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TBS 직원과 가족 397명이 생존을 호소하는 탄원서를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에게 전달했다. 탄원서에는 남편의 심장병 발병으로 가장이 된 직원, 결혼계획을 포기할 처지에 놓인 직원, 수면장애를 겪는 두 자녀 직원의 아내, 아버지를 걱정하는 아들의 절절한 사연이 담겼다. 

국민의힘이 과반을 차지한 서울시의회가 'TBS 폐지 조례'를 처리하면서 TBS에 대한 서울시 출연금은 오는 6월부터 중단된다. 상업광고를 할 수 없는 TBS는 연간 예산의 70%를 서울시 출연금에 의존해왔다. 폐국만은 막아달라는 게 TBS 직원과 가족의 호소다. 

한 TBS 직원 아들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현기 서울시의장에게 전달한 탄원서
한 TBS 직원 아들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현기 서울시의장에게 전달한 탄원서

지난 14일 TBS 양대노조(TBS노동조합·전국언론노동조합 TBS지부)는 직원과 가족 397명이 쓴 탄원서를 오 시장과 김 의장에게 전달했다. 라디오제작본부 직원 A 씨는 "여자친구와 결혼계획을 세우고 있다. 직장이 사라진다면 이제 계획조차 세울 수 없는 상황"이라며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일이 막막하기만 하다. 꼭 이렇게까지 되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고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보도본부 직원 B 씨는 "지난해 여름, 남편의 심장병이 발견됐다. AR(대동맥판막역류)4기·산정특례대상 중증질환자로 9시간이 넘는 수술을 받아야만 한다"며 "이제 저희 집 가장은 제가 됐다. 남편 수술 후에는 이백만 원이 조금 넘는 제 급여가 식구의 유일한 수익이 되는데, 회사가 없어지고 나면 이마저도 사라진다"고 했다.

TV제작본부 직원의 아내 C 씨는 서울시의회에서 TBS 폐지 조례가 통과된 이후 수면장애를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C 씨는 "가정에 있어 가장 큰 타격은 경제 불안이다. 현재 저희 가족은 벼랑 끝에 서 있다"며 "중학생이 된 남매를 바라보며 앞으로 어떻게 버텨야 할지 막막하다. 제가 남편을 위해, 300명의 직원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탄원서를 쓰는 일뿐이라 답답하고 무기력하다"고 했다. 

라디오기술본부 직원의 아들 D 씨는 "자식들 3명이 모두 학비가 최절정인 시기에 아버지 회사가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소리를 듣고 시장님께 깊은 마음의 소리를 보내고자 했다"며 "TBS에 서울시 지원이 중단되면 수많은 직원들, 그에 딸린 가족들이 고통당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있는 방송사 서비스도 중단될 것이다. 불안에 떨고 있는 불쌍한 직원과 그 가족들, 이를 필요로 하는 서울시민들이 함께 힘을 모을 수 있기를 간곡히 청원드린다"고 말했다. 

전략기획실 직원 E 씨는 "지금 당장 회사가 없어진다면 분유값, 기저귀값을 어디서 충당해야 할지 생각해야 하는 현실"이라고 했다. 방송기술본부 직원 F 씨는 "회사가 이렇게 되기 전까지 아파트 분양이 9년 만에 이루어져서 셋째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어버린 시점에 와 있다"며 "아파트 계약을 포기해야하나, 아이가 둘인데 셋째를 어떻게 낳아서 키우나, 생각이 바뀌어버린 상황"이라고 했다. 

김현기 서울시의장(위쪽)과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서울시의장(위쪽)과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연합뉴스)

이정환 TBS 노동조합 위원장은 "가족까지 포함하면 천여 명의 사람들이 TBS를 통해 삶의 터전을 유지하고 있다"며 "출연기관 해제는 폐국 통보나 마찬가지인 만큼 직원과 가족들은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 TBS 생존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송지연 언론노조 TBS지부장은 "직원들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탄원서를 정리하며 숙연해졌다"며 "오 시장과 김 의장은 이들이 희망의 도시 서울에서 열정적인 직장인으로, 건실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동력을 실어주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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