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정희] 이제는 오래전 일이 되었지만, 마우리찌오 구찌 피습 사건을 신문 기사를 통해 접했다. 정확하게는 이 사건을 사주한 전처가 법정에 선 사건을 기사로 접한 것. 구찌를 알아서라기보다 이혼한 전남편을 청부살해까지 한 그녀가 놀라웠었다. 당시 신문은 그녀를 '희대의 마녀'처럼 다뤘다. 20세기의 마녀로 기억된 그녀, 파트리치아 구찌가 영화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 영화의 면면이 만만치 않다. 전남편, 다름 아닌 구찌 가문을 대표하는 마우리찌오 구찌를 죽인 희대의 마녀를 레이디 가가가 연기한다. 에서만 해도 가수인 그녀가 '앨리'를 연기했는가 싶었는데, 에서는 '파트리치아'만이 펄펄 살아 날뛴다. 이 말이 가장 어울리겠다. 레이디 가가만이 아니다.
[미디어스=이정희] SBS 1화, 97년 서울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 발생했다. 늦은 밤 혼자 사는 여성을 노려 살인을 일삼는 '연쇄 살인마'가 나타난 것이다. 실마리라 봐야 빨간모자를 썼다는 것 정도. 그 단편적인 증거를 가지고 동부서 경찰들은 범인을 낚기 위해 여장을 하고 밤거리에서 잠복 중이다. 피해자가 늘어나는 상황에 애인을 살해한 혐의로 방기훈이라는 인물이 잡힌다. 지난밤 피해자가 죽은 그 시간에 애인의 집을 찾았다고 자백한 방기훈은, 경찰이 찾았을 때 포장마차의 영업을 잠시 접은 상태로 더더욱 의심을 산다. 피해자의 방에는 그의 지문과 혈흔이 남아있다. 동부서는 당연히 그를 범인이라 생각하며 수사를 진행한다. 죽이지 않았다는 방기훈의 말은 범죄를 은
[미디어스=이정희] 요즘은 운세 보기도 트렌디하다. 전화로 상담도 해주고, 심지어 사주 앱도 있다. 젊은이들이 많이 오가는 거리 곳곳에선 타로 상점이 눈에 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취준 등의 기로에서 이런 '운명론'은 종종 의지처가 되기도 하는 듯하다. 나도 답답할 때는 타로카드를 펼쳐보거나 사주 앱을 깔아 의지가지없는 현실의 지렛대를 삼아볼까 싶다. 그러다 재밌는 결과를 만났다. '당신의 전생은?'이라는 문항에 혹해서 클릭했다. 나의 전생은 성균관 유생이었단다. 이 떠오르며 미소가 지어지는데 이어진 내용이 가관이다. 성균관 유생이 된 것까지는 좋았는데 공부가 아니라 음주가무, 도박에 빠진 이 유생은 가산을 탕진하고 그 여파로 요절하고 말았단다. 장황하게 전생을
[미디어스=이정희] 우리집 아이들은 '반면교사(反面敎師)'라는 말을 즐겨한다. 자신들에게 유전자를 전해준 부모지만 그 부모의 ‘닮고 싶지 않은' 모습을 자신들 삶의 경계로 삼겠다는 의지이다. 자식들은 성장의 어느 시점에서 이와 같은 딜레마에 봉착한다. 그리고 이 딜레마를 겪으며 '어른'으로서 삶의 태도를 결정하게 된다. 1월 5일 개봉한 영화 는 최민재라는 풋내기 경찰의 시선을 따라간다. 보는 이로 하여금 경계를 풀도록 만드는 선한 인상, 그리고 얼핏얼핏 드러나는 감정의 결은 그의 출렁이는 마음에 고스란히 공감하도록 만든다. 아마도 민재 역을 맡은 배우 최우식의 강점이 아닐까. 영화는 원칙적이다 못해 고지식해서 선배 형사의 강압적 수사를 시인하고, 그로 인해 조직 내 왕따가 되어버린 신입
[미디어스=이정희]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교문이 닫혔고, 비대면 수업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2021년 11월, 약 2년 만에 전국 초중고가 전면 등교를 결정했다. 하지만 그 결정은 지속되지 않았다. 다시금 등교 중지, 부분 등교, 대면, 비대면 수업으로 이어진 지난 2년, '학교'는 부재했다. 지난 1월 3일부터 방영된 EBS 다큐프라임 3부작 편은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불가능했던 지난 2년 간의 전 세계 교육 현실을 짚어본다. 과연 학교가 사라진 곳에 '교육'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3일 방영된 1부 ‘코로나 키즈’ 편은 학교가 사라진 낯선 시간을 겪은 아이들에게 “어떻게 지내고 있니? 너 지금 괜찮니?”라는 질문으로
[미디어스=이정희] 최근 코로나 우세종이 되어가는 오미크론의 시작은 남아공이었다. 남아공에서 시작된 오미크론은 아프리카로 확산되었고 이제 전 세계가 이 변이 바이러스에 무방비하게 당하고 있다. 그런데 왜 남아공이었을까? KBS 1TV 신년기획 2부작 1부 ‘연결된 재난’ 편은 바로 거기에서 질문을 던진다. 연결된 재난 2021년 9월 유엔 연설에서 아프리카 정상은 경고했다. 82%라는 선진국의 백신 접종률과 달리 아프리카는 백신 확보 자체가 1%에 불과하다고.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의식도 희박하다. ‘어딘가의 변이는 어디에나 변이’가 될 수 있다는 정상의 말이 증명되는 데 필요한 시간은 한 달이 넘지 않았다. 농업사회 이전 감염병
[미디어스=이정희] 12월 8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미디어스=이정희] 2015년 개봉한 는 2017년 에 이어 2021년 프리퀼 까지 시리즈를 거듭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멋들어지게 양복을 차려입고 자신이 착용한 신발이나 만년필, 자동차 등 현실의 생활용품을 첨단 무기로 변모시켜 적들과 싸우는 점에 있어서 킹스맨은 전통의 007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매튜 본 감독은 변두리 지역 청년을 독립 첩보기관 '킹스맨 랜슬롯'으로 거듭나게 하며 기존 007 서사를 비틀어 새로운 히어로를 탄생시킨다. 무엇보다 유명하게 회자되었던 'Manners maketh men'이라는 대사를 통해 기성의 인식과 구조, 기성의 세계에 질문을 던지며 007 B급무비 버전을 탄생
[미디어스=이정희]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와 그녀의 제자 데이비드 케슬러는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들이 남겨준 '인생의 가르침'을 이란 책으로 엮었다.왜 '수업'일까? 그건 우리가 태어나는 순간 그 누구라도 예외 없이 '삶'이라는 학교에 등록된 것이라고 은 말한다. 즉 '배움'을 얻기 위해 우리는 이 세상에 왔다고. '사랑, 관계, 상실, 두려움, 인내, 받아들임, 용서, 행복' 등이 우리가 살아있는 한 배워야 할 과목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배움을 제대로 못하면 평생 '나머지 학습'을 하듯이 반복된 미션을 부여받게 된다는 것이다. 인생이 학교라니, 살기도 바쁜데 뭘 배워야 한다니 생뚱맞게 들릴 수도 있다. 책 속에는 죽음을 앞둔 한 소년이 등장한
[미디어스=이정희] '어른'이 된다는 건 무엇일까? 낼모레 환갑을 바라보는 이 나이에도 여전히 '어른됨'은 숙제다. 어른이라는 건 생물학적 나이와 함께 맞이하게 되는 물리적 경계라기보다는 평생 삶의 과제와 같은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15일 개봉한 은 성년이 된 피터 파커의 통과의례 이상, 어른으로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로 다가온다. 스파이더맨 3부작- 토비 맥과이어의 2002년 에 이어 2004년 , 2007년 에 이어 앤드류 가필드의 2012년, 2014년 시리즈 1, 2 그리고 마블이 제작한 톰 홀랜드 주연의 2017년 , 2019년 까지 어언
[미디어스=이정희] tvN 에서 김준완 교수는 친구 동생 익순이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병실을 찾는다. 그런데 병실의 익순은 자신을 걱정하는 오빠를 위해 티슈로 비둘기를 만들어 성대모사까지 하며 날리고, 그 모습이 이성적인 인간 김준완으로 하여금 첫눈에 반하도록 만든다. 배우 곽선영은 티슈로 비둘기를 만들어 날려야 하는 개그스런 장면과 그럼에도 사랑스러워야 하는, 그 어려운 미션을 거뜬히 해냈다. 시즌1 내내 시청자들의 뜨거운 응원을 받은 커플이 탄생한 순간이다.마찬가지다. 십여 년 만에 만난 대학동창 수진은 출생의 비밀을 지닌 듯한 아이를 데리고 남편 앞에 나타났던 재화에게 어이없어하며 말한다. “니가 예전부터 좀 엉뚱했잖아”. 사귀던 자신을 두고 그것도 자
[미디어스=이정희] 한 미술가의 전시회를 관람한다는 건 그 작가가 생산한 미술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볼 기회를 갖는 것이다. 하지만 그저 많은 작품을 볼 수 있어서 좋은 것만이 아니다. 작품들을 통해 예술가 한 사람의 인생을 짚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전시회는 한 편의 '자서전'과도 같다.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진행 중인 역시 마찬가지다. 마르크 샤갈은 '색채의 마법사'란 애칭처럼 빨강, 노랑, 파랑, 보라에 이르기까지 선명하고 강렬하게 배치된 그림으로 기억될 것이다. 또한 구도와 상관없이 자유로이 부양한 인물이나 동물들로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혹은 그가 즐겨 그리는 '신랑 신부' 등의 등장인물로 인해 사랑의 화가로 회자되기도 한다.
[미디어스=이정희] '사극'은 품이 많이 드는 장르이다. 출연진도 많고 로케이션 만만치 않으며, 당연히 제작비도 많이 든다. 고증이란 통과의례도 녹록지 않다. 이후 KBS 드라마의 상징과도 같았던 대하사극 제작이 중단되었었다. 그로부터 5년여 시간이 흘러 KBS 대하사극 40주년이 되는 2021년 마지막 달, 이 시작되었다. KBS 대하사극의 대표 작품은 이다. 최고 시청률 49% 기록, 무려 1년 6개월 방송 기간 159부작이라는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분량의 작품이었다. 고 김무생 배우가 연기한 태조 이성계부터 유동근 배우의 태종 이방원, 그리고 이민우, 안재모 등 배우들을 사극 레전드로 만든 작품이기도 했다. 20년이 훌쩍 지났음에도 시청자들이
[미디어스=이정희] 그날로부터 12년이 지났다. 시간은 흘렀지만 종희(소주연 분)도, 형주(정이서 분)도, 보리(조인 분)도 12년 전 종장리에서 한 발도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형주에게서 연락이 왔다. “12년 전 그날 하기로 했던 거...기억해?”세 사람은 12년 전 약속했던 것처럼 종장리 형주네 집으로 모였다. 그런데 보리는 가방에 작은 단도를 하나 숨겨간다. 과연 보리가 숨긴 그 단도는 누굴 저격한 것일까? 12월 10일 방영한 ‘셋’은 성폭행 피해자들에 주목한다. 종장리라는 작은 마을의 단짝 중학생 세 명, 그들의 꿈은 예쁜 펜션을 사서 함께 사는 것이었다. 그래서 벌써 미래의 '러브하우스'를 위해
[미디어스=이정희] 수애, 김미숙, 김강우에 최근 화제작 의 김주령, 의 이학주까지 출연진 면면이 화려하다. 제목도 라 '음모 스릴러'의 기운이 농후하다. 배경이 성진그룹과 아트스페이스 진답게 국립 진주 박물관 등 내로라하는 명소가 등장해 그 위용을 뽐낸다. 아니나 다를까. 성진그룹의 이른바 '측천무후'라는 서한숙(김미숙 분)과 그녀가 가진 모든 것을 탐하는 그녀의 둘째 며느리 윤재희(수애 분)의 기싸움이 장난 아니다. 사실 이제 와 같은 드라마는 새삼스럽지 않다.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이 평생 가야 만날 일 없는, 하지만 그들의 이합집산에 따라 우리 사회 ‘이너서클’이 형성되고 그들의 손아귀에 나라의 운명이 좌우될 것 같은 '그들만의 리그'에 대한 이야
[미디어스=이정희] 아빠가 돌아가신 후 나는 엄마가 행복하기만을 바랐다. 엄마를 돕지 않으면 난 사내도 아니지.영화 는 이 문구와 함께 시작된다. 과연 ‘사내답게’ 엄마를 도우려는 주체가 누굴까? 그리고 시작되는 이야기, 사내다운 남자 '필(베네딕트 컴버배치 분)’이 시선을 끈다. 일자무식처럼 보이는데 유려한 필적, 알고 보면 예일대 출신이라니. 하지만 동생 조지(제시 플리먼스 분)와 함께 목장을 경영하고 있는 필은 손님들을 초대한 자리에 동생이 씻고 오라는 부탁이 싫어서 그 자리 참석을 마다하고, 말끝마다 전설의 카우보이 '브롱코 헨리 가라사대'를 외치는 마초남이다. (* 이하 영화 의 주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필, 사내답고 사내답고자 하다
[미디어스=이정희]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연기처럼/ 작기만한 내 기억속엔/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이렇게 시작되는 김광석의 를 노래 제목과 같은 서른 즈음부터 들었었다. 김광석의 목소리가 첫 구절을 흐를 때부터 철렁 내려앉았던 그 마음. 아마도 무언가 중요한 걸 놓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조바심, 아쉬움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여기 또 한 편의 '서른 즈음에'를 읊는 한 청년이 있다. 앤드류 가필드 주연의 넷플릭스 영화 주인공 존이다. 영화 제목에서 '틱 틱'은 시계의 초침 소리이다. 눈앞에 다가온 서른은 마치 내 뒤를 쫓는 듯한 시계 초침 소리 틱 틱처럼 '강박적'으로 나를 옭아맨다. 그냥 이렇게
[미디어스=이정희] 조선의 '정치적 기초'를 설계한 정도전이 구상한 나라는 이상주의적 유교국가였다. 사극에서 흔히 등장하듯, 조선의 왕은 유교적 군주가 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배움을 게을리하면 안 되었다. 또한 왕의 결정은 의정부와 6조 그리고 홍문관, 사간원 등을 통해 견제되고 조정되는 과정을 거쳤다. 그렇게 왕의 권한을 제한하는 중심에는 고려 말에 형성된, '사대부'라는 유교적 이념으로 무장한 관리들이 있었다. 그리고 유교중심적인 국가관은 중앙의 정치 제도만이 아니라 왕실은 물론, 가족 관계에도 적용됐다.하지만, 유교가 조선 사회에 정착하기까지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상대적으로 자유분방했던 고려에 이은 조선 초기에는 여전히 그러한 관습적 분위기가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저 역사적 스캔들로 알
[미디어스=이정희] 지구의 평균 기온이 1℃ 상승하면 북극이 더 빨리 녹기 시작한다. 북극곰은 멸종위기동물이 된다. 산호의 70%가 멸종한다. 2℃ 올라가면 해수면이 상승하고 그에 따라 난민이 발생한다. 지중해 국가가 사막화되고, 지구 생물종 1/3이 멸종한다. 바다에 잠기고, 열사병으로 사망하는 환자들이 수십만 명으로 늘어난다. 3℃ 오르면 기후의 양극화가 극심해진다. 가뭄은 더 심해지거나 홍수가 빈번해진다. 지구의 폐 아마존이 사라진다. 4℃ 오르면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뉴욕이 물에 잠긴다. 전 지구적으로 식량 자원이 부족해지고 인류 문명을 유지할 수 없다. 사회 구조가 무너진다. 5℃ 이상 오르면 정글이 모두 불타고, 가뭄과 홍수로 인해 거주 가능한 지역이 얼마 남지 않는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미디어스=이정희] 책을 어디서 사나요? 아니 이젠 “책을 사나요?”라고 물어야 할까? 성인 1인이 1년 동안 책 한 권을 읽기 힘든 세상이다. 아이들도 어릴 적 엄마의 교육열에 힘입어 책을 읽는 시기가 지나면 학업을 핑계로 더는 책을 읽지 않는다. 게다가 책을 사도 온라인 서점을 이용하는 게 여사가 되었다. 요즘은 온라인 독서 플랫폼도 성행이다. 동네 서점? 당연히 멸종 위기다. 2003년 3,589개였던 서점이 2019년 1,976개로 반토막 나다시피 했다. KBS1TV ‘책방은 살아있다’ 편은 '고사' 위기에 놓인 동네 책방의 모색을 다룬다. 북적이던 동네 서점의 운명 다큐에 등장한 자료화면, 1990년대 ‘불광문고’엔 책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