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국민의힘이 최근 전광훈 목사에 휘둘리는 지도부를 비판한 홍준표 대구시장을 당 상임고문직에서 해촉했다. 홍 시장은 "이참에 욕설 목사를 상임고문으로 위촉하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홍 시장은 13일 오전 페이스북에 "엉뚱한데 화풀이를 한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내가 잘못되어 가는 당을 방치하고 그냥 두고 가만히 보고만 있겠느냐"고 적었다.

13일 홍준표 대구시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사진=홍준표 시장 페이스북)
13일 홍준표 대구시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사진=홍준표 시장 페이스북)

홍 시장은 "비판하는 당내 인사가 한둘이 아닌데 그들도 모두 징계하시는 게 어떻느냐"며 "문제 당사자 징계는 안 하고 나를 징계한다? 이참에 욕설 목사를 상임고문으로 위촉하라"고 썼다. 

국민의힘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홍 시장을 당 상임고문에서 해촉하기로 결정했다. 해촉에 앞서 김기현 대표는 "최근 우리 당 지도부를 두고 당 안팎에서 벌이는 일부 인사들의 과도한 설전이 도를 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홍 시장을 상임고문직에서 해촉한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 상임고문의 경우에 현직 정치인으로 활동하거나 현직 지자체장 활동하거나 이런 분이 안 계신 것이 관례"라며 "그에 맞춰 정상화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홍 시장은 지난 3월부터 김재원 수석최고위원의 전광훈 목사 찬양 발언과 관련해 강력한 징계를 요구했다.  지난 25일 김 수석최고위원이 "전광훈 목사님께서 우파 진영을 천하통일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국민의힘은 징계위를 열지 않았으며 김 대표가 '경고'하는 수준에서 마무리했다.

지난 12일 전광훈 목사(왼쪽)의 사랑제일교회 주일예배에 김재원 국민의힘 수석최고위원(오른쪽)이 참석했다. 가운데는 유튜버 신혜식 씨. (사진=유튜브 캡처)
지난 12일 전광훈 목사(왼쪽)의 사랑제일교회 주일예배에 김재원 국민의힘 수석최고위원(오른쪽)이 참석했다. 가운데는 유튜버 신혜식 씨. (사진=유튜브 캡처)

이에 대해 홍 시장은 지난달 28일 "맨날 실언만 하는 사람은 그냥 제명해라"라며 "한두번 하는 실언도 아니고 실언이 일상화된 사람인데 그냥 제명하자"라고 말했다. 

그러자 전광훈 목사는 지난달 28일 유튜브 방송에서 "당신도 광화문에 와서 연설했잖아, 내가 이런 무례한 말을 해야 되겠어, 이 자식이 말이야"라며 "홍준표 씨 인정할 건 인정하자. 솔직히 우리가 광화문 운동 안 했으면 정권교체가 됐냐고요, 안 됐잖아, 지금 와서 광화문을 타격해"라고 말했다.

홍 시장은 지난 1일 전 목사를 지목해 "목회자가 목회자답지 않게 욕설을 입에 달고 다니면서 자제력을 잃고 거친말을 함부로 내뱉는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그때 내가 광화문 집회에 간 것은 이재오 전 의원이 문재인 타도 집회이니 한번만 연설해 달라고 해서 간 것이지 그 목회자로부터 부탁을 받거나 그 목회자를 보고 간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홍 시장은 "정당이 일개 외부 목회자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이를 단절하지 않으면 그 정당은 국민들로부터 버림받는다"며 "아울러 그 목회자를 숭배하는 사람들은 우리당을 떠나서 그 교회로 가라"고 말했다.

김기현 대표는 지난 3일 홍 시장과 전 목사의 설전과 관련된 기자 질문에 "우리 당 공천권을 가지고 제3자가 왈가왈부할 일도 아니지만, 지방자치 행정을 맡은 사람은 그 일에 전념했으면 좋겠다"라고 홍 시장을 비토했다.

그러자 홍 시장은 지난 3일 "전 목사에게 무슨 발목이 잡힌 당도 아닌데 저렇게 방약무인하게 욕설을 쏟아내도 그에겐 한마디 말도 못하고 오히려 지방 일만 잘하라고 나를 질타했다"며 "(김기현 대표가 전광훈 목사를)이사야 같은 선지자라고 스스로 추켜 세웠으니 그 밑에서 잘해 보라"고 비판했다.

홍 시장은 "전 목사가 만든 자유 통일당으로 당명 개정도 검토해 보시든가"라며 "나는 그냥 대구시장이 아니라 당 대표를 두번이나 지내고 없어질 당을 바로 세운 유일한 현역 당 상임 고문이다. 중앙정치에 관여할 권한과 책무가 있다. 참 어이없는 당 대표 발언"이라고 말했다.

홍 시장은 지난 11일 오전 페이스북에 "(전광훈 목사가)황교안 대표시절에는 180석 만들어 주겠다고 했는데 폭망했다"며 "김기현 대표에게는 200석 만들어 준다는 황당한 말을 했다"고 전했다.

홍 시장은 "그런데도 그 사람 우리 당원도 아니다라고 소극적인 부인만 하면서 눈치나 보고 있다"며 "입에 욕을 달고 다니는 목회자와 페이크뉴스만 일삼는 극우 유투버만 데리고 선거 치를수 있다고 보는가. 도대체 무슨 약점을 잡힌 건가. 총선이 1년밖에 안 남았는데 참 답답한 일"이라고 질타했다.

그러자 김 대표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자랑스러운 84만 책임당원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 국민의힘을 우리당 당원도 아닌 전광훈 목사와 결부시켜, 마치 공동체인 양 호도하며 악의적 공세를 취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당 대표로서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전 목사의 일거수일투족을 당과 결부시켜 당과 당원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체의 언행에 대해 당 대표로서 엄중히 경고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홍 시장은 재차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전목사가 당원이 아니라고만 하는데 그는 당이 자기의 통제를 받으라고 방자하게 떠들고 다니고 있다"며 "당 지도부가 그런 사람에게 통제를 받아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홍 시장은 "욕을 입에 달고 다니면서 개신교를 팔아 당의 외곽부대를 자처하는 사람과 절연하는 방법은 그 연결고리를 떼어 내는 방법밖에 없다"며 "그거 안 떼어내고 총선 치룰수 있겠느냐. 말 몇마디로 흐지부지하지 마시고 단호한 조치를 취하라"고 말했다. 김재원 수석최고위원 징계를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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