장관 후보자는 정치자금 사적 사용 의혹 등으로 검찰에 수사가 의뢰됐다.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자녀 특혜채용 의혹도 받고 있다. 서울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송옥렬 공정위원장 후보자는 지명 하루 만에 과거 제자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나 공식 사과했다. 송 후보자는 윤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로 '지인' 인사에 해당된다. 

5일 주요신문은 정치성향을 불문하고 윤 대통령의 인사 실패를 비판했다. 인사검증 시스템 문제와 함께 인사원칙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동아일보는 사설 <박순애 임명 강행·김승희 사퇴… 검증 부실에 원칙마저 실종>에서 "박 장관은 교육 전문가도 아닌 데다 논문 중복 게재에 대학원생 갑질 의혹까지 온갖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는 인물"이라며 "박 장관 임명은 강행하면서 김 후보자는 하차하는 걸 보면 인사 원칙이 있는지도 헷갈린다"고 썼다. 

동아일보는 " 박 장관이 해명하지 못한 의혹은 검찰 수사 대상이 된 김 후보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못지않게 심각하다"며 "박 장관은 만취 운전이 2001년으로 오래전 일이라고 하지만 올해 정부 포상을 신청한 교원 가운데 2001년 이전 음주운전으로 탈락한 이가 100명이 넘는다"고 짚었다. 동아일보는 "지금 같은 인재 발탁과 검증 체계로는 인사 참사로 국정 운영의 동력만 떨어뜨릴 뿐"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기자들이 인사실패 관련 질문을 이어가자 "다른 정권 때와 비교해보라"는 말과 함께 자리를 떴다. (사진=연합뉴스)

조선일보는 사설 <복지부 장관 후보 연이은 사퇴, 인사 시스템 달라져야>에서 "불법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장관직을 수행할 수는 없다"면서 "다른 장관급 인선을 두고도 검찰 출신이 너무 많다거나 윤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 중용되고 있다는 등의 비판이 제기됐었다. 일부 검사 출신은 아무 상관 없는 곳에 임명돼 많은 사람을 의아하게 만들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선 윤 대통령 지지율이 40%대 초반으로 떨어진 가운데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가장 큰 이유로 응답자들이 꼽은 게 바로 인사 문제"라며 "새로 출범한 정권의 첫 인사는 국민들에게 국정 운영의 비전을 제시하며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실력만 보고 뽑았다는 윤 정권의 첫 내각 인선을 보면서 그런 느낌을 받는 국민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사설 <김승희 사퇴·박순애 임명… ‘빈틈없는 발탁’이란 尹의 독선>에서 인사 문제에 대한 윤 대통령의 답변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와는 동떨어진 인식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는 "윤 대통령과 여권은 잇단 인사실패를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야권 탓하기에 앞서 스스로를 냉정하게 되돌아보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김승희 낙마·박순애 강행… 인사 검증 실패 아닌가>에서 "윤석열 정부가 출범 두 달이 다 되도록 부적격 후보들에게 발목 잡혀 조각 작업을 완료하지 못하고 있는 근본 요인은 부실한 인사 검증"이라며 "정호영 복지부 후보자가 온 가족 장학금, 자녀 의전원 입학 특혜 의혹으로 낙마했는데도 후임 후보자 인선이 이토록 허술하게 이뤄졌다니 기가 찰 뿐"이라고 썼다. 

김승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한겨레는 사설 <‘부적격’ 박순애 임명 강행하며 “역량 빈틈없다”는 대통령>에서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고위 공직자 인사에서 가장 많은 ‘감점’을 자초했다. 통합과 다양성 부족, 지인과 검찰 출신 중용 등 인사가 나올 때마다 논란이 됐다"며 "대통령의 인사 잘못은 결국 국민을 고통스럽게 만든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이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는 단 한 마디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은 몹시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적었다. 

경향신문 사설 <박순애 임명 강행하고 지인을 공정위장 앉힌 윤 대통령>에서 "좀 더 흠결이 많은 인사만 사퇴시키고 나머지 흠결은 다 덮는 무원칙한 인사"라며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인사를 할 것인지 답답하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윤 대통령이 불통인사를 강행하는 점"이라며 "공정위원장에 또 지인인 송 교수를 지명했다. (중략)이번 인사 역시 윤 대통령이 자신과 가까운 사람을 요직에 포진시켜 사정기관을 통한 국정 장악을 기도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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