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KBS 뉴스의 등장인물이 50~60대 남성에 편중됐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KBS 프로그램의 성비 불균형을 맞추기 위해 영국의 공영방송 BBC가 실시하고 있는 ‘성비 모니터링 상시화’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KBS는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사옥에서 ‘KBS의 다양성 증진을 위한 개선 방안 모색’ 라운드테이블을 열고 다양성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KBS 성평등센터와 공영미디어연구소는 지난 2017~2021년 방송통신위원회 ‘미디어 다양성 조사’ 내 KBS 자료를 바탕으로 자사 보도, 드라마, 라디오 등 주요 콘텐츠의 성비, 연령 등의 다양성을 분석했다.

KBS 뉴스 등장인물의 성X연령 분포도 (사진=KBS 공영미디어연구소)
KBS 뉴스 등장인물의 성X연령 분포도 (사진=KBS 공영미디어연구소)

KBS 뉴스의 남녀 성비는 3대1 수준이다. 지난해 KBS 뉴스의 여성 등장인물 비율은 23.5%다. 2017년 21.8%, 2018년 23.7%, 2019년 23.3%, 2020년 26.4%으로 7개 방송사(지상파3사 종편4사)의 평균보다 적다. 대한민국의 남녀 비율은 49.9 대 50.1이다.

실제 인구 구성과 달리 50~60대 남성 비율이 압도적이다. 지난해 전체 남성 등장인물 중 50~60대 비율은 46.8%였으며 30~40대는 22.7%, 10~20대는 4.9%, 70대 이상은 3.2%다. 반면 여성 등장인물의 경우 연령대별 차이가 크지 않았다. 50~60대·30~40대는 8.8%, 10~20대 3.7%, 70대 이상은 0.6%다. 50~60대 남성 등장인물 비율은 2017년(57.8%)과 비교해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절반을 웃돌았다. 

장애인은 KBS 뉴스에 거의 등장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KBS 뉴스에 등장한 장애인은 전체 등장인물 684명 중 4명(0.6%)에 불과했다. 2020년에는 단 한 명의 장애인도 KBS 뉴스에 출연하지 않았으며 2017년과 2018년에 4명, 2019년에 1명의 장애인이 KBS 뉴스에 출연했다.

여성을 중심으로 패널을 구성한 프로그램의 경우, 주류 언론에서 비중있게 다루지 않는 소수자·환경 주제가 많았다. 30~40대 여성 중심으로 패널을 구성한 KBS 라디오 프로그램 ‘뉴스 브런치’는 “대선과 같은 정치·사회 이슈들이 중점적으로 논의됐지만, 여성 관련 이슈나 여성 피해자를 다루는 사건 및 사고를 많이 다뤘고 또한 성소수자, 환경, 장애 등 주류 언론에서 잘 다루지 않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프로그램을 차별화 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드라마는 ‘30~40대’, ‘비장애인’ 중심이라는 한계를 드러냈다. KBS 드라마의 여성 주인공은 48.1~50%의 분포를 보이며 이는 7개 방송사 평균보다 높은 수치다. 그러나 드라마 전체 등장인물의 연령대는 30~40대가 가장 많았으며 장애가 있는 등장인물의 재현 비율 역시 0~1.9%에 그쳤다. 

뉴스에 등장한 장애인 비율 (사진=KBS 공영미디어 연구소)
뉴스에 등장한 장애인 비율 (사진=KBS 공영미디어 연구소)

이날 해당 보고서를 발표한 유수정 KBS 공영미디어연구소 연구원은 발표자료에서 “뉴스는 50~60대, 드라마는 30~40대 등 특정 연령의 등장인물이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며 “이 같은 결과는 KBS 콘텐츠에서 젊은 층, 10~20대가 소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청층의 고령화에 대응해 젊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비 불균형’과 관련해 유 연구원은 “전문가 집단에서 여성 비율이 높아지고 현실이 변하고 있지만, 방송은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시계열로 볼 때 성비 불균형이 점차 개선됐다. 아직 다양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개선의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BBC의 ‘50:50 평등프로젝트’와 같은 ‘다양성 선도 모델’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영국 BBC는 뉴스, 음악, 스포츠 프로그램 등의 성비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2022년 BBC 콘텐츠의 61%는 여성이 50% 이상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원은 이를 위해 ▲KBS 주요 콘텐츠에 대한 시계열적 지표 체계 구축 ▲다양성 조사 제도화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