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이 국민의힘 김기현 지도부에 대해 "이번 전당대회는 출마자들이 누가 더 진짜 졸병인지 경쟁하듯 했다"며 "오직 시키는 대로만 할 졸병이 누군지를 뽑았다"고 비판했다. .

13일 양 주필은 칼럼 <졸병 정치 시대>에서 "정당이 당 지도부를 새로 뽑는 전당대회를 하면 지지율이 오른다"며 "그런데 여당이 전당대회를 하고서 지지율이 떨어지는 기현상이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신임 당 대표가 지난달 8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후 당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신임 당 대표가 지난달 8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후 당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양 주필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고 한다. 전당대회와는 별개로 주 52시간제 개편안에 대한 불만, 한일 관계 개선 과정에서 일어난 문제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라면서 "그런 한편으로 여야 할 것 없이 우리 정치가 졸병(卒兵)들의 시대로 바뀐 탓도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야 모두 대장(大將) 한 명과 졸병 수백 명만으로 구성된 부대 같다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양 주필은 "여당 전당대회는 대장과 함께 부대를 이끌 군단장 중장(中將·당대표)과 사단장 소장(少將·최고위원)들을 뽑는 것이지만 뽑힌 사람들이 하나같이 장군이 아니라 졸병들처럼 보이니 별 감흥을 주지 못한다"며 "국민이 새로 뽑힌 지도부에서 그 당과 정치의 미래를 볼 수 있어야 지지가 오르는데 이등병에서 진급한 일등병들이 지도부라며 도열한 모습을 보고 그런 미래를 볼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심지어 이번 전당대회는 출마자들이 누가 더 진짜 졸병인지 경쟁하듯 했다"고 비판했다.

양 주필은 "과거 군대에서 졸병은 '생각 자체를 하지 말라'고 했다. 위에서 시키는 대로만 하라는 것"이라며 "여당은 자신의 생각 없이 오직 시키는 대로만 할 졸병이 누군지를 뽑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신임 당대표가 연대, 포용, 탕평을 으뜸 선거 공약으로 내걸고서 당선되자마자 정반대로 한 것은 '자신의 생각은 없애고 시키는 대로만 하는' 졸병 의식이 드러난 것으로 본다"고 썼다. 

이어 "졸병 정치 시대가 온 것은 공천 탓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국민의힘은 과거 여러 차례의 국회의원 공천을 그야말로 최악으로 했다"고 지적했다. 양 주필은 "당시 이들 공천의 키워드 중 하나가 '내시형'"이라며 "자신의 소신을 펼 정치인의 기질이 보이면 배제하고 순응하고 잘 따르는 내시형들에게 공천을 주는 경향이 있었다"고 전했다.

양 주필은 "이제 국민의힘에는 정치인이라고 볼 만한 사람이 몇 명이나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다"며 "이 졸병들 중에서 누구를 뽑아 장군 자리에 앉힌다고 해도 국민이 그를 장군으로 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빨간 동그라미)이 6일 저녁 부산 해운대 모 횟집 앞에서 일렬도 도열한 인사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윤석열 대통령(빨간 동그라미)이 6일 저녁 부산 해운대 모 횟집 앞에서 일렬도 도열한 인사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양 주필은 "과거 정당은 '대장과 졸병들'이 아니라 '대장과 동지들'이었다"며 "김영삼계 김동영, 최형우, 김덕룡, 서청원 등을 졸병으로 볼 사람은 없을 것이다. 김대중계 김상현, 정대철 등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양 주필은 "심지어 군 출신 대통령 아래의 민정당에서도 박태준, 이종찬, 김윤환, 이춘구 등이 있었다"며 "이들 중간 보스는 졸병 아닌 장군이었다. 대장 중심으로 뭉친 장군들을 보면서 국민은 이들이 나라를 이끌 만한지 가늠했다"고 했다.

양 주필은 "대장 한 사람을 둘러싼 수백 명 졸병들을 보면서 국민은 어떤 생각을 하겠나"라며 "이등병 세상에서 일등병이 실세라고 하는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졸병들뿐이니 당내에 목소리는 하나밖에 없다"며 "그 목소리는 국민에게는 잘 들리지도 않는다. 어쩌다 들리는 소리는 실소를 자아내는 잡음들뿐"이라고 비판했다.

양 주필은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도 "전당대회를 하고 당 지지율이 떨어진 희귀한 사례가 국민의힘 이전에 한 번 있었다"며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 경선에서 이겼을 때다. 난형난제"라고 꼬집었다.

양 주필은 "국민은 이재명 대표를 보고 당의 밝은 미래가 아닌 어두운 미래를 보았을 것"이라며 "지금 민주당의 대장은 계급장이 반쯤 떨어져 덜렁거린다"고 지적했다. 양 주필은 "졸병들이 따르는 진짜 대장은 '개딸' 등 극성 지지층과 '무당 유튜버'"라며 "이들 민주당의 진짜 대장은 정치인들을 폭력적으로 졸병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 주필은 "졸병 정치인들에게 없는 것 중 가장 핵심은 '존재감'"이라며 "존재감은 정치인에게는 필수적이지만 졸병에게는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들이 당 공천은 받겠지만 국민의 선택까지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양 주필은 "국민의 생각은 참으로 다양하다. 5100만 가지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들의 표를 얻고 모으려면 대장 휘하에 다양한 출신과 이력, 개성을 가진 장군들이 포진해야 한다. 미래가 있어 보이는 젊은 소위, 중위도 많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주필은 "이 사람들을 졸병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더 키우는 것이 대장의 큰 책무"라며 "그것이 자신을 위하는 길이기도 하다"고 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