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전당대회에 출마한 천하람,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 후보를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을 '엄석대', 윤석열 대통령 측근 그룹을 '엄석대 측 핵심 관계자'로 비유하고 작심 비판했다.

3일 이 전 대표는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정당(국민의힘)은 국민의 세금만 지원받고 정작 국민의 의사를 지도자 선출에 반영하지 않는 방식으로 국민 다수의 선거권을 제한했다"며 "누군가가 자유롭게 출마하려고 할 때마다 커다란 손이 나타나서 큰 채찍으로 때리고 그 뒤를 따라서 그걸 보고 달려든 하이에나들이 연판장으로 물어뜯으며 피선거권의 권리를 박탈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3월 8일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원 투표 50%-국민 여론조사 50%였던 경선 룰을 당원투표 100%로 변경했다. 이를 두고 국민 세금을 받는 정당이 국민의 의견을 무시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전 대표는 "저는 어디선가 한 번쯤은 겪어본 것 같은 미약한 기시감 속에 불현듯 떠오른 이야기가 있다"며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라는 책"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엄석대, 빨리 머릿속으로 떠올려 보라, 그 이름"이라며 "놀랍게도 1987년에 이문열 작가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통해 그려냈던 시골 학급의 모습은 최근 국민의힘의 모습과 닿아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모두가 자신의 권리와 양심을 잃어버리고 엄석대에게 굴종하면 평화와 질서가 유지되는 것처럼 보였다"며 "아마 이게 누군가가 이야기하는 당정일체일지도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 전 대표는 "엄석대가 구축해놓은 왕국은 새로운 담임선생님이 오고 사흘 만에 반장 선거에서 61명 중 59명의 표를 받으며 엄석대가 다시 선출되는 순간 무너졌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나중에 엄석대가 무너질 때 가장 잔인하게 선생님에게 엄석대에 대한 고발을 아끼지 않았던 학생들의 모습이 기억나느냐"며 "담임선생님은 엄석대도 나쁘다고 꾸짖지만, 그 엄석대 측 핵심 관계자였던 아이들도 5대씩 때렸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지금 국민의힘에서 엄석대는 누구일까. 그리고 엄석대 측 핵심 관계자는 어떤 사람들일까"라며 "반장 선거를 통해 엄석대가 권력을 획득하면 그 권력이 무한하더냐"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한 가지 명확한 것은 담임선생님은 바로 국민이라는 것"이라며 "6년 전 우리는 이미 담임선생님에게 호되게 혼났던 집단이다. 그때에도 우리 당에는 또 다른 엄석대가 있었고, 엄석대 측 핵심 관계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당원들을 향해 "천하람,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이 더 큰 힘을 가지고 이번 반장 선거에서 엄석대가 구축하려고 하는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이번 반장 선거에서 여러분이 가진 소중한 당원의 권리로 우리는 사람에 충성하는 반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엄석대'는 윤석열 대통령, '엄석대 측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측근 그룹인 일명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를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전 대표는 기자회견 후 '윤석열 대통령을 엄석대에 비유한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전 오늘 책 이야기만 했다"며 "만약 엄석대를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기사를 낸다면, 국민의 시각을 대변하는 언론인들의 시각이라고 믿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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