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김홍열 칼럼] 지난 17일 국무회의에서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이하 규정)' 일부개정안이 심의·의결되면서 디지털교과서가 법적 지위를 얻었다. 이전에는 교과서에 대한 정의가 ‘학교에서 학생들의 교육을 위하여 사용되는 학생용의 서책·음반·영상 및 전자저작물 등을’ 의미했다. 여기에 디지털교과서가 교과서에 대한 정의에 포함된 것이다. 구체적으로 교과서에 대한 규정이 다음과 같이 수정됐다. ‘교과서라 함은 학교에서 학생들의 교육을 위하여 사용되는 학생용의 서책, 지능정보화기술을 활용한 학습지원 소프트웨어(이하 “디지털교과서”라 한다) 및 그 밖에 음반·영상 등의 전자저작물 등을 말한다’. 

개정안에서 디지털교과서를 ‘지능정보화기술을 활용한 학습지원 소프트웨어’로 규정한 것이다. 이전까지 교과서는 하드웨어와 완성된 형태의 저작물로 정의되었다. 서책·음반·영상 및 전자저작물 등이 그것이다. 서책은 규정이 처음 만들어진 1977년부터 지금까지 교과서에 대한 정의 앞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음반과 영상저작물은 1997년 개정 때 교과서의 보완교재로 인정받았다. 디지털저작물의 경우 2000년 개정 때 교과서의 보완교재로 인정받았다. 2002년 개정 때는 보완교재 지위에 있던 서책·음반·영상 및 전자저작물 등이 정식 교과서로서 인정받게 되었다. 음반과 영상은 아날로그 방식의 콘텐츠이고 전자저작물은 디지털 형식으로 만들어진 콘텐츠를 의미한다. 

지난 1월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0회 대한민국 교육박람회에서 참관객이 디지털 교과서를 살펴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지난 1월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0회 대한민국 교육박람회에서 참관객이 디지털 교과서를 살펴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제작방식과 상관없이 기존 교과서의 정의는 완성된 콘텐츠를 의미했다. 콘텐츠 선택은 교과과정에 부합되는 범위 안에서 교사가 선택했고 어느 정도 필요한 설명과 함께 학생들 교재로 활용되었다. 처음에는 아날로그 콘텐츠였지만 교과서에 전자저작물이 포함되면서 콘텐츠 선택 폭이 점차 넓어졌다. 교사들은 많은 디지털 콘텐츠 중에서 적절한 것을 골라 수업시간에 교과서로 활용했다. 프로젝터 스크린이나 LCD 모니터가 적절한 표출 수단으로 이용되었다. 그러나 전자저작물이 교과서에 도입되었다 하더라도 처음 규정이 만들어진 때부터 이번 개정 전까지 본질적으로 교과서의 정의에서 크게 바뀐 것은 없다.       

서책·음반·영상 및 전자저작물 모두 학습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콘텐츠 또는 콘텐츠를 담고 있는 형식을 의미한다. 교과서는 교과용도서심의회에서 여러 출판사가 제출한 내용을 갖고 최종 결정한다. 이런 절차는 교과서 도입 제도가 생긴 이후로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잘 만들어진 콘텐츠가 있어야 교과서로 채택이 된다. 이번 디지털교과서의 도입 의미가 여기에 있다. 디지털교과서는 기존 교과서와 달리 완성된 저작물이 아니다. 교육부에서 정의한 것처럼 디지털교과서는 ‘지능정보화기술을 활용한 학습지원 소프트웨어’다. 특정 콘텐츠가 아니라 학습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다. 

소프트웨어는 특정 결과를 얻기 위한 방법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소프트웨어 진흥법’ 에서는 소프트웨어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소프트웨어란 컴퓨터, 통신, 자동화 등의 장비와 그 주변장치에 대하여 명령·제어·입력·처리·저장·출력·상호작용이 가능하게 하는 지시·명령(음성이나 영상정보 등을 포함한다)의 집합과 이를 작성하기 위하여 사용된 기술서나 그 밖의 관련 자료’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이미 정해진 어떤 결과물을 듣거나 보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결과를 얻기 위해 학생 스스로가 참여해서 거쳐야 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미지 출처=Pixabay.com
이미지 출처=Pixabay.com

디지털콘텐츠 즉, 학습지원 소프트웨어의 도입으로 미래세대의 문제해결식 학습이 본격적으로 가능해졌다. Z세대에 이어 등장한 알파세대(Generation Alpha. 2010년대 초반부터 2020년대 중반까지 태어난 세대)들은 태어난 순간부터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살고 있다. 영유아기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세대다. 문제 해결하는 방식과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디지털 방식으로 이해하고 처리하고 있다. 알파세대들에게는 완성된 콘텐츠를 보여주기보다는 특정 주제만 주고 스스로 만들거나 찾아나가는 방식이 더 익숙하다. 방법도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찾고 필요한 소프트웨어도 찾아내 금방 활용할 줄 안다.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 개정의 의미가 여기에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알파세대가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디지털기기를 학습에 그대로 활용하게 되면서 놀이와 공부, 학습과 탐구가 하나의 패키지가 된 것이다. 디지털교과서의 도입으로 본격적 디지털 세대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이제 교사들이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주입식 교육의 경우 미리 만들어진 교과과정에 따라 준비되어 있는 내용을 이해하고 적절하게 설명하면 되지만 문제해결식 학습은 특정 결과를 상정하지 않기 때문에 교사도 열린 사고방식과 적절한 소프트웨어 운영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교육부의 이번 개정으로 교육의 질적 전환이 본격화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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