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홍열 칼럼] 이제 곧 대학 캠퍼스에 AI 교수님이 등장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교수 개인이 수업시간에 AI를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사례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대학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AI를 수업에 이용하는 경우는 처음이다. 주인공은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교(Arizona State University ,ASU)다. ASU는 지난 7년 동안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대학’ 1위로 선정된 곳이다. 명성에 걸맞게 ASU는 챗GPT 개발사인 OpenAI와 협력해 대학교육에서 챗GPT를 전면 활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우선 챗GPT의 기업형 버전인 ‘챗GPT 엔터프라이즈’를 활용해 교육, 연구 역량 증진 등에 이용할 계획이다. 

이번 결정으로 ASU는 OpenAI와 협력하는 최초의 고등교육 기관이 되었다. ASU는 구체적 실행을 위해 2월부터 교수진과 교직원이 참여하는 공개 챌린지를 개최하기로 했다. 챌린지를 통해 ASU는 세 가지 분야에서 AI 사용의 최상 시나리오를 도출한다. 학생 성과 향상, 혁신적인 연구를 위한 방안, 조직 업무 간소화 등을 위해서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관한 아이디어를 모은다. AI의 활용이 이사회나 지도부의 결정이 아니라 대학교육과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의 참여로 이루어지고 있다. 공개 경연의 결과 및 성과에 따라 대학운영뿐 아니라 대학교육의 많은 분야에서 AI를 도입할 가능성이 많다.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교/ 오픈AI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교/ 오픈AI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프로젝트와는 별도로 몇몇 교수들은 이미 수업에서 AI를 활용하고 있다. 글쓰기 향상을 위한 작문 수업, 멀티미디어 스토리를 만드는 저널리즘 수업 등에서 AI가 사용되고 있다. 실제 ASU는 OpenAI와 협력을 통해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AI튜터’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우선 기초과학과 수학 분야 등에서 AI 개인교수가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과목들은 본격적 연구를 위해 미리 공부해야 하는 과목들이고 일부 학과를 제외한 대부분의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습득해야 하는 일종의 필수과목이라고 할 수 있다. AI 활용에 따른 성과가 쉽게 판단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생각보다 빠른 시일 내에 AI튜터가 보편화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ASU의 이번 결정과 도전, 그리고 그 결과는 단지 ASU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학의 미래, 특히 한국대학의 미래에 중요한 어젠다를 던져주고 있다.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많은 대학이 존폐의 갈림길에 서 있다. 2000년 이후 폐교된 대학, 전문대학, 대학원 등을 합하면 21개 학교가 넘는다. 그러나 문제는 폐교의 속도와 규모는 더 빨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학정원은 일부 축소에 그치고 있는 반면에 입학자원은 계속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2040년에는 입학자원이 28만 명 수준까지 줄어들어 수도권 대학과 지방 국립대만 생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이런 예측이 일견 불행해 보이지만, 회피하거나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학의 폐교 또는 축소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적절한 규모의 입학자원 유지에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국가에서 지난 17년간 출생률을 올리기 위해 쓴 예산이 332조 원에 이르지만, 현재 합계출산율은 0.7명에 머물고 있다. 총선과 대선 때마다 출생률 반등을 위한 온갖 정책을 쏟아내지만 결과는 늘 똑같다. 최근 교육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글로컬 프로젝트 역시 지방대학의 소멸을 막을 수는 없다. 단지 대학 재단과 구성원들에게 비상탈출을 할 수 있는 약간의 시간만 줄 수 있을 뿐이다.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학년도 정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학년도 정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이 시점에서 우리는 대학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 지금까지 대학은 적절한 규모의 캠퍼스에서 이미 공부와 연구를 많이 한 교수에게서 학생들이 미래에 필요한 교과과정을 배우는 시스템이었다. 이러한 체계는 12세기에 건립된 현대적 의미의 대학인 중세 이탈리아의 볼로냐대학 이후로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온라인 수업이 가능해지면서 사이버 대학이 운영되고 있지만 속성상 큰 차이가 없다. 공간의 문제가 아니다. 지식의 일방적 전달이라는 체계는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오랜 시간에 걸쳐 특정 지식을 획득했기 때문에 그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같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회적 시스템이 대학이다. 

AI튜터는 이런 기존 시스템의 균열을 내고 있다. AI는 유통되고 있는 모든 데이터, 지식, 학문을 잘 알고 있다. 물론 어느 정도의 오류나 위험성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거나 개선될 수 있는 문제들이다. AI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지식을 시공간 제약 없이 무제한 제공할 수 있다. 반복학습, 이해 여부 확인을 위한 테스트, 응용 학습 등이 조건 없이 이루어진다. 교수가 가지고 있는 지적아우라는 AI의 서비스로 대체되고 있다. 필요한 것은 교수가 아니라 가이더 또는 코디네이터다. AI가 가져오는 이런 급진적 변화에 대학도 적극적으로 대처하야 한다. 교수중심 대학 시스템의 유효기간이 서서히 끝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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