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홍열 칼럼] 리걸테크 로톡과 8년 간의 싸움에서 패한 대한변호사협회가 두 번째 싸움을 시작했다. 첫 싸움 상대는 일반 기업이었지만 이번 상대는 법무법인이다. 구체적으로 법무법인이 만든 AI챗봇 서비스다. 대륙아주는 법무법인 최초로 인공지능(AI) 기반 무료 법률상담 챗봇 서비스인 ‘AI 대륙아주’를 20일 공식 출시했다. ‘AI 대륙아주’는 누구라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스마트폰이나 PC를 통해 대륙아주 홈페이지에 들어가 메뉴 상단에 있는 ‘AI 대륙아주’를 클릭하면 질문 창이 뜨고 여기에 질문을 하면 AI챗봇이 바로 답을 한다. AI챗봇의 답은 대륙아주 소속 변호사들이 1만여 개 질문과 모범답안을 만들어 이를 AI에 학습시킨 결과물이다. 

대한변협의 문제 제기는 일단 대륙아주의 보도자료에서 시작된다. 대륙아주는 ‘AI 대륙아주’ 출시 전인 지난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24시간 무료 AI 법률상담 서비스를 출시한다’라고 홍보했는데 변협이 우선 이 표현을 문제 삼았다. 변협은 '24시간 무료 법률상담'이라는 표현이 현행 변호사 광고 규정 위반 소지가 있어 보인다는 취지가 담긴 공문을 대륙아주에 보내 소명을 요구했다. 실제 변호사 광고 규정 8조 (법률상담광고) 1항은 '변호사 등은 무료 또는 부당한 염가의 법률상담 방식에 의한 광고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되어 있어 ‘AI대륙아주’ 서비스가 이 규정을 위반했는지에 대한 논란의 소지가 있다. 

이재원 넥서스AI 대표(사진 왼쪽부터)와 이규철 대륙아주 대표변호사,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네이버클라우드 제공]
이재원 넥서스AI 대표(사진 왼쪽부터)와 이규철 대륙아주 대표변호사,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네이버클라우드 제공]

대륙아주는 변협의 문제 제기를 일단 수용해서 서비스 광고 문구와 브랜드명 등에서 '24시간 무료 법률상담' 대신 '법률 Q&A'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로 했다. 서비스 내용은 그대로 유지하고 서비스 홍보 문구를 수정해 우선 예상되는 공격을 피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나중 다시 문제 제기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변협의 두 번째 질문이다. 변협은 ‘AI 대륙아주’가 내놓은 법률상담 내용이 변호사의 답변을 거쳤는지를 묻고 있다. 변호사법 109조는 변호사가 아니면 법률상담 등을 할 수 없게 규정되어 있고, 이를 위반할 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변협의 논리는 ‘AI 대륙아주’는 변호사가 아니기 때문에 법률상담 등을 할 수 없고 만약 ‘AI 대륙아주’가 법적 질의에 관한 결과물을 생산했다면 프로시저 어딘가 변호사의 개입이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변협의 이런 주장은 ‘AI 대륙아주’ 등장 이전에 이미 내부적으로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한 것처럼 보인다. 실제 변협이 지난 2월 개최한 '2023년도 인권보고대회'에서 ‘인공지능과 인권’을 주제로 발표한 변협 난민이주외국인특별위원 양희철 변호사는 "이용자의 구체적 사실관계를 반영한 AI 법률상담이나 법률관계 문서작성은 변호사법 위반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런 변협의 주장에 대해 일단 대륙아주는 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은 것 같다. 변협이 ‘AI 대륙아주’의 법률상담이 불법일 수 있다고 본 근거는 변호사법 109조인데 이 조항에서 규정하는 불법의 행위 주체는 인간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AI는 '사람'이 아닌 '시스템'에 해당하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라는 것이 대륙아주의 논리다. 즉 의도적 판단에 의거해 불법을 저지르는 행위자에 대한 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변호사법 109조의 법리를 AI 시스템에 일괄적으로 적용한다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보도에 의하면 대륙아주는 내달 1일까지 이 같은 내용 등이 담긴 답변서를 변협에 전달할 예정이다.

플랫폼 서비스 갈등 속출…
플랫폼 서비스 갈등 속출…"상생 모색해야" [연합뉴스TV 제공]

행위 주체에 대한 이런 법리적 논쟁은 그리 유쾌해 보이지도 않고 미래지향적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변협은 현행법에 의거해 문제 제기를 하고 있지만 오래전에 만들어진 법령으로 현실을 재단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대륙아주가 법률상담 챗봇 서비스를 출시한 이유는 자명하다. 치열한 법률 서비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변호사 과잉 공급으로 치열해진 국내 법률 시장에 글로벌 로펌의 진출까지 본격화하면서 생존 자체가 힘들어진 상황이다. 글로벌 로펌들은 이미 AI를 활용해 법률상담, 자료 조사, 적용법률, 문서 작성 등과 같은 기본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법무법인들이 글로벌 로펌과의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또는 고객에게 더 좋은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솔루션을 준비해야 한다. AI챗봇 서비스는 그중 하나다. 특별히 새로운 것도 아니고 기존 법령에 의해 구속될 일도 아니다. 챗GPT 등장 이후 AI 도입과 운영은 기업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일이 되었다. 도입을 거부하거나 미루는 기업들의 이름이 몇년 후 주식시장 리스트에서 존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변협에서 할 일은 소속 회원들을 지원하는 일이지, 영업활동에 이의를 제기하는 일이 아니다. 이제 그만 규제의 시대에서 벗어나 개방의 시대로 옮겨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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