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KBS 경영진이 폐지된 '미래방송센터 사업’ 후속 조치로 ‘KBS 종합공간’ 추진안을 내놨다. 그러나 이사회는 구체적인 계획없이 예산을 투입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결국 종합공간 계획은 경영진의 보강 후 이사회가 의결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13일 열린 KBS 이사회에서 경영진은 ‘미래방송센터 설계용역계약 해지’에 따른 후속 조치로 ‘KBS 종합공간' 계획을 발표했다. 8월 중 사업 방향을 정한 다음, 컨설팅 용역을 선정해 내년 초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확정하겠다는 내용이다. 경영진은 내년도 예산 중 9억 원을 컨설팅 용역비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종합공간 계획이 진행되는 곳은 KBS 본사다.

KBS 미래방송센터 건립사업은 2017년 고대영 전 사장이 추진한 신사옥 사업으로 예산 2835억 원을 투입해 연구동 부지에 지상 9층 건물을 세운다는 계획이었다. 당시 경영진은 설계용역을 체결하고 세부 설계를 진행했다. 하지만 양승동 전 KBS 사장 집행부에서 미래방송센터 건립안이 폐기됐다. 지난해 11월 19일 미래방송센터 설계·인허가 용역계약이 종료됐으며 설계용역비로는 약 77억 원이 소요됐다.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사진=KBS)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사진=KBS)

이날 이사회에서 이상요 이사는 “종합공간 계획 기본 방안을 수립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가 진행됐냐”고 질문했다. 이에 박연 경영본부장은 “기본 계획을 8월 까지 설정하겠다는 내용”이라며 “지금까지 연구와 검토를 거쳐서 추진해 왔기 때문에 계획을 설정하는 것은 큰 노력이 들어가는 부분이 아니다. 컨설팅이 들어가면서 구체적인 안을 만들 때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고 답했다. 박 경영본부장은 구체적인 실행 계획에 앞서 추진 방향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 이사는 “현 경영진은 종합공간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행위는 아무것도 안 한 것 같다”며 “지난 2월 미래방송센터 건립을 안 하겠다 해놓고 그 뒤로 후속 조치나 절차는 아무것도 없었던 것으로 이해하면 되냐”고 지적했다. 이에 박 본부장은 “내부적으로 계속 검토했으나, 회사가 구체적으로 추진하지는 않았고, 이제부터 하겠다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확정되지 않은 여의도 일대 개발 계획과 국회 세종의사당 계획을 반영해 계획안을 수립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은수 이사는 “현재 고도제한이 해제되지 않았고, 용적률을 어떻게 할지 결정도 안 났는데, 컨설팅이 가능하냐”며 “컨설팅 예산이 9억 원인데, 공중에 붕 뜨는 거 아니냐. 아무것도 확정이 안 났는데 무슨 컨설팅을 하냐”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미래방송센터’ 관련해서도 돈을 엄청 까먹었다. 이런 주먹구구식 일 처리가 방만 경영 같다”고 덧붙였다.

KBS미래방송센터 조감도 (사진=KBS)
KBS미래방송센터 조감도 (사진=KBS)

조숙현 이사는 “여의도 관련 도시계획이나 국회 세종의사당 등의 계획이 불명확한 상태에서 어떻게 컨설팅이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에 공감한다”며 “사전 전제조건인 환경 변화에 관한 내용이 모두 모호한 상태에서 공간계획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박 경영본부장은 “여의도 계획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 내용은 없지만, 전문가들이 대체적으로 예상하는 부분이 있다”며 “이런 점을 컨설팅에 넣어 검토할 것이다. 국회 세종의사당의 경우 어느 정도 정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 경영본부장은 “일단 최소한의 큰 틀에서 방향을 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재권 이사는 “오늘 계획을 보면 ‘미래방송센터 건립 계획’이 살아날 수 있겠다고 보일 정도로 기존 ‘미래방송센터 계획’에 대한 (현 경영진의) 입장이 불분명한 것 같다”며 “해당 안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언제 세워지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에 박 경영본부장은 “미래방송센터의 설계용역 중단은 해당 설계를 재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종료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답했다. 박 경영본부장은 “사실상 종료된 내용에 대해 완전히 폐기 수순을 밟고 다시 새로 시작하는 형태로 갈지, 방향설정이 되고 난 후에 한꺼번에 처리를 할 것인지에 대해서 내부 검토를 거친 후 다시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연구동 근무환경 개선을 우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류일형 이사는 “연구동이 정말 노후하고, 열악한 상태인 것은 모두가 알 것”이라며 “최소한 보수를 하든지 어떠한 방법으로든 연구동 근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어떤 계획이 있나”라고 질문했다. 

이에 박 경영본부장은 “공감한다”며 “일단 공간계획 자체가 장기적인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단기 대책을 도출하려고 한다. 단기 대책은 내년도 방향이 설정되면 바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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