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부터 김홍열 박사의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를 매주 정기적으로 게재합니다. 정보사회학을 전공한 김홍열 박사는 성공회대에서 정보사회학, 과학기술의 사회학을 강의했고 현재 미래학회 편집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정보사회 관련 여러 편의 저서들과 논문들이 있으며 오마이뉴스에 ‘갈등의 정보사회학’, 아주경제에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라는 기명 칼럼을 게재했습니다. 

 

미래는 누구에게나 열려있지만 미리 준비한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모습을 조금 더친절하게 보여줍니다.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새롭게 나타나는 사회 현상과 그 이면에 있는 깊은 흐름에 대해 통찰력 있는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미디어스=김홍열 칼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대한변호사협회(변협)와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가 소속 변호사의 디지털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에 가입을 이유로 탈퇴를 강요하고 징계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각각 10억 원(잠정) 씩 총 20억 원을 부과한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10억 원은 공정위가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의 상한액이다. 최고 액수의 과징금 부과를 통해 기업 간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정위가 이 논쟁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변협과 서울변회가 그동안 소속 변호사들에게 로톡 가입을 이유로 소명서 등의 제출 요구와 탈퇴 종용 등이 불공정 행위라고 본 것이다. 

로톡은 스타트업 로앤컴퍼니가 만든 디지털 법률 서비스 플랫폼이다. 법조문과 판결문 분석을 통한 정보 제공, 형량 예측 서비스. 법률문서 번역, 변호사 광고 등이 주요 사업 영역이다. 로톡을 통해 소비자들은 자신의 사건에 대한 기본적 정보를 얻고 정보에 기초하여 적절한 변호사를 찾아 계약을 하고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변협의 로톡에 대한 문제 제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변협은 로톡에서 제공하는 변호사 정보의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로톡이 단순한 변호사 광고 사이트가 아니라 사실상 변호사를 중개·알선하는 일종의 온라인 로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신동열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이 2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대한변호사협회 및 서울지방변호사협회가 구성사업자인 소속 변호사들에게 광고를 제한한 행위와 관련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결정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신동열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이 2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대한변호사협회 및 서울지방변호사협회가 구성사업자인 소속 변호사들에게 광고를 제한한 행위와 관련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결정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변협의 주장이 맞다면 로톡은 변호사법 109조를 위반한 것이 된다. 변호사법 109조는 변호사가 아니면서 금품 등을 받고 법률상담 또는 법률관계 문서 작성, 그 밖의 법률사무를 취급하거나 이러한행위를 알선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 있다. 변협의 주장에 대해 로톡은 온라인에 소비자와 변호사가 만나는 연결 공간을 제공할 뿐, 변호사 상담료·수임료에는 개입하지 않아 단순 광고형 플랫폼이라고 반박해 왔다. 이 논쟁은 로톡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처분으로 일단락됐다. 검찰은 “변호사로부터 광고료 이외 상담‧수임 관련 대가를 받지 않는 (로톡의) 플랫폼 운영 방식은 특정 변호사를 소개‧알선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검찰의 처분 이후 변협은 변호사윤리장전에 새로운 조항을 신설해 소속 변호사들이 '로톡'과 같은 법률 플랫폼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신설된 조항은 '건전한 수임 질서를 교란하는 과다 염가경쟁을 지양함으로써 법률사무의 신뢰와 법률시장의 건강을 유지한다'와 '변호사 또는 법률사무 소개를 내용으로 하는 애플리케이션 등 전자적 매체 기반의 영업에 참여하거나 회원으로 가입하는 등 협조하지 않는다' 등 2가지다. 변협은 변호사윤리장전에 새로운 조항 신설 이전에 이사회 의결을 거쳐 법률 플랫폼을 통해 홍보하는 변호사를 징계하는 내용의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광고규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로톡은 변협의 이런 결정이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공정위에 신고했고 공정위는 로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공정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변협과 서울변회가 소속 변호사들에게 특정 법률 서비스 플랫폼 이용금지 및 탈퇴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변호사들의 광고를 제한한 행위가 변호사들의 사업활동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변호사 간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법률플랫폼 서비스의 이용금지 관련해서는 “변호사들이 소비자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홍보수단인 광고를 제한하는 행위”로 규정했다. 결론적으로 변협의 결정이 변호사들 간의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했고, 최종적으로 법률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변호사 선택권도 제한했다고 규정했다.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 [연합뉴스 자료사진]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 [연합뉴스 자료사진]

공정위의 이번 결정에 대해 변협은 불복 소송과 함께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최종 결과에 관계없이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로톡과 같은 리걸테크(Legal-Tech) 기업들은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비단 한국에서뿐만이 아니라 글로벌 차원에서도 이미 리걸테크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리걸테크와 같이 이전과는 다른 기술의 등장으로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가 출현하면 불가피하게 기존 사업자들과 갈등을 빚게 된다. 기존 업계와의 이런 마찰은 어느 측면에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갈등은 미래지향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기존 사업자와 새 사업자는 질 좋은 서비스와 생산성 향상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에게 누가 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가이고 그 경쟁은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기 전에 만들어진 법으로 새로운 형태의 사업을 규정하면 그 피해는 사회 전체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법과 제도도 전향적으로 바꿔야 된다. 공정위의 이번 결정이 로톡과 같은 리걸테크 기업뿐만 아니라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해서 사업을 하는 기업들에게 긍정적 효과를 미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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